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BOOK카페 < 23 >어렸을 때 조수웅덩이에서 놀았다. 그곳이 조수웅덩이인 줄 몰랐다. 그때 자주 봤던 물고기가 범돔과 베도라치라는 걸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범돔은 호랑이 무늬를 지니고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범돔을 보면 남태평양 바닷속이 떠올라 범돔 따라 꿈꾸듯 잠수를 하곤 했다.바위게가 나타나면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바위게는 바위 틈 사이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어린 우리는 고사리손을 집어넣었다. 서로 바둥대며 옥신각신 줄달음질을 했다. 옆으로 기어가는 게가 재미있어서 우리도 따라 흉내 내며 웃었다. 어른들은 바
제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해마다 꾸준히 늘면서 코로나19 이후 2019년 17만6,000명, 2020년 17만3,000명, 2021년 16만9,000명으로 3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의 청년인구 부족이 불러오는 문제점은 정책, 기업, 개인적 측면에서 다양하다. 청년의 인구 부족은 정책 추진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렵고 이는 불평등 혹은 소외되는 정책이 나타나는 문제를 야기한다. 기업적 측면에서는 필요한 인원이 부족하여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업 운영에 불편함을 겪게 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점은 제주도의 취업
오늘도 어제와 같았다. 계속 같은 자리를 도는 시계바늘처럼, 앞을 향해 달려가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돌고 있는 느낌이 들 때,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불안할 때가 있다.초등학생 시절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나 내 꿈은 대통령에서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을 보곤 대통령에서 선생님으로, 선생님에서 군인으로, 매순간은 내 꿈이 됐고 유년시절의 나는 꿈을 말하는데 막힘이 없었다.하지만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자 꿈은 그저 꾸는 것만이 아닌 좇아야 하는 것이 됐다. 뜬
개교 70주년을 맞은 국립 제주대 곳곳에서 치열하게 펼쳐졌던 학생자치기구 총선거가 마무리됐다. 특히 4년 만에 경선으로 진행된 총학 선거는 학교 밖에서도 관심거리였다. 외부자이지만 동문으로서 선거공약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당선된 어울림 총학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총학, 소통하는 총학, 행동하는 총학이란 포부를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시험기간 2주간 주차비용 할인 등 학생들을 위한 체감형 공약에서부터 총학 집행부 공개 모집과 월별 활동 브리핑과 4·3연대국 신설 등을 제시했다.80년대 중반 총학생회 직선제 부활과 함께 87년 6월 항
최근 도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제주도가 다양한 청년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작 10명중 8명은 관련 정책을 모른다는 내용이다. 그야말로 정책은 일방통행이고, 대학생들에게는 관심 밖인 동상이몽(同床異夢) 형국이다.제주특별자치도의회와 (사)제주지방자치학회가 지난 11월 25일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세미나실에서 ‘제10회 대학생 차세대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주대 행정학과 학생들이 도내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정책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그 중 현재 제주도에서 시
2022년의 끝에 다다랐다. 설레는 마음으로 연말을 준비하며 나에게 올해는 어땠을까? 떠올려본다. 올해 초에 세운 새해 목표를 되짚어보기도 하고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를 언제 이룰지도 고민한다.하지만 연말에 대한 설레는 마음도 잠시 올해를 돌아보면 정신없이 살아왔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일 하나를 끝내면 새로운 일 시작하기를 반복하며 정신없이 살고 있다.이럴 때마다 ‘바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고등학생 때부터 나는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당장 할 일부터 하자’
필자가 제주대학교에 재학했던 시절 해양과학대학에 다녔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이유가 있었다.다른 단과대학과 달리 해양과학대학은 장학금 혜택이 좋았고, 학부생이 여러 연구과제에 참여해 취업에 유리했다. 또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다양한 길도 열려 있었다.당시 해양과학대학 졸업생들은 건설ㆍ토목ㆍ환경 분야는 물론 해상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관ㆍ기업에 다수가 취업했다. 남들이 부러워했던 한국전력 계열사인 한국남부발전ㆍ한국중부발전에도 입사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친구들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해외 유학의 기회도 얻었다.이처럼 해양과
제주 BOOK카페 < 22 > 이 책은 전국의 예순다섯 오일장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하지만 시장 구경은 핑계다. 저자의 발길은 어느새 식당으로 간다. 제철 식재료로 사용하는 지역 식당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나도 따라 전국 오일장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오일장을 중심으로 맛 따라 여행을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 속에 째복이 실하게 들어 있는” 매운 순두부를 먹을 수 있는 강원도 양양 양양순두부, “장흥에서만 200Km 운전하고 다닌 피곤함을 매콤히 밀어낸” 맛의 아귀 불고기가 있는 전남 장
요즘에는 OTT 서비스로 쉽고 빠르게 누구나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예능,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들도 한 달에 싸게는 몇 천원, 비싸봤자 만원에서 이만원 정도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몇몇 OTT 서비스들은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짧게는 일 이주 길게는 한 달 정도 무료이용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OTT 서비스가 발전해 가면서 반대로 영화관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 이용이 줄어들게 될 때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OTT를 찾았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많이 완화되고
