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BOOK카페 제주 리얼리즘 문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경훈 시인의 시집 『수선화 밭에서』의 표지는 수선화처럼 하얗다. 그는 지금까지 4ㆍ3 유적지, 강정 해군기지 건설 현장, 제2공항 갈등이 첨예한 현장에서 시를 써왔다. 시의 진면목은 그의 낭독을 통해 나타나는데, 실제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이기도 한 그가 시를 읊는 것을 들으면 제주 수선화 같다.그는 4ㆍ3 진상 규명을 위한 취재를 하며 4ㆍ3시를 써왔다. 그래서 수많은 이름들이 억울하게 쓰러져간 것에 괴로웠을 것이다. 4ㆍ3은 각명비를 보면 알 수
벌써 다음 학기가 마지막 학기다. 대학교에 오면서 많은 일이 있었고 나름대로 잘 다닌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막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기에 학교를 떠나야 하니 마음이 복잡하다. 필자가 1학년이었을 때 제주대학교를 마지막으로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학교는 비대면 강의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행사들은 사라졌다. 사람들과 모임을 가지기도 힘들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달마다 건물 속의 가게가 폐업하고 새로 들어왔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글은 싹 사라졌었
몇 달 전, 집 정리를 하다 부엌 한쪽 구석에 쌓여있던 새 텀블러들을 발견한 적이 있다. 직접 산 것은 아니고 그동안 참여했었던 여러 행사, 박람회, 지역 축제 등에서 받은 홍보ㆍ판촉용 텀블러들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록 포장 한번 뜯지 않은 채 보관돼 있었고 디자인과 기능을 따져보았을 때 앞으로도 손이 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새 물건들을 버릴 수 없어 다시 선반을 닫았던 기억이 난다.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는 현재,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너무도 당연한
1998년 언론홍보학과 1기로 입학해 2004년 2월 졸업했다. 운좋게 대학 4학년인 2003년 11월 도내 신문사 기자가 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대학 때 기자 외의 진로를 생각하지 않았다. 고민이 깊지 않아 결정도 빨랐다. 졸업을 앞두고 기회가 왔고 입사 시험에 붙었다. 그 때만해도 기자를 평생할 줄 알았다. 충격적이고 슬픈 상황이 취업 이후 발생했다. 확고해 보인 결심이 너무나 쉽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자 생활이 힘들었다. 하루하루가 난관이었다. 스스로가 이상했다. 내게 묻고 또 물었다. ‘기자 하고 싶다며? 원하던
제주대신문은 10월 1일자로 7명의 수습기자가 발령받으면서 총 11명의 구성원이 활동 중이다. 저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위해 입사해 다양한 학내 이슈를 취재하고 있다. 나아가 도내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기자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기사 작성은 인터뷰, 현장방문, 자료수집이 기본이지만, 무엇보다 인터뷰라고 볼 수 있다. 학교 본부나 관계자들의 말이 결국 기사의 정보이기 때문이다.학생 기자들은 신문사 구성원들과의 회의를 거쳐 작성한 취재계획서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을 작성해 인터뷰를 요청한다. 만반의 준비를 다 한 학생
김신숙 시인은 이 동시집을 ‘구술 동시집’이라고 말한다. 해녀인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열두 살 해녀는 시인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다. 말하는 이가 어머니다. 열두 살부터 우도에서 물질을 시작했으니 열두 살 무렵의 이야기를 동시로 묶은 책이 이 동시집이다. 자신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어머니(시인의 외할머니)의 물질 이야기도 들어있다. 1960년대 우도에서 물질을 한 이야기가 시로 형상화되었다. 검멀레 검은 모래를 시멘트와 섞어서 물통을 만들기도 했고, 우도는 나무가 많지 않아서 소똥이 땔감이었고,
