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 북페어가 4월 8일부터 9일까지 한라체육관에서 개최됐다. 각 지역에서 온 독립서점들이 부스를 설치해 책과 포스터, 굿즈들을 소개했다. 작가가 직접 책을 소개하며 책의 비하인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을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뜻깊은 북페어였다. 4월 8일 당일 방문한 북페어엔 어른들과 아이들이 부스를 구경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끼고 책들을 구경했던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마스크를 벗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즐겼다. 바리스타 학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제주에서 여는 북페어라 더 뜻
이번 4월 3일은 4ㆍ3사건 75주년이다. 4ㆍ3사건 이후 75년의 시간은 억압된 사회 분위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시대를 거쳐 국가의 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를 하는 시대를 지나 현재까지 왔다. 4ㆍ3이 1990년 이후 수면위로 올라오며 감춰진 부분들이 빛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4ㆍ3을 정치적 갈등 요소로 가져가고자 하는 존재들이 사라지지 않았다.4ㆍ3 추념식이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서 소수의 보수정당이 4ㆍ3사건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왜곡된 표현이 적힌 현수막을 제주도 내 곳곳 걸
제주의 전체 고용률은 항상 전국 상위권을 차지한다. 특히 감귤 수확철이면 단기 고용으로 고용률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다. 여기에 전국에서 맞벌이 부부가 최상위권에 있는 점도 제주 고용시장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제주의 청년고용률(15~29세)은 다소 부진하다. 젊은 층이 정작 하고 싶은 일자리는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이러한 현실 속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 670억원을 투입하는 등 2026년까지 청년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3년도 일자리 대책 연차별 세부계획을 통해서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다시 사월이다. 사월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한결같다. 75년 전의 그날을 우리는 여전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보고서가 작성되고, 희생자에 대한 실질적 명예회복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사월은 시리고 아프다. 여당 최고위원이 제주 4ㆍ3을 폄훼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서북청년단의 이름을 소위 계승한다는 세력이 여전히 준동하고 있다.화해와 상생, 평화를 기원했던 제주의 염원을 배반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작금이 상황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그것은 제주 4ㆍ3이 오늘 지금 우리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 A씨는 축제를 하루 앞두고서야 행사 개최 장소 사용 허가를 받아 냈다. 사전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했는데도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거절했던 제주 시청이 뒤늦게 태도를 바꾼 것이다. 끝나지 않는 행정소송에 지친 A씨가 시청에 면담을 요청했고, “소음 조심해달라”는 한마디와 함께 행사 장소를 되찾았다. 같은 날 시청 입구에서는 동성애 반대 시위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행정에서 소수자가 배척되는 흔한 사례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인천대공원사업소에 장소 협조를 부탁했지만 “법률이 규정한 ‘심한 소음 또는 악취
올해 4월도 동백꽃이 활짝 피었다. 따스함은 예년보다 위축된 것 같아 씁쓸하다. 극우세력들이 반복 자행한 4ㆍ3 폄하ㆍ왜곡 때문이다. 오랜 시간 든든히 이어진 시민들의 연대와 기억 투쟁이 없었으면 4ㆍ3은 다시 찬 겨울로 돌아갔을 것이다. 4ㆍ3의 성취는 특정 세력의 색깔론 정도로 무너질 수준을 넘어섰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에서도 자랑할 만한 모범적인 진상 규명과 화해의 모형으로 평가받는다. 평화와 인권, 상생의 가치를 아이들의 삶에 뿌리내려야 4ㆍ3은 진정으로 우리 모두의 역사가 된다. 4ㆍ3을 기억하고 전승하는 방법은 많다. 대
