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겨울은 어느 때보다 춥기만 하다.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회의(SCM)에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의 논의는 찬 겨울 바람으로 굳게 닫혔다. 단지 ‘운용 개선'만 합의만을 이뤘을 뿐이다.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안보회의에서 “SOFA가 개정된 지 2년 밖에 안되었으며, SOFA와 여중생 사망을 아무 관계가 없다"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말을 전한다.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우리 국민에게 ‘반미'에 대한 감정에 부채질을 하는 격이 되었다.
이러한 상항에서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야할 우리의 정부는 어디 있는가? 추운 겨울과 미국의 기에 눌려 얼어버린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 국민은 미선이와 효순이의 추모제, SOFA 개정 등을 거리 한 복판에서 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정부 및 국회 의원 등 국민의 대표자들은 뉴스 방송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안타까울 뿐이다"라는 말만 하고 있다. 또 국민의 지팡이가 방패로 억울함을 소리치는 시위대를 향해 방패와 발로 내리 찍는 모습을 보며 경찰 간부는 “사소한 작인 일"이라는 발언을 한다.
우리 국민은 누구를 기대야만 하는가? 시위대와 경찰 사이 싸움을 보며 캠코더로 상황을 찍으며 웃고 있는 미군에 의지해야 할 것인가.
주한 미군은 과거 냉전시대 북한을 위시한 공산권 국가의 확대 방지를 위해 한반도에 주둔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 반드시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해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주한 미군의 역할은 첫째 전쟁 억지력, 둘째, 동북아에 대한 방위체제다. 하지만 90년대 공산권의 몰락과 남·북 평화 무드는 미군의 역할을 무색하게 할 만하지 않을까?
미선이와 효선이 사망 사건 무죄로 판결된 이후 여러 시민단체와 종교계 그리고 학생들은 시위, 화형식과 삭발식 등으로 그들의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미국은 웃음을 내짓는다. 그들의 뒤에는 추위에 얼어붙은 대한민국 정부와 미 정부 그리고 경찰이 버티고 있다. 반면 우리 국민은 누구를 믿고 기대야 하는 것일까? 강대국과 약소국간의 어쩔 수 없는 서러움인가.
추운 겨울 국민 분노의 열기는 한반도를 메우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분노에 대한민국 정부는 언제까지 두터운 이불을 싸매고 고민만을 할 것인가.
지금 우리 국민은 SOFA 개정과 반미 구호를 목청껏 외친다. 왜 그들이 열을 삭히지 못하는지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다. 현 정부 및 대선 후보자들 역시 잘 알고 있을 터. 국민의 대표자들은 국민의 심정을 헤아리며 행하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줘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