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음 학기가 마지막 학기다. 대학교에 오면서 많은 일이 있었고 나름대로 잘 다닌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막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기에 학교를 떠나야 하니 마음이 복잡하다. 필자가 1학년이었을 때 제주대학교를 마지막으로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학교는 비대면 강의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행사들은 사라졌다. 사람들과 모임을 가지기도 힘들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달마다 건물 속의 가게가 폐업하고 새로 들어왔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글은 싹 사라졌었
몇 달 전, 집 정리를 하다 부엌 한쪽 구석에 쌓여있던 새 텀블러들을 발견한 적이 있다. 직접 산 것은 아니고 그동안 참여했었던 여러 행사, 박람회, 지역 축제 등에서 받은 홍보ㆍ판촉용 텀블러들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록 포장 한번 뜯지 않은 채 보관돼 있었고 디자인과 기능을 따져보았을 때 앞으로도 손이 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새 물건들을 버릴 수 없어 다시 선반을 닫았던 기억이 난다.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는 현재, 환경을 보호하고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너무도 당연한
김신숙 시인은 이 동시집을 ‘구술 동시집’이라고 말한다. 해녀인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열두 살 해녀는 시인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다. 말하는 이가 어머니다. 열두 살부터 우도에서 물질을 시작했으니 열두 살 무렵의 이야기를 동시로 묶은 책이 이 동시집이다. 자신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어머니(시인의 외할머니)의 물질 이야기도 들어있다. 1960년대 우도에서 물질을 한 이야기가 시로 형상화되었다. 검멀레 검은 모래를 시멘트와 섞어서 물통을 만들기도 했고, 우도는 나무가 많지 않아서 소똥이 땔감이었고,
필자는 일을 많이 했다. 청소, 홀서빙, 캐셔, 방역, 학원 강사, 대필하는 일까지.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별별 일을 많이 겪었다. 오늘은 필자가 겪은 일과 개인적인 생각을 적으려고 한다. 아주 추운 겨울에 한라봉 선별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7시가 넘도록 일을 했지만 수당이 잘 나오지도 않았다. 시급이 만원이었다. 만원이라니. 청소나 방역을 해도 식사를 하게 해주고 쉬는 시간을 준다. 물과 커피를 주고 적어도 사람처럼 대해준다. 그리고 일당으로 지급한다. 그 곳은 기분파였다. 갑자기 나에게
백문아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듣는 것이 한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그만큼 직접 경험은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거나 비교적 대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팬데믹 상황에서는 직접 경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인 스물 초반.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 스무 살 또한 순식간에 지나가고 말았다.그렇지만 인간에게는 ‘간접경험’이라는 게 존재한다.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게 있는가 하면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는
제주 BOOK카페 ⑦ 햄버거만 보면 김금희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문학동네, 2016)가 떠오를 정도로 그 책이 좋았다. 임철우의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현대문학, 2019)은 제주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연륜이 느껴져 완급 조절이 괜찮았다. 김금희의 소설 『복자에게』(문학동네, 2020)는 복자성당이 연상돼 반가웠다. 결국 독서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 읽는다.1900년 서귀포 본당으로 설립돼 출발한 서귀포 천주교 교회는 모슬포 본당, 서귀 복자 본당, 성산포 본당, 효돈 본당으로 분리됐다. 1987년 6월 항쟁 때
내가 우리 집 옥상에서 텃밭을 일구기 시작한 건 한창 대파 값이 치솟았을 때였다. 유튜브에는 대파 키우기 영상이 수없이 올라왔고, 내 친구들도 하나 둘 대파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 유행에 편승하고자 모종가게에서 대파 씨앗 몇 개를 사왔다. 키우기 쉽다는 모종가게 아저씨의 말에 상추를 포함한 채소 씨앗 몇 개도 샀다. 인터넷에서 대형 화분을 주문했고, 식물 영양제에 혹시나 싶어 친환경 살충제도 구매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끝에 마침내 씨앗을 심었고 새싹의 소식을 기다렸다. 며칠 후 화분 곳곳에서 아주 작은 새싹이 솟아났다. 씨앗이
코로나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2번 연기된 끝에 드디어 8월 16일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샌 안젤로에 도착했다. 도착 후 가장 놀랐던 점은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나 미국 내에서 경유한 비행기 안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있었다. 하지만 공항 밖에 나온 순간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몇몇 소수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턱스크를 하거나 코를 덮지 않은 채 마스크를 하고 있는 사람도 꽤 많
제주 BOOK카페 ⑥ 오성찬 소설가가 운영하는 반석출판사가 있었다. 그 출판사에서 낸 책 중에서 제주의 마을을 소개하는 문고판 시리즈가 있다.그렇게 제주의 각 마을을 정리하는 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마을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역사, 민속, 설화, 사람 이야기도 싣는다.마을지가 있지만 지나치게 행정적인 성격이 강한 마을지가 많다. 그래서 귀중한 부분들을 놓친 마을지는 안타깝다.지역 신문사에서도 제주의 마을을 소개하는 기획 연재를 종종 펼친다.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 지역의 시간과 공간을 확인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배달 오토바이의 운행 또한 증가하면서 단속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륜차 신규등록은 2018년 10만1603대에서 2020년 14만4944대로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운행 과정에서 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사고는 2018년 1만7611건에서 2020년 2만2258건으로 26% 이상 증가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7월 이륜차 교통법규 준수를 실태조사한 결과 이륜차의 46.5%가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제주 BOOK카페 ⑤ 어린 눈에도 종려나무는 제주도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야자나무라 불렸던 그 나무는 어울리지 않게도 이름이 종려나무다.