사람들은 왜 ‘성공’에 집착할까? 우리는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과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SNS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알게 모르게 자랑하고 있기에 성공을 쫓지 않을 여지가 없다. 흔히들 말하듯 사회에서 권력과 지위를 얻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나는 무작정 ‘성공’이란 단어에 집착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달려왔지만, 어느새 내 삶을 돌이켜봤을 때는 무엇도 남지 않았다. ‘얼른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해야지’라는 어렸던 나의 기대감을 짓밟듯이, 스무 살이 되어 내 손으로 돈
벽에 걸린 11월 달력을 떼어내니 12월 달력 한 장이 힘없이 팔랑인다. 졸업을 코앞에 둔 4학년에게 이 한 장은 오 헨리 소설 속 애처롭게 매달린 마지막 잎새처럼 보인다.일찍 진로를 찾은 덕분에 다른 친구들보다 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덜하지만 현실(reality)이 뚜렷해질수록 조바심이 난다.이상(ideal)이 머릿속을 지배하던 어린 시절에는 꿈이 참 크고 많았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외교관이 되고 싶었고, 심화반에서도 1등 한다는 친구가 진로 희망서에 적어낸 동시 통역사라는 직업도 근사해 보였다.
학교는 마치 제주대신문 사용설명서를 쥐고 있는 것 같다. 상품이 설명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고객센터에 애프터 서비스를 요청하는 게 마땅한 것처럼 말이다. 걸려온 전화로 불만을 응대할 때면 내가 기자인지 상담원인지 헷갈린다.대학 언론을 향한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을 뿐인데 학교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다시 고민해 본다. 학교가 생각하는 대학 언론의 역할은 뭘까. 학교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처럼 그냥 ‘기타 지원시설’인가? 약 3년 동안 축적된 학보사 경험에 근거하면 감시기구보다는 홍보실에 가깝다.간혹 좋은 기회가 생겨 제
‘이 도시에선 멍때리는 것조차도 사치/ 버릇처럼 내가 나를 착취해’최근 역주행의 신화를 다시 쓴 가수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 의 가사 일부다. 주옥같은 가사들 사이에서 하필 이 구절이 귀에 꽂혔다. 정말 이 도시에선 멍때리는 것조차도 사치인가?10시 전공 수업, 13시 팀플 회의, 17시 인터뷰…. 마치 퀘스트를 깨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는 게임 유저처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틈에 멍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떤 날은 먼저 멍때릴 핑곗거리를 찾기도 한다. 일부러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일이 그중 하나다.멍때리기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 A씨는 축제를 하루 앞두고서야 행사 개최 장소 사용 허가를 받아 냈다. 사전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했는데도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거절했던 제주 시청이 뒤늦게 태도를 바꾼 것이다. 끝나지 않는 행정소송에 지친 A씨가 시청에 면담을 요청했고, “소음 조심해달라”는 한마디와 함께 행사 장소를 되찾았다. 같은 날 시청 입구에서는 동성애 반대 시위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행정에서 소수자가 배척되는 흔한 사례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인천대공원사업소에 장소 협조를 부탁했지만 “법률이 규정한 ‘심한 소음 또는 악취
‘spec’은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기계나 물건의 ‘사양’과 ‘설명서’를 뜻한다. 우리가 취업을 위해 쌓는 ‘스펙’은 ‘자격’인 ‘qualification’으로 고쳐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학벌, 학점, 영어성적은 직무 역량을 위해 갖춰야 할 ‘자격’이 아닌, 내 ‘사양’을 요약한 ‘설명서’에 더 가깝다.언론계는 특히 대학 간판을 중시하기로 악명이 높다. 지방대 출신 언론인 지망생들은 내세울 수 없는 학벌을 토익 고득점으로 메꾸려 한다. 대학 졸업 요건인 토익 600점을 충족하고도 900점 만들기에 돌입하는
