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가 고도화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나타나는 뚜렷한 현상이 있다. 우선 손글씨가 제대로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엉망이고, 집중력이 산만하다. 여기에 독서량이 줄면서 문해력도 떨어진다는 점을 최근 언론에 보도된 ‘태블릿 학습이 성적 떨어트린다’는 기사의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디지털 교육 선도국 스웨덴 전역에서 학교들이 종이책과 필기도구를 활용한 ‘전통 교육 방식’을 재도입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디지털 학습 도입 확장을 계획했던 6세 미만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 또한 완전히 중단한다는 게 정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힌 후 지난 9월 11일 1차 방류가 마무리됐다.이를 두고 “오염수 방류가 정말 괜찮은 것일까?”에 대한 걱정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실제로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 제주대 근처와 제주시 내 곳곳에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오고 가며 봤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고 진행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나는 오염수 방류 계획에 관해 찬성과 반대 측 어느 입장에도 속해있진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서
지난 7월 18일,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숨졌다. 비극 이후 전국 교사들은 매주 주말마다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숨진 교사의 49재일인 9월 4일은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다. 월요일임에도 전국 교사들이 참여해 대규모 추모 집회를 열었다. 제주 교사들도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그럼에도 비극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7일에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숨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숨진 교사는 2019년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고소를 당했다.
제주지역 대학생들이 해외에 나가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했다. 제주대학교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단 ‘2023 GREAT x JDC 프론티어’에 선발된 11개 팀 대학생 36명은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싱가포르를 방문했다.GREAT x JDC 프론티어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지원으로 올해 2년째 진행된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으로 제주대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단은 팀별 제안서 심사와 PPT 발표 등을 거쳐 참가 팀을 선발했고, 답사 계획에 따른 항공료와 활동비를 지원했다. 목적지인 싱가포르는 국제업무와 관광 등
예전 졸업식은 왁자지껄하였다. 온 가족과 친척이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을 찾아 사진을 찍고 외식을 하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삶을 축하하였다. 졸업식 당일이 너무 붐벼서 그 전날 학사복을 입고 좀 더 여유롭게 사진을 찍는 풍경도 드물지 않았다. 아마 그 시절 졸업이 온전히 축하의 자리였던 이유는 졸업이 곧 사회생활의 시작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대다수 졸업생이 취업을 하고, 나름의 삶을 계획할 수 있었던 시절의 졸업 풍경이었다. 최근 졸업식은 과정에 머무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침이 아니라 과정으로 졸업을 바라본다. 학점과 졸업
제주 BOOK카페 백석의 시 에서 불타는 것들은 모두 무용지물로 여기는 것들이다. “헌신짝, 소똥, 짚검불, 가랑잎, 머리카락, 헝겊조각” 등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 모닥불이 불을 유지한다. 주위를 따뜻하게 만든다. 모닥불이 불꽃을 내고 있기에 여러 동물과 사람들이 둘러앉아 불을 쬔다. 불을 쬐는 것들은 모두 평등하다. 누구든 차별 없이 온기를 나눈다. 황석영의 소설 에 등장하는 인물 노영달, 정 씨, 백화는 급속한 산업화의 시기에 도시로 나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지난 5월 23일~25일에는 우리가 1년 중 가장 기대하는 대동제가 있었다. 제주도는 축제 문화가 다른 지역만큼 활성화돼 있지 않아서일까, 우리 학교 축제는 제주도의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학생들부터 가족 방문객, 중ㆍ고등학교 학생들, 회사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방문한다.교내에 빼곡한 차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한산하기만 해 보이던 이 섬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이 상황이 어색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재작년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축제는커녕 사적으로 만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셀 수 없
