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이란 말은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고사성어를 말한다. 시스템의 한 곳에서 해로운 작용이 생겼다면 어딘가 다른 곳에서 유익한 작용이 있을 수 있다.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은 서로 관련성을 갖기 때문이다. 전화위복을 이끌어내려면 해로움 속에 숨어있는 유익함을 찾아내는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상자 밖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해로운 상황을 유리한 상황으로 바꿀 수 있다. 전화위복의 창의성은 문제를 큰 그림에서 바라볼 때 발휘된다.
 
2010년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수상업적은 탄소 원자 한 층의 그물망 모양으로 이뤄진 2차원 나노물질 그래핀(graphene)을 발견한 것이다. 흑연은 탄소를 6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층층이 쌓아올린 구조를 갖는다. 흑연의 가장 얇은 한 층을 떼어내면 그래핀을 얻는다. 그래핀의 두께는 0.2나노미터이다. 100억 분의 2미터 정도로 엄청나게 얇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많은 전류를 보내고, 강철보다 강도가 200배 이상 강하고, 반도체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다. 또한 투명하고 휘거나 늘려도 전기적 특성을 유지한다. 그래핀은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나 입는 컴퓨터 그리고 고효율 태양전지에 들어가는 차세대 꿈의 신소재이다.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흑연에서 그래핀을 추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다. 그들은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을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스카치테이프로 그래핀을 분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임과 노보셀로프가 처음부터 이 방법을 쓴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흑연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가 떼었다. 떼어낸 스카치테이프는 휴지통으로 향했다. 몇 년간의 작업 끝에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문득 쓰레기통에 버려진 스카치테이프를 보고 아이디어를 내었다. 버려진 스카치테이프에 묻어 있는 흑연을 관찰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가임과 노보셀로프는 책상 위의 흑연이 아니라 휴지통의 스카치테이프에서 노벨상 아이디어를 찾았다.
 
아이스 와인은 일반 와인보다 훨씬 달아서 맛있다. 아이스 와인의 유래는 포도밭에 서리가 내려 포도가 얼어버린 데서 시작한다. 농부는 언 포도를 그냥 버리기 아까워 차마 버리지 못하고 이것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그 결과 단맛이 나면서도 신맛이 조화를 이루는 이전 와인과 전혀 다른 와인이 탄생했다. 포도가 얼게 되면 물성분만 얼어붙고 얼지 않은 과즙에 당분이 농축된다. 추운 날씨가 포도를 얼게 했지만 다른 한편에는 포도의 당도를 더 높이는 역할도 했다. 추운 날씨로 얼어붙은 포도에도 농부는 낙심하지 않았기에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와인을 만들었다.
 
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프로펠러를 돌려 배를 움직이게 만든다. 프로펠러가 돌면 바람개비 모양으로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소용돌이 물살은 곧바로 나아가지 않고 회전하며 나아가기에 그만큼 물살의 저항을 받아 속도가 느려진다. 우리나라 조선회사는 컨테이너 선박의 프로펠러 뒤에 비행기 날개를 달았다. 프로펠러에서 생긴 소용돌이 물살이 비행기 날개를 만나 물에 뜨는 힘을 만들었다. 배가 물에 뜨는 양력만큼 물의 저항이 줄어든다. 프로펠러 뒤에 비행기 날개를 단 아이디어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연료를 약 5%나 줄였다. 프로펠러 회전에서 생기는 해로운 회전물살이 배를 뜨게 만드는 유익한 작용을 한다.
 
해로움을 이로움으로 바꾸는 전화위복을 만들어내려면 시스템 관점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 헬렌 켈러가 말한 것처럼 닫힌 문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열린 문을 바라봐야 한다. 현재 처한 상황이 좋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면, 유해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보는 것이 전화위복의 창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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