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다. 어김없이 꽃은 피고 진다. 제주4ㆍ3특별법이 개정되고 희생자에 대한 보상도 실시될 예정이다. 누군가는 이제야 봄이 왔다고 한다. ‘완전한 해결’이 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봉인된 기억으로 남은 이들도 적지 않다. 4ㆍ3에 대한 색깔론도 여전하다. 4ㆍ3학살의 주범인 박진경 대령의 추도비에 시민단체들이 역사의 철창을 세웠지만 조선일보는 박진경을 ‘남로당과 맞서 싸워 대한민국을 지킨 인물’이었다고 호도하고 있다. 양손자의 입을 빌려 ‘창군 주역에 대한 조롱’이었다고 공격한다. 진상규명이 책임자 처벌로 이어지지 못한
제주대의 4월은 벚꽃으로 상징된다. 교내ㆍ외 만개한 벚꽃길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설렘을 제공한다. 도민들과 관광객들에게는 ‘사진맛집’ 장소가 되고 있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까지 제주대의 4월은 사실 벚꽃 향기만 진동하던 교정은 아니었다. 4ㆍ3을 도민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제주대 학생들이 있었다. 교문을 나서자마자 마주친 것은 벚꽃길이 아니라 ‘백골단’과 ‘체류탄’이었다. 격렬하게 한판 격돌 후 제주시청이나 중앙로까지 가두시위를 이어가면서 4ㆍ3의 진상을 제주도민들과 함께 공유했던 청년들의 몸짓이 있었다. 그동안 4ㆍ3 운동
4월 5일은 제77회 식목일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필자의 주변에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경북 울진을 시작으로 삼척·강릉·동해 지역을 강타한 산불로 인해 엄청난 숫자의 나무가 소실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에서 불에 탄 나무가 울진·삼척에서 1961만 7587그루, 강릉·동해 522만 1872그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산불로 인해 소실된 나무를 생각해서라도 올해 식목일에는 꼭 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디에 나무를
제주 BOOK카페 30년이 흘렀다. 1992년 다랑쉬굴에서 유해가 발굴되었다. 11명의 유골이 깜깜한 굴속에 있었다. 30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는 여전히 현재진행이다. 포클레인으로 덮어버린 진실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게 부끄러운 2022년이다. 다랑쉬굴 희생자 유해 발견이 갖는 의미는 4ㆍ3의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 문서와 증언만으로 알려졌던 수많은 집단학살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 발굴은 4ㆍ3의 역사를 실증적으로 고증하여 4·3의
지난해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동안 제주 환경에 관심이 많은 제주청년들이 모였다.제주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직장을 다니고 있는 청년, 제주 바다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이 함께한 블루가든. ‘블루가든’은 제주 올레길 플로깅을 통해 제주 해안가, 올레길 쓰레기 실태를 파악해 쓰레기 수거에 그치지 않고 수거 이후 재활용을 통해 해당 지역에 다시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의 프로젝트다.전국 1등의 쓰레기 배출량 1위 도시가 어디일까? 놀랍게도 인구 60만의 섬 도시 제주도이다. 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다. 2년 넘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속하면서 수많은 것이 변했다. 특히 교육에서 대면교육을 방해하고, 온라인교육을 활성화했다. 동시에 이 팬데믹 상황은 현재 교육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위기이자 기회다. 교육에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경고이자 대전환이 가능한 토대 위에 있다. 팬데믹 상황은 교육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팬데믹이 우리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증명했고, 세계시민으로 살아야 함을 명시했다. 무한 경쟁이 교육에서 생태교육, 민주시민교육 등을 방해한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가운데 극심한 세대와 남녀 간 시각차를 드러내며 치열한 접전 속에 마무리되었다. 선거는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선거 결과에 누군가는 안도하고 누군가는 절망한다. 이번 대선은 우리 사회에 극심한 후유증을 남기는 것 같다. 그 동안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고 인식됐던 이십대와 삼십대의 보수 성향이 드러났고, 또한 이삼십대 남녀 간 극심한 표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더구나 이십대 남자를 일번남과 이번남으로 구분하는 세태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이번 대선은 가히 분열의 대선이라고
김일환 제주대학교 제11대 총장이 3월 25일 취임했다. 먼저 김 총장에게 축하를 보낸다. 김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 코로나 팬데믹 등 교육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첨단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며 “기초학문 육성과 4차 산업혁명 대응 융ㆍ복합 교육 확대를 위해 교육혁신본부를 교육혁신처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김 총장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 과정에서 제주대의 비전으로 ‘함께 만드는 미래, 새로움을 향한 도약’을 내걸고 △교양과 미래 역량을 갖춘 창의인재 양성 △지속 성장을 위한 연구생태
겸손도 미덕이란 말은 과거와 다르게 현대 사회에서 자주 쓰이진 않는다. 자신이 지닌 강점과 능력을 솔직하게, 당당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사이다’와 같은 효과를 끊임없이 재창출하는 현대 사회 속 겸손은 미덕이 아닌 그저 솔직하지 못한 감정표현으로 여겨진다.맞는 말이다. 겸손에는 대부분 부정문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겸손은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을 때, ‘아닙니다’와 같은 말로 부정을 하고, 상대방을 자신보다 더 치켜세우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기에 겸손을 부정적으로 보며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멋짐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주 영화 을 봤다. ‘레벤느망’,( L’Evenement)은 프랑스 단어로 뜻은 ‘사건’이다. 영화는 아니 에르노의 소설 을 원작으로 한다. 오드리 디완이 연출한 은 2021년 ‘제78회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베네치아 영화제’는 국내에서 ‘베니스 영화제’로 잘 알려져 있다.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국제영화제다. 이 한국에서 화제가 된 건 영화제 심사위원장 때문이다. 황금사자상을 준 심사위원장이 봉준호 감독이다. 봉준호와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이 책은 제주도로 이주해 사는 외국 여성들이 낸 책이다. 낯선 나라에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나는 서귀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 여성들을 만나 시를 함께 공부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처음엔 시를 어려워했지만, 시의 매력에 금방 빠져들었다. 낯선 이미지를 형상화하면 좋아서 그들의 나라 이야기는 시의 제재가 되기에 충분하다.