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대학교 개강과 동시에 2학기가 시작됐다.이번 학기는 열심히 공부할 것이란 다짐을 다지는 학생부터 종강을 바라는 학생까지 다양하다. 열정, 기쁨, 짜증, 싫증 등 개강으로 인해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당연하겠지만 학교를 다시 다니니 방학보다 훨씬 바빠졌다. 들어야 할 학점도 있고, 맡은 업무들도 있으니 말이다.바빠진 나를 보며 어떤 한 친구는 “젊을 때 놀아야지”라고 말했다. 젊을 때 놀아보지 않고 열심히 살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게 요지였다.그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젊음이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열
시간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시간은 모든 것을 빠르게 집어삼키는 망각이다.시간의 신이라고 불리는 크로노스가 자식들을 잡아먹었다는 신화 속 이야기는 시간에 대한 인간의 공포와 경외를 잘 보여준다.망각의 블랙홀 같은 시간이지만 인간은 소멸의 시간 속에서 불멸을 꿈꾸었다.진시황은 영생의 꿈을 꾸었다고 하지만 인간이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오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이었다.알타미라의 동굴 벽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 1만 8천 년 전의 시간을 가늠이나 해볼 수 있었을까.잔혹한 포식자인 시간 앞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흔적들은 예술이자 기억
제주 BOOK카페 한 5년 전 즈음이다. 같은 동인 활동을 하던 사람이 등단을 하게 돼 서울까지 축하를 하러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강지혜 시인을 처음 봤다. 그는 몸이 왜소하지만 눈빛과 말에서 무언가 당찬 느낌이 있었다. 정장 비슷한 옷을 말쑥하게 입은 것도 한 몫했으리라.짧은 인사였는데, 내가 제주도 사람인 걸 알게 되자 그는 자신도 곧 제주도로 이주할 거라고 말했다. 제주도 이주는 열풍에 가까워 누가 이주한다는 게 새삼스러울 게 없었으나 서울에서 제주 이주 계획을 듣는 건 처음이라서 인상적이었다. 하지
각종 사회적 난항과 코로나 블루가 겹친 요즘 가장 트렌디한 키워드는 바로 ‘힐링’이다. 비단 올해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히려 힐링이란 키워드가 성행한 건 힐링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의 베스트셀러가 출판됐던 2018년이었다. 그리고 짧은 트렌드일 줄 알았던 힐링콘텐츠들은 여전히 쏟아지듯 발행되고 있다.이러한 현상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길어지는 펜데믹에 코로나 블루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요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들은 왜 책 표지부터 누워있냐’라는 게시글에 많은 소비자가 공감해 밈으로
20살이 되고 대학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필자의 경우는 “결제가 완료됐습니다”이다. 만 19세가 되고 이제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 나의 계좌를 만들 수 있으며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고 그 카드로 맥도날드 1955 버거 세트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바뀐 점은 나의 카드로 결제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뿐만 아닌 그 결제가 곧바로 나의 지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금융 권리가 확대되는 순간부터 모든 소비에 대한 책임도 비례하게 지게 됐다. 학교에 입학하고 통장에 구멍이라도 난 건지 3, 4월 5
이번 윤석열 정부의 첫 8ㆍ15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다 사법처리된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정부의 명예회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은 어디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정부는 올해 제77회 광복절을 맞아 8월 15일자로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통합에 초점을 맞춰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특별배려 수형자 등 특별사면 대상자 1693명을 결정했고, 이를 지난 12일 발표했다. 재벌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했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여기 세간의 환호를 받은 두 명의 젊은 정치인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대비되는 구도를 만든다. 두 사람은 여당과 야당, 남성과 여성, 안티 페미니즘과 페미니즘 등 각각의 가치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자리 잡으며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두 사람의 직책이 전 직책인 이유는 미묘하게 다르지만, 두 정치인은 선거를 치른 후 몸담았던 당으로부터 배제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소포모어 징크스가 있다. 이는 2학년(sophomore)과 징크스(jinx)가 합쳐진 말로 첫해 또는
최근 엄청난 흥행을 몰며 각종 인터넷매체 인기순위를 차지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드라마 속 ‘우영우’ 캐릭터는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장애인, 자폐아로 등장한다. 우영우가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을 이렇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별똥별, 우영우” 우영우를 통해 사람들은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함께 사회를 살아가야한다는 따스한 시선을 던진다. 놀랍게도 나는 이런 훈훈한 분위기에서 최근까지 비난받던 장애인 시위 현장이 생각났다. 왜 우영우는 흥행하는데
‘팩트체크(fact-checking)’란 주로 언론인들이 기사 작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젠 ‘가짜뉴스’가 횡횡하면서 팩트체크란 단어가 일상으로 들어왔다. 일상생활은 물론 정치 분야에서 의도된 가짜뉴스는 큰 이슈다. 언론사들도 취재 분야 중 ‘팩트체크’를 따로 두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아예 시민참여형 ‘팩트체크넷’을 운영하고 있다. ◇공약 지키기 제대로 되고 있을까?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들은 유권자를 향해 공약을 발표한다. 남발될 정도다. 올해 진행된 대선,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발표된 공약만 이행된다면 국
제주 BOOK카페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제주도에는 이야기가 많다. 마을지에 수록된 이야기들만으로도 재미있는 책을 여러 권 낼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다.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그 이야기에는 사람들의 정신이 들어 있다.이 책 『사라진 골짜기』의 이야기는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날이야기와 비슷하다. 아주 옛날에는 제주도에도 호랑이가 있어서 그 호랑이가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다. 그래서 한 스님의 도움으로 주문을 외워 호랑이를 사라지게