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채 시든 가지를 늘어뜨린 종려나무가 흔했다. 눈보라 속에서 떨고 있는 모습도 겨울이면 볼 수 있다. 제주도 종려나무는 관광지 제주에 이국적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식재한 정책의 결과다. 그래도 남국의 정취를 제대로 풍겼으니 제주 관광 산업의 발전에 꽤 기여했다.제주도 사람들은 종려나무를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 주택가에서 키 큰 종려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화두에 오르고 있는 'n번방 사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텔레그램과 같은 메신저를 이용하여 아동 성 착취물을 유포하는 끔찍한 범죄이다. 경찰들은 텔레그램뿐만 아니라 다른 메신저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 '디스코드"라는 메신저로 성 착취물을 퍼트린 10명을 붙잡았는데 8명이 미성년자였고 그중 1명은 만 12살 소년으로 밝혀져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대전에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 신입생이 뺑소니를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뺑소니 가해자는 불과 만
나는 예전부터 과제나 일을 잘 미루고 잊어버리곤 했다. 근래 비대면 강의가 지속되면서 이러한 습관 때문에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동영상 강의에 대한 집중력도 현저히 낮아서 강의를 듣는 것보다 책을 보며 혼자 공부하는 게 더 나을 지경이었다. 이렇게 학업 수행에 문제가 많다 보니 비대면 강의를 시행하는 매 학기마다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고 자주 우울감을 느꼈다. 그러다 최근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가 성인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도 고민 끝에 성인 ADHD를 진료하는 병원을 어렵
제주 북 카페 4 대전에서 공부할 때 갑천에 자주 갔다. 강가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았다. 그 물에는 이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요일과 시간과 날씨에 맞춰서 이름을 지어주곤 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연주곡 ‘Wave'를 들으며 저녁을 맞이했다. 그때 시도 몇 편 쓴 것 같은데 노트를 잃어버렸다. 그래도 내겐 갑천의 오후가 여전히 내 가슴에 흐른다.내가 갑천을 각별하게 말했지만, 그곳은 대전 사람들에게는 동네 하천이다. 내가 이방인이었기에 갑천의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문경수는
언젠가 후배가 나에게 고민 상담을 부탁한 적이 있다. 자신이 지금 있는 상태와 지금 상태에서 변화를 요하는 선택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은 했지만 상담이 끝난 이후에도 한참을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선택에 대해 주관적인 생각을 섞어 얘기 하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삶을 사는데 있어 사소하든, 중요하든 선택을 강요받는다. 지금도 당장 야식을 먹고 과제를 더할지, 일찍 자고 일어나서 일찍이 과제를 시작할지를 고민하고 있다.이러한 선택은 정말 사소한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있는
현재 여러모로 논란이 되고있는 민식이법 개정 청원이 4월 6일 오후 6시 기준 32만 8000명을 넘어서며 33만에 다다르고 있다.민식이 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9살의 김민식군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으로, 2019년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해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민식이 법안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제주 BOOK카페 ③ 오월이다. 오월에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김진철의 (2019, 한그루)은 화산섬 제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주인공 이름 낭이와 타니는 ‘탄낭’에서 나온 말이다. ‘탄낭’은 화산탄이 날아가 박혀 오목하게 된 것을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직접 수월봉으로 나들이를 하면 5월이 더 빛날 것이다. 아이와 함께 화산 이야기로 모험을 떠날 수 있다. 이 책을 낸 김진철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의 이야기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이야기로 창작 작품을 만들면서 이야기가
인터넷 검색창에 ‘평균’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여러 검색어가 제시된다. 평균 키, 평균 몸무게, 평균 소득 등 우리에겐 익숙한 단어들이다. 그렇다면 평균은 어떤 점에서 의미를 지닐까?사람들은 평균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매 순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스스로에게 요구한다. ‘평균’이라는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응한다. 우리는 평균주의의 늪에 빠져있다. 하지만 평균이라는 수치가 삶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이유는 자명하게도 개개인의 삶은 다차원적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삶은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고, 사람
사람은 기억이 시작된 순간부터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고민과 생각이 많아지면 불안과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자신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흔히 말하는 ‘나 요즘 힘들어’ 상태가 된다. 우리의 마음을 방, 생각을 물건에 비유해 보겠다. 맴도는 생각들은 방에 어질러진 물건들이고 그 물건이 과연 나에게 필요한지는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라는 식으로 꾹꾹 눌러 마음 한편에 묻어둔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마음의 짐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방에
제주 BOOK카페 소설가는 발견하고, 시인은 발명한다. 소설가는 시대의 현상 속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발견해 환기한다. 시인은 대상의 모습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국 문학은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습관적으로 지나쳐버리는 것들을 조명한다. 그러므로 그 지역을 알려면 그 지역의 문학을 살펴보면 된다. 그러니 이 책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는 제주를 이해할 수 있는 제주 해설서다.대학 때 교내 신문사에 투고한 시의 제목이 「유년의 바다」였다. 그 시 원고는 이제 없지만, 제목과 내용이 어렴풋이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