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도서관에서 빌린 ‘언어학 개론’을 펼쳐놓고 한가한 금요일 오후를 즐기려던 참에, 정말 오랫 동안 만나지 못한 고교동창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나 OO야, 지금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심포지엄에 참석중인데, 너 어디 있니?” 고교 시절에는 잘 몰랐지만 대학교 교양과정 중에 같은 캠퍼스를 쓰는 바람에 몇 번
제주대에 임용돼 2개월도 지나지 않은 짧은 기간동안 4차례 투표할 기회가 있었다. 총장직선제 폐지 찬반투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불신임 투표, 교수회장 보궐선거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였다. 투표와 선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학연, 지연, 혈연의 관계로 상이한 주장을 접하며 집단의 사정과 얽히고 엮여졌지만 마지막 의사결정은 개인의 몫이었다. J. W. Newst
이 세상에 난 사람들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고 나이 들어감이다. 10년 전, 20년 전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연륜을 ‘삶의 지혜’라고 뿌듯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사가 모두 그렇듯이 얻는 것이
사람이 아는 바는 모르는 것보다 아주 적으며 사는 시간은 살지 않는 시간에 비교가 안될 만큼 아주 짧다. 이 지극히 작은 존재가 지극히 큰 범위의 것을 다 알려고 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져 도를 깨닫지 못한다.-장자- 필자가 제주대 법전원으로 오기 전 대학원시절 은사님 한 분께서 나를 부르셨다.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로 임용된 것을 축하해 주심과 동시에
언젠가 TV에서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 1946∼)이라는 프랑스 항공사진작가에 대해 방영하는 것을 볼 기회가 있었다. 방송 내용은 150여 개국을 돌며 지구의 모습을 기록해온 얀이 독도와 경주, 남해안 일대 등을 촬영하여 ‘하늘에서 본 한국’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열기구를
오키나와는 1879년 메이지 시대에 일본에 병합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류큐왕국으로서 독립국이었다. 그러다가 조선이 일본에 병합되면서 식민지로 전락한 것처럼 거의 같은 시기에 류큐도 일본의 식민지 땅이 되었다. 2차대전 후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독립이 된 반면에 류큐는 불행하게도 일본에 이어 또 다시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전후 미국은 오키나와를 동
임진년 새해를 맞이해서 자비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자비(mercy)는 정의(justice)와 달리 그림처럼 순전히 개인적인 창조물이다. 신의 은총의 한 형태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비란 정의의 규칙들 아래에서는 좋은 대접을 요구할 권리가 없는 사람에게 자진해서 희생하고 호의를 베푸는 행위이다. 어떤 예술 작품의
지난 9월 미국에서 시작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는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는 아메리카 신대륙 정착 초기에 인디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성벽을 둘러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제는 세계의 금융 중심지가 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에서 알 수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고 난 뒤 10월 7일 대부분 일간지들은 스티브 잡스에 대한 특집을 내보내면서 2005년에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감동적인 연설에 대해서도 인용해서 보도했다. 스티브 잡스의 인생관이 잘 나타나 있으며, 명연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간지에 나타난 스탠퍼드대 연설문에 대한 번역들을 보면 오역들이 많이 나타나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거대한 힘의 이동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하나의 중심에서 벗어난 다(多)중심체제의 역학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적 접근이 요구된다. 새롭게 재편된 동아시아의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은 대국으로 다시금 등장하였고, 동아시아인의 역사적 기억 가운데 잔재한 중화제국의 이미지 또한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생과 협력이라는 시대적 패러다
내 강의(성과학)를 수강하였다는 학보사 기자한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주대신문에 글을 기고해 달랍니다. 몇 번 거절하다가 수락하였습니다. 그 날부터 어떤 내용의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풍요롭고 좋은 계절에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을 두서없이 글로 써보고자 합니다. 인간은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습니다. 대체 남녀는 왜 사랑을 하는
학보사 기자가 전화로 정년퇴임 소감을 물었을 때, 25년 전 면접 보던 때의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그때, 총장님은 왜 우리 대학에 지망했느냐고 물으셨고, 나는 어디에서 근무하든 할 나름이라면서, 뽑아주신다면 제주도를 소재로 삼아 좋은 시를 쓰고, 벤트빌트 대학의 랜섬(J. C. Ransom) 교수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벤트빌트 대학은 미국
개강입니다. 여름 방학 때 제가 만사 제쳐두고 꼭 하는 일은 2학기 수업 중 중국현대문학사라는 중어중문학과 필수 과목의 레포트 제목을 정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두 요소 중 하나는 중국현대문학사 최고의 명작이라 할 수 있는 노신(魯迅)의 「아Q정전(阿Q正傳)」을 읽힌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최근 국내외에서 발생
북적북적활동을 하면서 여름방학동안 읽은 책 중에 서울대 김난도 교수님이 지으신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있다. 이 책이 전국 비소설분야 책판매 순위에서 오랜동안 1위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춘시절의 아픔과 고난, 고민은 내가 학창시절이었던 때에도 격렬한 불꽃으로 여전히 나의 가슴 한켠에 생채기로 남아 있다. 나의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하고 현실사회에 둔감한 젊은이들이 촛불을 들었다. 미선이와 효순이가 미군 장갑차에 치어 꽃다운 목숨을 잃었을 때도,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온 나라가 들썩일 때도, 금수강산의 생태를 유린하고 환경재앙을 일으키는 4대강 개발에도, 청정한 평화의 땅을 중장비로 깔아뭉개 군사기지를 만들려는 국가권력의 횡포에도 애써 광장을 외면했던 그들이
어디에나 앞자리와 뒷자리가 있다. 학교에서도 있고 사회에서도 있고 야구경기장에도 있고 유명가수 공연장에도 있다. 늘 앞자리에 앉는 사람도 있고 뒷자리에 뒤처지는 사람도 있다. 자리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오케스트라는 자리에 따라 관람 가격이 크게 다르다. 무대에 가깝거나 좋은 위치일수록 입장료가 비싸다. 유명가수의 콘서트도 자리에 따라 가격
평화의 섬 제주가 갈등의 섬 제주가 되고 말았다. 강정 해군기지 때문이다. 애초에 정부가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게 된 배경과 취지는 제주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와는 상치되는 것이었다. 강정 해군기지를 둘러싸고 미래 비전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견해 차이는 2002년부터 9년이 지나는 동안 전혀 해소되지 않은채 흘러오고 있다. 세계평화의
인간은 수렵채취사회와 농업사회를 거쳐 산업사회를 출현시켰고, 지금 정보화사회로 가고 있다. 산업사회는 물질적 풍요성과 생활의 편리성 증대를 최고의 발전목표로 설정하여 출현하였고, 사회체제도 풍요성과 편리성 증대에 가장 효율적으로 구조화시켰다.산업사회의 명과 암 인간은 자연에서 자원을 추출하여 재화와 용역으로 생산하고, 생산된 재화와 용역은 유통을 거쳐 소비
우리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 6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통일과 관련된 제 요소들에 많은 변화가 있어 왔고 ‘통일의 주체’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통일의 주체’인 대한민국 국민은 2011년 현재 90%가 분단 이후 태어났으며, 이들은 분단 이전 상태를 책과 교육을 통해서 배우고 있다. 이들은 우리 땅
지금 강정마을은 전쟁 중이다. 공사를 강행하려는 해군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하다 사법처리를 당한 주민이 이미 40명이 넘었고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공사 강행을 저지하다 구속이 되자 목숨을 건 옥중 단식을 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대도민 호소문을 통해 죽음을 각오하고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막아내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