제주 BOOK카페 < 26 >호근동에서 두 해 동안 작은 책방을 운영했다. 아내의 고향이고,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선뜻 계약했다. 가게는 원래 작은 슈퍼를 했던 곳이다. 오래된 새시 문이 정겨웠다. 근처에는 30년도 넘은 분식집이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서점을 이전해서야 확인했다. 호근동이 시인 김광협의 고향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다. 호근동에는 김광협 시비도 있고, 시 벽화도 있다. 책방이 시집 전문 서점이니 서점 위치로는 제격이었다. 김광협은 서울에서 기자 생활을 오래 해서 고향인 제주도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지게 된다. 의무를 다하는 기간 동안 의식주 모두가 열악하여 국군에서 지급하는 봉급으로 저축은 꿈도 꾸지 못했으며 오히려 병사들의 생활비를 부모가 보내야 할 정도였었다. 하지만 2023년 현재 병장 월급은 100만 원이며 또한 국방부와 시중 은행이 협력하여 병사의 사회 정착지원금의 목적으로 군 적금 상품을 따로 챙겨주니 육군을 기준으로 18개월 동안 복무하여 전역하면 월급과 군 적금 수령액을 합쳐 약 24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군 적금의 가입 대상은 대한민국의 병역의무를
한국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라는 표현이 쓰이자 일부 누리꾼이 “성의 없는 사과”라며 비판했다. ‘심심하다’의 뜻을 ‘깊고 간절한’이 아니라 ‘지루하고 재미없다’라는 뜻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 외에도 ‘사흘’을 ‘4일’로 잘못 이해하거나, ‘설빔 설을 맞이하여 새로 몸을 단장하기 위한 옷ㆍ신 따위’을 빙수 프랜차이즈와 헷갈리는 사례등이 퍼지며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교육부·한국 교육과정 평가원이 주관하는 ‘국가 수준
최근 4ㆍ3을 왜곡하는 현수막이 도내 곳곳에 게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 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으로 도민 사회가 분노로 들끓고 있지만, 4ㆍ3 왜곡 현수막을 마땅히 철거할 방법은 없다. 이 현수막들이 ‘정당 명의’로 게시됐기 때문이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항에 따르면 광고물 등의 설치에 있어 ‘정당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ㆍ설치하는 경우’는 현수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 정당법
제주지역에 청년들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호남통계청과 제주특별자치도가 발표한 제주 청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인구(만 19~39세)는 16만8726명으로 전체 인구(67만6759명)의 24.9%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평균(26.9%)보다 2% 포인트 낮은 수치다. 도내 청년인구 비율은 2011년 28.2%에서 2021년 24.9%로 감소했다. 2050년 청년인구는 10만6378명까지 줄어 전체 인구 대비 비중이 15.2%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청년들이 감소하는 주요 원인으로 출생률 하락과 더불어 도외 전출 증가가
‘spec’은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기계나 물건의 ‘사양’과 ‘설명서’를 뜻한다. 우리가 취업을 위해 쌓는 ‘스펙’은 ‘자격’인 ‘qualification’으로 고쳐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학벌, 학점, 영어성적은 직무 역량을 위해 갖춰야 할 ‘자격’이 아닌, 내 ‘사양’을 요약한 ‘설명서’에 더 가깝다.언론계는 특히 대학 간판을 중시하기로 악명이 높다. 지방대 출신 언론인 지망생들은 내세울 수 없는 학벌을 토익 고득점으로 메꾸려 한다. 대학 졸업 요건인 토익 600점을 충족하고도 900점 만들기에 돌입하는
1970년대 초, 가족계획과 산아제한을 부르짖는 표어가 많았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남자도 아기를 밴다면! 그래도 얼마든지 갖겠습니까?그러다가 2014년 ‘하나는 외롭습니다’라며 산아제한과 가족계획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인구정책이 출산장려책으로 급선회했다. 대한민국이 사라진다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8명이다. 올해 출산율은 작년 0.78명보다 0.05명 더
바닷가를 거닐다보면 속 빈 뿔소라를 발견하게 된다. 뿔소라는 조간대에 주로 서식한다. 뿔소라 빈 껍데기를 귀에 대면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난다. 그것은 어쩌면 뿔소라의 기억이다. 소라의 나선은 해류에 따라 형성이 된다고 한다. 마치 나이테처럼 바다가 만든 무늬인 것이다.이 시집에는 두 편의 시 「뿔소라」가 있다. 앞에 실린 작품은 바닷가에 주운 껍데기에 대해서 말하고, 뒤에 수록된 작품은 그걸 갖고 집에 온 이후를 말한다. 그러니 뿔소라는 사랑일 수도 있고, 기억일 수도 있다. 두 편 모두 뿔소라에 귀를 대보는 장면이 있다.뿔소