필자는 한 교양 수업 중 학교 쓰레기를 줍는 시간을 가졌다. 인문대학에서부터 걸어서 운동장 한 바퀴를 돌며 바닥 쓰레기를 주웠다. 쓰레기의 90%가 담배꽁초였다. 손으로 담배꽁초를 줍다 보니 손에도 담배 냄새가 뱄다.평소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나는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저절로 코를 막게 된다. 또 학교를 다니다 보면 단과대 앞이나 뒤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치기도 한다.현재 학과 내만 해도 흡연자가 대다수이다. 비흡연자보다 흡연자의 수가 더 많은 정도이다. 이렇게 보니 학교에 왜 그렇게 담배꽁
학교 수업에서 조별 과제는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마음이 잘 맞고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팀원들을 만나면, 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수월하고 무난하게 풀려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으며, 보통 조별 활동에서는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적극적이지 않은 팀원들을 만나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그렇다면 구성원의 자질이나 책임감과 관계없이 좋은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최고의 팀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안정감이 필요하다. 만약 팀원 중에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노력하지 않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
선거가 끝났다. 당락이 결정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서 12곳에서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도지사와 제주 등 5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유권자들이 ‘정권 안정론’을 택했다는 언론의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전국적인 판세와 달리 제주에서는 민주당이 20년 만에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도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27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되었다. 28세의 역대 최연소 당선자를 비롯해 20, 30대 정치인들도 탄생했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부분은 정의당, 녹
모소 대나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얼마 전 제주중앙여고 정문 옆에 걸린 현수막 문구에서 그 존재를 알게 됐다.중국 극동지방에서 자라는 이 대나무는 씨앗이 뿌려진 후 4년 동안 단 3㎝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다 5년이 되는 해부터는 매일 30㎝씩 폭풍 성장하고, 6주차가 되면 15m 크기로 자라나 그 주위를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만든다.모소 대나무에게는 지난 4년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식물 전문가들이 땅을 파봤더니, 이 대나무는 그 기나긴 시간 동안 깊고 단단한 뿌리를 땅속에 내리고 있었다. 엄청난 도약의 힘을 만들기 위해 인고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지난 6월 1일에 실시됐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교육감, 도의회의원(지역구ㆍ비례대표), 교육의원의 5개 선거가 치러졌으며, 제주시을은 재ㆍ보궐 선거로 진행됐다. 이번 지방선거 전국 투표율은 50.9%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전국 투표율인 60.2%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제주도는 65.9%였던 4년 전 대비 12.8% 낮아진 53.1%를 기록했다. 이처럼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이며 특히 2030세대 청년 투표율이 다른 연령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에 비해 저조하게 나타난다. 우리
큰 병이 나면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로 가는 도민들이 많다.원정 진료를 가는 이유는 제주지역 의료 수준에 대한 불신과 정보 부족, 진료의 한계,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에 따른 것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로 가면 치료와 입원, 간병에 있어서 많은 불편과 제약이 따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원정 진료를 떠난 도민은 전체 환자의 16%인 11만3820명에 이른다.이로 인해 도외로 유출된 의료비는 1870억원이다.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포함하면 도민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원정 진료로 인한 도민 불편과 의
제주 BOOK카페 이 책의 저자 김유경은 미술치료를 연구해왔다. 저서 중에 (학지사, 2014)가 눈에 띈다. 기억의 색을 찾아 그림으로 복원하는 것은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북촌리에서 4ㆍ3을 겪은 이영자의 기억을 스케치북에 담은 책이다.1934년생인 그는 1949년 1월 17일 북촌초등학교에 영문도 모른 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모였다. 군인은 민보단 책임자를 먼저 총살하고, 이어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주민 수십 명씩 근처 밭으로 끌고 가 다시 총살했다. 이
에서 자유는 말했다. “임금을 섬김에 번거롭게 자주 간언을 하면 곧 치욕을 당하게 되고, 친구에게 번거롭게 자주 충고를 하면 곧 소원해지게 된다.”처음에는 이 말에 반대했다. 20년을 조금 더 산 풋내기가 2000년도 더 산 앞에서 목을 빳빳이 들고 ‘이게 고전의 지혜냐’고 따져 물었다.그런데 대학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자유의 말이 옳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서 누군가를 알아갈 때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제주대학교 학생 상담센터에서 오는 5월 27일과 6월 3일 이틀 동안 “인간관계?
2010년 9월 G20 서울 정상 회의 폐막식에서의 한국 기자들을 기억하는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후 한국 기자들에게 따로 질문할 기회를 줬지만 단 한 명도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사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대학 수업만 봐도 한국 청년들은 질문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교수님들이 하시는 공통된 말씀이 있다. 2학기보다 1학기 수업이 더 어렵다고. 안 그래도 질문 안 하는 학생들이 1학기엔 더 경직 돼 있어 그 누구도 선뜻 질문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1시간이 넘는 수업을 온전히 홀
제주지역 풀뿌리 자치 일꾼 48명이 6월 1일(사전투표 5월 27~28일) 선출된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1명과 제주도 교육감 1명, 도의원 40명(지역구 32명ㆍ비례대표 8명), 교육의원 5명이 탄생한다. 제주시을 지역구 국회의원 1명도 새로 뽑힌다.6ㆍ1지방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는 총 100명이고 보궐선거 후보는 3명이다. 제주도지사 선거 후보는 4명으로 모두 도지사를 향한 첫 도전이다. 교육감 선거는 2명이 출마했다. 4년 전 선거의 리턴매치다. 도의원 선거는 32곳 지역구에 6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비례대표 도의원 후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