고요한 제주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하다. 봄을 맞이해 관광객들이 제주 바다의 풍경을 보러 먼 길을 나선다. 그런데 고요한 겉모습과 달리 제주 바닷속은 점점 황폐화되고 있다. 다양한 어종과 해조류로 꽉 찼던 제주 바다가 갯녹음 현상으로 아무것도 살지 않는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갯녹음 현상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수온 상승, 해양 오염 등으로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갯바위에 달라붙어 바위가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1차 먹이인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해양생물이 없어지게 돼 ‘바다 사막화’ 현상이라 불린다.갯녹음 현상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의 위력이 대단하다. 가입하기 쉽고 활용도 편한 데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해 주니 이보다 ‘편안하고 친절한 대화 상대’가 따로 없다. 때문에 애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다만 쉽고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쉽게 인용, 또는 도용하는 등 갖가지 남용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사람은 갖가지 ‘유혹’에 부딪힌다. 유혹의 사전적 의미는 ‘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끎’이라고 돼 있다. 실익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크다는 의미다. 사회의 트렌드를
가 성황리에 끝났다. 김포공항 집단 지연 사태로 출연진이 축제에 늦게 도착한 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청춘들의 ‘자유로움’이 자유롭게 어우러지고 표현되는 광장이 살아있을 때, 대학이 ‘대학 다울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이번 축제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안전’일 것이다. 안전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축제가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 이미 이태원에서 확인했다. 아픈 기억을 교훈삼아 모든 대학 가족들이 안전한 축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특히 안전은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 이들의 헌
대학생에게 5월의 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당연코 ‘축제’가 1순위에 꼽히는 대답일 것이다. 졸업을 앞둔 나에게는 이번이 대학 생활 중 마지막 축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축제에 참여하지 못했다. 5월 4주간 진행됐던 교육실습 때문이었다. 나에게 있어 5월의 꽃은 바로 이 교육실습, ‘교생’이다. 설렘으로 시작했던 실습은 낯섦의 연속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교육 현장의 낯섦은 설렘을 지워가고 긴장만 남게 했다. 특히 실제 수업에 투입됐을 때는 대학교에서 수없이 연습했던 것이 무색하게 익숙함이 아닌 낯섦을 느꼈다. 언제나 그랬듯
하늘 아래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 있다. 땅을 기대할 수 없어 공중으로 향했던 사람들이 있다. 1931년 평양 을밀대로 올랐던 강주룡이 그랬고, 2003년 한진중공업 고공 크레인에 올라 끝내 돌아오지 못한 김주익이, 그리고 동지의 죽음을 분노의 발판으로 삼아 2011년 삼백 하고도 아홉 날을 보냈던 김진숙이 그랬다. 세상은 그들을 철모르고 떼쓰는 여자들로, 강성 귀족노조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그들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들이 하늘 아래서 목숨을 걸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땅에서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 땅의 권력이 외면하는
고등학생 때 뭍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아저씨가 내게 대뜸 제주 사투리를 써보라고 했다. 아마도 관광버스에 적힌 제주도 학교 이름을 보고 제주도에서 온 학생이라 생각하고 물은 것 같았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한 친구가 그 아저씨에게 바로 대거리를 했다. “무사 마씨?(왜요?)” 아저씨는 처음 듣는 말이었는지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나는 그 친구가 멋있어 보였다. 제주도에서 온 학생들이라고 반기는 건 좋지만 진귀한 구경거리 난 듯 취급하는 건 마뜩잖다.또 군대에서