농협은행 제주대학교 지점에서 직장생활 한 지도 봄이면 9년 차가 됩니다. 제주대학교와의 인과 연은 2007년 태풍 ‘나리’로 제주시가 물난리 피해가 있을 때 시내 모 마트 주차장에 수해로 고립된 제주대학교 대학생을 구조하면서부터였습니다.안중근 의사의 ‘백일막허도 청춘부재래(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명언처럼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고교 시절 하굣길 폭우로 내천이 범람해 동창 6명을 잃고 트라우마로 방황을 하기도 했습니다.가버린 친구들을 위해서 독하게 마음먹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내가 해야 할
나는 4년 차 제주도민이다. 하지만 누군가 제주에 관해 묻는다면 제대로 답해줄 수 없다. 코로나19로 제주 문화를 제대로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에서야 정상적으로 개최되는 전통축제에 참여하며 비로소 진짜 제주도민이 된 것만 같다.3월 9일부터 12일까지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열린 들불축제에 다녀왔다. 제주 들불축제는 가축 방목을 위해 마을별로 불을 놓았던 목축문화를 재현한 제주의 문화 축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우수 축제로 지정될 만큼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이번 들불축제는 특이하게도 ‘불’이 빠진 들불축제였다. 최근
2023년 개강 전, 충격적인 소식이 대학과 제주 사회를 덮쳤다. 제주대학교를 비롯한 도내 모든 대학이 수시ㆍ정시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대학들은 심상치 않은 불안감을 안고 3월을 시작했다.2월에 대학들은 추가모집을 했다. 제주대는 입학정원의 6.2% 정도인 154명(정원 내 1명, 정원 외 153명)의 신입생을 충원해야 했다. 도내 다른 대학보다 비교적 나은 여건이라고 하지만, 위기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잠시 유예된 것 뿐이다. 지금 드리운 먹구름은 앞으로 더욱 크고 짙어질 것이 분명하다. 걱정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요즘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는 물론 대면수업으로 정상 등교하는 재학생들의 신학기 최대 관심사는 아르바이트(이하 알바)일 게다. 용돈 마련은 물론 고금리와 고물가로 학비 부담에 한 끼 식사를 하는 데도 경제적 부담이 만만하지 않아서 그렇다.4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등교하는 대학가에는 낭만보다는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역력하다. MZ세대를 빗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요즘은 ‘청춘은 아프다’는 말이 맞겠다. 대학생 3명 중 1명은 학자금 대출로 빚을 지면서 20대를 시작하는 게 현실이다. 그 빚은 청춘을 포기하라 강요한다.
2023년도 어김없이 새 학기가 밝았다. 몸에 깃든 관성에 버거워하며 등교하는 일상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나를 사랑하는 선택’으로 채우자고 결심했다. 작년 한 해는 친구 관계와 과제, 대외활동에 쫓겨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게 후회가 돼서다.신나는 학교생활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신입생들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벌써부터 학생회관 게시판에는 동아리 홍보지가 나붙었고, 곳곳에 교내외 지원 사업 현수막이 펄럭인다. 학생회를 들어갔다거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친구들의 근황이 유독 크게 들리는
부산 남구에 가면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이 있다. 국립이다. 반듯하게 올라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아픈 역사의 기록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강제징용의 대표적 사례로 영화로 알려진 ‘군함도’ 부터 위안부 할머니의 사연까지 확인 할 수 있다. 역사관 작은 한 켠에는 제주 곳곳에서 확인되는 ‘진지동굴’ 내용을 소개한다. 10여넌 전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해 공개한 일제 강점기 조선인을 강제노역에 동원했던 일본의 핵심 기업은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였다. 이들 3대 재벌을 포함해 모두 23개의 일본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