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락(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을 해체하고, 해양경찰의 수사와 정보업무는 경찰청으로, 해양경비, 구조, 구난 등의 업무는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5월 29일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고, 이번 주 중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경찰 조직의 운명은 이제 국회의 손에 달려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빠질 것이다. 특히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과는 이미 2010년에 해양산업공학과에서 해양산업경찰학과로 학과명이 변경돼 2010년 이후에 입학한 학생들 대부분은 오로지 해양경찰이 되기 위해 해양산업경찰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과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주는 직업적 매력에 힘입어 해양산업경찰학과는 학과명이 변경되기 이전보다 학과명이 변경된 이후 입학생들의 입학점수가 상당히 많이 상승했다. 2010년 이전에 입학한 학생들도 학과명이 해양산업경찰학과로 바뀌면서 거의 대부분 학과소속이 변경됐고, 그 학생들도 대부분 인생의 진로를 해양경찰로 정한 상황이다. 이 학생들에게 지금까지의 인생의 목표였던 해양경찰 조직이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는 사실은 어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나큰 충격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렸다는 충격에서 잠시만 숨을 고르고, 자신에게 닥친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차분하게 생각을 해보면, 지금 이 상황이 해양경찰을 준비하고 있던 학생들에게 결코 좋지 않은 상황만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먼저 현재 해양경찰 조직 중 경찰청으로 이관하겠다는 수사와 정보업무 담당자는 해양경찰 전체 인원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해양경찰 조직 중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하겠다는 해양경비, 구조, 구난 등의 업무 담당자는 해양경찰 전체 인원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조직법의 개정안이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해양경찰 조직은 10%만 경찰청으로, 90%는 국가안전처로 그대로 옮겨 간다는 얘기다. 최소한 현재의 해양경찰 조직의 90%에 해당하는 인원만큼을 국가안전처에서 계속 유지 및 채용하게 될 것이다. 즉 지금까지는 해양경비, 구조, 구난 등의 업무를 해양경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수행해 왔다면, 앞으로는 국가안전처 소속 공무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수행하게 된다는 얘기다. 해양경찰 조직이 없어진다고 해서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내에서 해양경찰이 수행하는 업무 자체가 없어질 수는 없다. 다만 그 일을 하는 주체는 얼마든지 바뀔 수가 있을 것이다(이러한 상황하에서는 필자가 속해 있는 학과의 학과명도 또다시 변경이 필요할 것이다. 전국의 해양경찰학과에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학과명칭은 해양안전(관리)학과이다).
 
다음으로 해양경찰을 해체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는 취지는 해양경찰의 방대한 업무를 분배하고, 해양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ㆍ사고에 좀 더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을 양성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체재하에서는 지금까지 해양경찰이 수행해오던 다양한 분야의 업무가 경찰청에 속하게 되든 국가안전처에 속하게 되든 상관없이, 해양과 선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인들인 해양산업경찰학과 출신들이 그 분야에 채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아 질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는 해양과 선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이 해양경찰이 수행해오던 업무를 담당하는 해양관련 공무원으로 채용될 수 있는 문은 확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해양산업경찰학과 학생들은 졸업시까지 대부분 해양과 선박에 관한 전공수업을 수강하며, 거의 매학기를 근해실습부터 원양실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해양과 선박에 관해 익히고 있다. 해양경찰이 해체된다고 하더라도, 해양과 선박을 잘 아는 전문인력이라면 지금과 같이 해양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현재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소방관의 업무도 국가안전처로 이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없어진다고 해서 지금까지 불이 나면 불을 끄던 그 분들의 존재가 없어지는가? 이제부터 불이 나면 자기 스스로 불을 꺼야 한단 말인가? 이 말로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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