레 응우옌 뚜 프엉은 베트남의 껀터 까이랑 수상시장에서 가족과 함께 장사를 했던 경험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배를 타고 수상시장에 과일을 팔러 간다. 배 옆구리에 파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습하고 지상군을 투입하는 전면 침공을 실시했다.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고, 경제적 피해 또한 막심하다.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로 간 난민들의 수가 200만 명을 넘는다. 전쟁 발발 후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전쟁의 공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뒤덮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차마 21세기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유럽대륙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방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2020년 시작된 신종 감염병과의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금껏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2년 전과 비교하면 높았던 치명률은 점차 둔화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안심하기에 이른 분위기다. 여기에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도 한몫하는 것은 분명하다.이 유례없는 전염병은 병적인 합병증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곳곳을 병들게 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의 출현도 전염병이 나은 병 중의 하나인데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이 긴 싸움에서 안고 가야 할 또 하나의 짐이 되었다.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은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에
대선이 끝났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표차는 24만7077표다. 0.73%. 역대 대통령 선거 최소 격차다.선거는 승자독식의 제도다. 승자독식의 구조 아래에서 승자와 패자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3월 9일 샴페인을 터트린 사람도 있겠지만 한숨과 절망과 탄식으로 밤을 새운 이들도 그에 못지않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들 했지만 따지고 보면 극명한 진영 대결이었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상대방이 집권하면 ‘끔직한 결과’가 될 것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공격했다. 상대방을 최악이라고 비난
2022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누가 당선됐나’하는 대선 결과도 주목을 받았지만, 이대녀(20대 여성)와 이대남(20대 남성)의 선택이 이슈로 떠오르며 회자되고 있다.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의 승리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초박빙의 싸움 끝에 0.73% 차이로 이기며 후보자간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대선 결과는 이대녀와 이대남, 4050과 6070, 영남과 호남 등 민심이 둘로 쪼개진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야의 관계 악화는 물론 성별ㆍ지역ㆍ세대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
새로운 시작, 이 두 단어가 주는 울림은 항상 설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기존의 것들을 바꾸고 다시 처음 출발선에 선 상태를 이야기한다.늘 그렇듯 새로운 시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처음’을 선사한다. 처음 누군가를 만나거나 처음으로 무언가를 맡게되는 일은 누군가에겐 설렘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걱정과 불안의 시작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처음이란 단어를 굉장히 두려워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특히나 많이 의식하는 특성 때문인지, 처음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때문인지 내게 처음은 항상
다들 ‘비호감 대선’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열심히 투표한 3월9일 대선은 끝났다. 국회에서 180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권력을 빼앗겼다. 도의원 선거에서나 가끔 보던 1% 미만의 격차였다. 잠들지 않는 새벽을 만들었다. 승자독식 민주주의 체제에서 민주당은 ‘거대여당’에서 ‘공룡야당’이 될 처지다. 이번 ‘묻지마 정권교체’의 민심을 불러일으킨 책임은 1차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있다. ‘서울 부동산’ 정책 때문이었을까? 사실 ‘부동산공화국’의 핵심거점인 강남에서 민주당이 이긴 적은 거의 없다. 강남은 이미
제주 BOOK카페 이재와 나는 이십 년 전에 대전에서 만났다. 나는 눈사람이고, 이재는 낮귀신발이었다. 시를 좋아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닉네임으로 말을 주고받다가 서로 통하는 게 있다고 느껴 대전역에서 만났다. 나는 그때 역 근처 고시원에서 살고 있었다. 우리는 고시원에서 밤새 문학과 영화와 음악 얘기를 했다. 그 우정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시라는 공통점 때문이다.나는 한 작은 문예지 신인상을 받으며 시를 쓰기 시작했지만, 이재는 그 전부터 들고 다니던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더욱 활성화된 사회가 도래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이나 매장에 키오스크가 설치된 것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키오스크란 정보서비스와 업무의 무인·자동화를 통해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단말기를 말한다. 대체로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한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배달 음식을 전화 대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주문하는 것처럼, 많은 매장에서 키오스크가 도입돼 직원과 대화하지 않고도 주문을 할 수 있다. 키오스크는 고객과의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을 최소화하며, 적은 인력으로도 효
2022년 2월 4일 베이징에서 제24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됐다. 평소 올림픽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였지만, 이번 올림픽만큼은 개막식부터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관심을 가지게 됐다.이번 개막식에서는 중국 56개 민족 대표 등 각계각층의 중국인들이 국기에 대한 애정과 유대감을 담아 손에서 손으로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 ’행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옷이 보였다.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인 한복이었다. 당황스러웠다. 한국을 철저히 무시한 이번 퍼포먼스는 세계 평화를 위한 올림픽 정신을 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