‘시작과 끝, 끝과 시작’ 두 개의 단어는 완전히 상반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누구보다 서로 얽히어 상호 연결돼 있다. 시작이 있다는 것은 끝이 있다는 것이며, 끝이 있다는 것은 시작을 했다는 것이다. 2023년 계묘년의 해가 도래했다. 누군가는 졸업을, 누군가는 입학을, 누군가는 퇴임을, 누군가는 위임을 받는 그 절묘한 끝과 시작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끝과 시작 그 교차점에 서 있는 지금 수많은 걱정과 불안이 스쳐지나갈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이 끝났음을 자각하고 아쉬워 할 수도,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 할 수도 있다. ‘내가 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온 대사 중 하나이다. 영화 속에서 큰 힘이란 말그대로 힘을 뜻하겠지만 현실세계에서의 힘은 권력이 될 수도,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한 선택, 그 선택으로 얻은 본인의 자리와 권력에는 당연코 ‘책임’이 뒤따른다. 학생자치기구 역시 그러하다. 11월 16일 2023학년도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됐다. 4년 만에 진행되는 경선에 많은 학생들이 선거 결과에 주목했다. 그러나 선거로부터 하루가 지난 17일에도 공식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개표 과정에서 중복투표가 발견됨에 따라 개표가
9월 1일, 대학교 개강과 동시에 2학기가 시작됐다.이번 학기는 열심히 공부할 것이란 다짐을 다지는 학생부터 종강을 바라는 학생까지 다양하다. 열정, 기쁨, 짜증, 싫증 등 개강으로 인해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당연하겠지만 학교를 다시 다니니 방학보다 훨씬 바빠졌다. 들어야 할 학점도 있고, 맡은 업무들도 있으니 말이다.바빠진 나를 보며 어떤 한 친구는 “젊을 때 놀아야지”라고 말했다. 젊을 때 놀아보지 않고 열심히 살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게 요지였다.그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젊음이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열
최근 엄청난 흥행을 몰며 각종 인터넷매체 인기순위를 차지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드라마 속 ‘우영우’ 캐릭터는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장애인, 자폐아로 등장한다. 우영우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을 이렇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별똥별, 우영우” 우영우를 통해 사람들은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함께 사회를 살아가야한다는 따스한 시선을 던진다. 놀랍게도 나는 이런 훈훈한 분위기에서 최근까지 비난받던 장애인 시위 현장이 생각났다. 왜 우영우는 흥행하는데
겸손도 미덕이란 말은 과거와 다르게 현대 사회에서 자주 쓰이진 않는다. 자신이 지닌 강점과 능력을 솔직하게, 당당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사이다’와 같은 효과를 끊임없이 재창출하는 현대 사회 속 겸손은 미덕이 아닌 그저 솔직하지 못한 감정표현으로 여겨진다.맞는 말이다. 겸손에는 대부분 부정문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겸손은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을 때, ‘아닙니다’와 같은 말로 부정을 하고, 상대방을 자신보다 더 치켜세우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기에 겸손을 부정적으로 보며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멋짐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작, 이 두 단어가 주는 울림은 항상 설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기존의 것들을 바꾸고 다시 처음 출발선에 선 상태를 이야기한다.늘 그렇듯 새로운 시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처음’을 선사한다. 처음 누군가를 만나거나 처음으로 무언가를 맡게되는 일은 누군가에겐 설렘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걱정과 불안의 시작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처음이란 단어를 굉장히 두려워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특히나 많이 의식하는 특성 때문인지, 처음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때문인지 내게 처음은 항상
제주대신문은 10월 1일자로 7명의 수습기자가 발령받으면서 총 11명의 구성원이 활동 중이다. 저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입사해 다양한 학내 이슈를 취재하고 있다. 나아가 도내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기자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기사 작성은 인터뷰, 현장방문, 자료수집이 기본이지만, 무엇보다 인터뷰라고 볼 수 있다. 학교 본부나 관계자들의 말이 결국 기사의 정보이기 때문이다.학생 기자들은 신문사 구성원들과의 회의를 거쳐 작성한 취재계획서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을 작성해 인터뷰를 요청한다. 만반의 준비를 다 한 학생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에브리타임’을 사용해봤을 것이다. 대학생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1위에 빛나는 에브리타임은 대학 생활에 있어 학생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편리함을 제공한다. 학교인증의 단계를 거침으로써 외부인이 차단되고, 시간표, 강의평가, 시험정보 열람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에브리타임은 정보제공과 소통에 있어 좋은 창구기능도 한다. 학생자치기구뿐만 아니라 동아리나 서포터즈 등의 다양한 단체들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홍보를 실시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코로나 19로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익명의 힘을 빌려 친구를