11월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영역별로 1등급 원점수 기준(커트라인)은 불수능이었던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입시업계에선 대학별 정시모집 합격선은 이전해보다 다소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시험을 잘 치고 좋은 점수를 받아도 원하는 대학에 가기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실상이다. 하지만 ‘인서울’을 원하는 수험생 모두가 그 꿈을 이룰 수는 없다.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으로 지방대는 신입생 정원조차 채우기가 쉽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입학한 뒤에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
10ㆍ29 참사(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었다. 대형 화재ㆍ교통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누가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압사하는, 날벼락 같은 일이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졌다.지금까지 158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쳤다. 희생자의 상당수가 미처 꽃 피우지 못한 청춘인 탓에 국민들은 가슴이 더욱 아프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는 부모가 많아 국민적인 트라우마의 강도가 높다.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오버랩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가
청년에게 취업 시즌은 힘겨운 시간이 된 지 오래다. 요즘은 취업 시즌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규모 공채가 사라지고 소규모 수시ㆍ경력직 채용이 늘어서 대학 졸업생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간이 된다.수십 개 기업에 원서를 넣고 몇 개 기업의 서류 전형에 통과하면 스펙 관리를 잘했다는 말을 듣는다. 서류 전형에 통과했어도 남은 관문이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기업마다 AI 면접 등 새로운 전형이 등장하고, 인ㆍ적성 검사 등 기업마다 실시하는 전형을 통과해야 면접 기회가 주어진다. 이러니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대기업 취업이 어렵다는 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온 대사 중 하나이다. 영화 속에서 큰 힘이란 말그대로 힘을 뜻하겠지만 현실세계에서의 힘은 권력이 될 수도,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한 선택, 그 선택으로 얻은 본인의 자리와 권력에는 당연코 ‘책임’이 뒤따른다. 학생자치기구 역시 그러하다. 11월 16일 2023학년도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됐다. 4년 만에 진행되는 경선에 많은 학생들이 선거 결과에 주목했다. 그러나 선거로부터 하루가 지난 17일에도 공식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개표 과정에서 중복투표가 발견됨에 따라 개표가
It’s sad so sad / It’s a sad sad situation / And it’s getting more and more absurd / It’s sad so sad / Why can’t we talk it over / Oh it seems to me / That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살아 있는 전설’ 싱어송 라이터 엘튼 존이 1976년 발매한 가사 일부다. 이태원에서 발생한 ’10.29 참사’ 앞에서 시민들이
제주 BOOK카페 < 21 >서점 우편함을 열어보니 책 한 권이 있다. 이제 사람은 없고 책이 도착했다. 고(故) 고봉선 작가의 책 『책방길 따라 제주 한 바퀴』이다. 서점 가운데 매대에 놓았다가 제주 관련 책을 모아놓은 책꽂이 옆 동그란 탁자 위에 놓았다. 책은 마치 늦게 도착한 편지처럼 차마 꺼내서 읽어보기가 망설여졌다.책방을 운영하면 기자나 책방 관련 책을 내려는 사람이 인터뷰를 요청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사전에 조사를 철저히 하는 사람과 반대로 사전 조사 없이 방문하는 경우. 결과적
기독교의 에덴동산, 중국의 무릉도원, 티베트의 샴발라 등 고통 없이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알려진 가상의 공간을 우리는 낙원(樂園)이라 부른다. 낙원에 대한 상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삶을 이어나갈 원동력이 돼줬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세계’에 대한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이상 사회’에 걸맞은 구체성을 확보한 것들 또한 존재한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16세기 당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사회적 부조리를 통렬히 비판하는 동시에 이러한 부조리의 이상주의적 해결 방안인 ‘유토피아’에 대한 설명한다. 유토피아의 주요
해장국은 대개 술을 마시고 난 뒤 거북한 속을 풀기 위해 마시는 국을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해장국 언론’은 2019년 한겨레에 쓴 전북대 강준만 명예교수 칼럼에서 나온 말이다. 그 칼럼에서는 “누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가?”라는 기준에 따라 ‘의인’과 ‘참언론’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해장국 언론’을 갈망하고 있는지 성찰하게 한다.해장국 언론을 갈망한다고 볼 때, 전제되는 것은 언론사를 선택적으로 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언론에서 필요한 정보, 가치, 체계를 얻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
참담하다. 아무도 거리에서 죽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청춘의 한때가 그렇게 무참히 저버릴 까닭도 없었다. 철없는 치기도 아니었고, 주최 측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를 겪었던 아이들이, 그때 살아남은 스물의 아이들이 다시 죽음의 공포 앞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침묵의 애도’가 아니라 ‘책임의 추궁’이다. 뒤늦은 후회로서의 애도가 아니라 어른으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로서, 비통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져
나쁜 습관은 금세 배우고.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습관의 양면성은 자신의 삶에 있어 중요한 방향성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습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나 심리학적으로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말로는 관례나 관습, 버릇 등이 있다.습관은 한 사람을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좋은 습관은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는 지난 6월 출간된 나태주 시인의 시집 제목이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에서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을 전한다.요즘 현대사회는 바쁘게 돌아간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말이 현대인들의 공감을 받아 유행어로 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