얼마전 한라산 영실 탐방로를 다녀왔다. 제주시내는 맑았지만 영실 탐방로가 있는 곳으로 넘어 갈수록 하늘이 흐려졌다. 맑은 날씨를 가장 좋아하지만 실로 오랜만에 방문하는 한라산 탐방로였기 때문에 발이 가벼웠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자기고를 통해 소개할 식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실 탐방로 시작점의 해발고도는 1280m 라서 생각보다 높은 고도에서도 자란다고 생각했지만 해발 600~1,400m까지 온대 낙엽활엽수림대라는걸 고려하면 이해가 수월하다. 개족도리풀은 족도리풀과 비슷하게 생긴 같은 쥐방울덩굴과의 식물이다. 족도
중간고사를 앞둔 어느 새벽이었다. 새벽 두 시가 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허기를 참지 못한 나는 학생회관 1층에 있는 편의점에 갔다. 학생회관 편의점은 밤에는 무인 매장으로 운영되기에 새벽에 편의점에 들어가려면 신용카드를 꽂고 인증을 받는, 다소 귀찮은 몇 가지 절차들을 거쳐야만 한다. 어찌어찌 문을 열고 들어와 편의점 이곳저곳을 돌며 과자와 음료수 따위의 군것질거리를 고르고 있는데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문을 열려고 하는지 부스럭부스럭 하는 소리가 나기에 입구 쪽을 보았다. 혹여 카드를 두고 와서 나한테 문 좀 열어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에 대한 조사에 응답한 적이 있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서 대통령과 군인 등 폼나고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선택한다. 어린이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과학자 등 직업군도 등장하고, 교사도 순위권에 항상 있었다. 최근 장래 희망을 조사하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한다. 프로스포츠의 영향으로 운동선수가 상위권에 등장하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여 프로게이머와 크리에이터도 상위 직업군에 오르내린다. 가수나 배우 등 팬이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반면, 의사나 교사 등
올해 제주대학교가 개교 71주년을 맞았다. 제주대학교 설립은 1948년 4ㆍ3사건과 1950년 한국전쟁이 차례로 발생한 데 따른 극도의 사회적 혼란과 불안 속에서도 도민들의 뜨거운 교육열이 빛을 발한 결과다.1953년 4개 학과 학생 58명과 교수 8명, 직원 2명으로 도립 제주초급대학이 출범했다. 앞서 1952년 문교부로부터 제주초급대학 설립 인가를 받은 5월 27일이 제주대 개교일이다. 제주대는 1955년 4년제 도립 제주대학이 됐고 1962년 국립 제주대학으로 승격했다. 1982년 종합대학교인 국립 제주대학교로 또 한 번 승격
스무 살이 되고 제주대학교에 22학번으로 입학해 ‘새내기’라는 파릇파릇한 호칭을 달고 캠퍼스를 거닐던 3월, 우연히 제주대신문 수습기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제대로 써본 적도 없는 지원서 양식에 나름 그럴듯한 말로 내 포부를 전하니 어느새 수습기자가 돼 있었다.제주대신문 단톡방에 초대되고 내가 처음 썼던 기사는 매학기 초 진행되는 신임 보직교수의 인터뷰 기사였다. 교수님과 이미 인터뷰 일정을 잡았던 정기자 선배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시간과 장소는 정해진 상태였다.지금 생각하면 교수님께 연락해 일정을 잡아야 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
지난주 5ㆍ18 민중항쟁 43주년을 기리는 다양한 사업들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80∼90년대 제주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했던 ‘전노 체포결사대’ 등 5ㆍ18 진상규명을 위한 강력한 투쟁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이제 교정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5ㆍ18을 여전히 기억하고자 하는 목소리들은 남아있다. 지난 5월 18일 저녁 7시부터 제주시청 일대에서는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20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참여해 5ㆍ18 정신계승 집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국민의힘 제주도당, 정의당 제주도당 역시 각각
제주 BOOK카페 내가 제주도에서 초ㆍ중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에서 제주 방언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무사?”, “~마씨“ 정도는 일상에서 썼지만, 특히 수업 시간에는 제줏말을 쓰면 아이들이 깔깔깔 웃었다. 사투리를 쓰면 규격화되지 못한 사람 취급 받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제주어로 뉴스를 진행하는 TV 프로그램도 있고, 제주어 문학의 위상도 높아졌다. 혹자는 제주 방언을 제주어라 부르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제줏말이 다른 지역 사람에게는 외국어처럼 들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