최근 미술학과 내 작은 다툼이 있었다. 이 다툼은 "개인"과 "학생회"의 싸움으로 보이는 듯 했다. 3월 초, 미술학과 학생회는 학생회실을 청소하면서 "학생회실 청소를 진행했으니 개인 물품이나 짐을 놓지 말아라. 개인 물품이 학생회실에 놓여질 경우 공지 후 처분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다. 6월 초, 미술학과 전시가 얼마 남지 않자 학생회는 위와 같은 내용을 재차 공지했다.미술학과 전시를 앞두고 학생회와 학생들은 디스플레이를 진행하며 학생회실의 모든 짐을 복도로 빼고 청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짐이 복도에 놓
고 손정민씨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그는 4월 24일 오후부터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실종됐다.실종 후 며칠이 지나도록 경찰이그를 찾지 못하자 그의 아버지는 인터넷 블로그와 전단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언론도 그에 합세하며 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민들도 그의 실종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직접 수사하듯 추적에 나섰다. 결국 그는 실종 6일 만에 민간 구조사에게 발견됐다.사건을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가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인터넷에는 사건와 관련된 여러 추측과 억측이 난무했다. 고 손정민씨 사건에는 ‘정민이
어느덧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의 진행이 3학기째로 접어들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비대면수업을 해왔지만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적응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크고 작은 해프닝들이 생기기도 했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꾸준히 자신이 비대면 수업에서 겪은 비매너 상황과 학생에 대한 불만이 올라온다. 비대면 수업은 크게 녹화 강의와 실시간 화상 강의로 나눌 수 있다. 비매너 학생들이 등장하는 강의는 주로 실시간 화상강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실시간 수업 중 마이크를 켜놓은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
개강한지 한달도 안 지났지만 교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3월 14일, 몇몇 학생들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으므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렸다. 교내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확진자가 어떤 수업을 듣는지,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를 이야기하며 확진자의 신상 캐기에 나섰다. 확진자에 대한 억측과 악의 가득한 험담이 이어지자 경상대학 학생회장은 에브리타임 및 인스타그램에 관련 공지를 올렸고 확진자 학우에 대한 추측이나 비방을 삼가했으면
2월 24일에 있는 1학년 수강신청을 앞두고 학내 커뮤니티 에브라타임 새내기 게시판에는 ‘수강신청 어떻게 해요?’, ‘시간표 어떻게 짜는 거예요?’와 같은 질문들이 많이 올라온다. 인생 첫 수강신청을 앞둔 새내기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느껴진다. 새내기들의 질문을 보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발을 내딛을 때가 떠올랐다. 제주대학교에 합격해 예치금을 입금하고 한 달 가량 연락이 없어 학교에 제대로 등록됐는지, 혹시 예치금 입금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2월이 되자 학과 학생회에서 새내기 배움터의 참가 유무
11월 15일 저녁, 학생생활관은 제주도 내 63번 확진자의 접촉자가 생활관 내에서 발생해 대학 내 접촉자들이 코로나19검사를 받고 있으며, 접촉자 전원은 격리될 것이고 다른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다시 공지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후 학생생활관에 거주하는 접촉자의 코로나19 판정 여부에 대한 공지가 없었다. 접촉자가 양성인지 음성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접촉자와 동선이 겹칠까 봐 불안해하던 학생들은 학생생활관 행정실에 직접 전화를 해서 문의하거나 건강증진센터에서 올려준 공지를 확인한 후 접촉자의 검사 결과가 전원 음성이라는 사실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