필자는 일을 많이 했다. 청소, 홀서빙, 캐셔, 방역, 학원 강사, 대필하는 일까지.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별별 일을 많이 겪었다. 오늘은 필자가 겪은 일과 개인적인 생각을 적으려고 한다. 아주 추운 겨울에 한라봉 선별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7시가 넘도록 일을 했지만 수당이 잘 나오지도 않았다. 시급이 만원이었다. 만원이라니. 청소나 방역을 해도 식사를 하게 해주고 쉬는 시간을 준다. 물과 커피를 주고 적어도 사람처럼 대해준다. 그리고 일당으로 지급한다. 그 곳은 기분파였다. 갑자기 나에게
백문아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그만큼 직접 경험은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비교적 대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팬데믹 상황에서는 직접 경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인 스물 초반.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 스무 살 또한 순식간에 지나가고 말았다.그렇지만 인간에게는 ‘간접경험’이라는 게 존재한다.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게 있는가 하면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는
내년 5월 27일이면, 제주 유일의 국립대학교인 제주대학교가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사람으로 치면 고희(古稀)다. 중국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곡강시(曲江詩)’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한 말이다. 뜻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는 나이라고도 한다. 2500여 년 전 공자(孔子)는 자신이 살아온 70세를 회고하기를 ‘내 나이 칠십이 되니 마음 가는 대로 해도 거리낌이 없었다(七十而 從心所欲不踰矩)’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대학당국은 ‘70주년 기념사업 아이디어’와 ‘70주년 기념 캐치프레이즈’ 공모
가을에는 시를 읽거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게 제격이다.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이 활자 속에 숨겨둔 비밀들을 하나둘 캐어내는 광부처럼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은 또 다른 나를 찾는 시간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꼭 필요하다. 옛 사람들이 시라는 단어를 참 잘 지었다. 말씀 언(言)에 절 사(寺)가 합쳐서 시(詩)자를 만들었다. 절에서 조용하게 말을 하듯 글을 써야 한다는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지금은 많이 그 의미가 퇴색됐지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앞서 가을에는 수필이나 소설 등 다른 장르가 아닌
비싼 옷, 비싼 차, 비싼 악세서리 최근 유행하는 SNS를 보다 보면 자신의 소비를 과시하는 듯한 게시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른바 ‘플렉스’ 문화라고도 하는 과시 소비문화는 소위 ‘MZ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추세다. ‘MZ’ 세대란 현재 20, 30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즉,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주를 이루는 이 MZ세대에서 남들과 다른 이색문화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플렉스’ 문화도 그중 하나다. 현재 MZ세대는 이런 소비형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자신이
2022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지방선거가 열린다. 각 정당별로 대선 후보선출을 위한 선거 과정이 한창이다. 대선과정을 보면 아쉽게도 미래보다는 과거 의제에 머물러 있다. 소위 ‘네거티브’한 프레임이 전면화 되면서 국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지사 임기를 못 채우고 대선에 출마한 원희룡 전직 지사로 인해 ‘도정 공백’도 생겼다는 비판도 있지만 벌써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고 있다.대신 내년 도지사 선거 등을 놓고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헌법상 주권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중요하다.
제주 BOOK카페 ⑦ 햄버거만 보면 김금희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문학동네, 2016)가 떠오를 정도로 그 책이 좋았다. 임철우의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현대문학, 2019)은 제주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연륜이 느껴져 완급 조절이 괜찮았다. 김금희의 소설 『복자에게』(문학동네, 2020)는 복자성당이 연상돼 반가웠다. 결국 독서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 읽는다.1900년 서귀포 본당으로 설립돼 출발한 서귀포 천주교 교회는 모슬포 본당, 서귀 복자 본당, 성산포 본당, 효돈 본당으로 분리됐다. 1987년 6월 항쟁 때
내가 우리 집 옥상에서 텃밭을 일구기 시작한 건 한창 대파 값이 치솟았을 때였다. 유튜브에는 대파 키우기 영상이 수없이 올라왔고, 내 친구들도 하나 둘 대파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 유행에 편승하고자 모종가게에서 대파 씨앗 몇 개를 사왔다. 키우기 쉽다는 모종가게 아저씨의 말에 상추를 포함한 채소 씨앗 몇 개도 샀다. 인터넷에서 대형 화분을 주문했고, 식물 영양제에 혹시나 싶어 친환경 살충제도 구매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끝에 마침내 씨앗을 심었고 새싹의 소식을 기다렸다. 며칠 후 화분 곳곳에서 아주 작은 새싹이 솟아났다. 씨앗이
코로나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2번 연기된 끝에 드디어 8월 16일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샌 안젤로에 도착했다. 도착 후 가장 놀랐던 점은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나 미국 내에서 경유한 비행기 안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있었다. 하지만 공항 밖에 나온 순간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몇몇 소수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턱스크를 하거나 코를 덮지 않은 채 마스크를 하고 있는 사람도 꽤 많
최근 한 대학생이 고등학교 시절이 더 나았다고 푸념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고등학교 생활은 선생님과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었는데, 대학 생활은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하는 고민의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하였다. 누군가 대신 결정을 내려주면 좋겠다는 농담 아닌 진담이 담긴 학생의 눈빛이 뇌리에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순간이 선택의 문제임을 알게 되고, 세상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음도 여실히 느끼게 된다. 어쩌면 나이를 더한다는 것은 선택을 더한다는 의미가 되고, 나이의 무게만큼 세상이 더 큰 짐을 지우는 것인
교육부가 2025년 전면 시행하는 ‘고교학점제’를 2년 앞당겨 2023년부터 본격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2023년 전국 95%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교를 시행할 방침이다. 제주는 2023년 100% 일반계 고등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운영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고, 누적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고등학교는 사실상 대학교처럼 변모한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시간표’가 생긴다. 공통으로 배우는 교과 외에 나머지 교과는 꿈과 진로에 맞춰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에브리타임’을 사용해봤을 것이다. 대학생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1위에 빛나는 에브리타임은 대학 생활에 있어 학생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편리함을 제공한다. 학교인증의 단계를 거침으로써 외부인이 차단되고, 시간표, 강의평가, 시험정보 열람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에브리타임은 정보제공과 소통에 있어 좋은 창구기능도 한다. 학생자치기구뿐만 아니라 동아리나 서포터즈 등의 다양한 단체들이 에브리타임을 통해 홍보를 실시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코로나 19로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익명의 힘을 빌려 친구를
“우리 제주인은 화전민의 후예인 셈이요, 또 화전민의 피가 우리의 핏줄 한 가닥에 흐르고 있다고 봐도 망언이 아닐 것이다. 화전이야 말로 아무런 꺼릴 것도 구애받을 일도 없는 순박하고 무구(無垢)한 착하디착한 자연인 그대로의 삶이었다.”소농(素農) 선생은 제주농경문화의 뿌리가 화전이며 모든 제주인은 다 화전민의 후예(後裔)라고 주장한다. 그는 예전 화전민의 삶을 ‘무위이화(無爲而化)’로 함축하고 있다. “씨 뿌려 얻어지면 다행이요, 얻지 못해도 누구를 원망하지 않았고 원망할 이유도 없었다. 화전에 씨 뿌릴 때는 꼭 얻어지기를 바라서
제주 BOOK카페 ⑥ 오성찬 소설가가 운영하는 반석출판사가 있었다. 그 출판사에서 낸 책 중에서 제주의 마을을 소개하는 문고판 시리즈가 있다.그렇게 제주의 각 마을을 정리하는 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마을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역사, 민속, 설화, 사람 이야기도 싣는다.마을지가 있지만 지나치게 행정적인 성격이 강한 마을지가 많다. 그래서 귀중한 부분들을 놓친 마을지는 안타깝다.지역 신문사에서도 제주의 마을을 소개하는 기획 연재를 종종 펼친다.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 지역의 시간과 공간을 확인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