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2014년 여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요즘 같은 날씨에도 소록도 곳곳에서는 노랑조끼, 파란조끼들을 볼 수 있다.  다름 아닌 소록도 자원봉사자들이다. 멀리서도 확 눈에 띄는 것이 반가운 친지가 찾아오는 듯하다.
 
이들의 소록도와의 인연은 하루 이틀에 맺어진 것이 아니다. 소록도에 다리가 생기기 훨씬 오래전부터 소록도 할아버지, 할머니들과의 인연으로 해마다 찾아오는 고마운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어떤 봉사단체는 30년이 넘는 긴 세월을 소록도와 함께 해 왔다. 강산이 세 번 바뀔 시간동안 그들은 소록도를 다녀갔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주, 손녀, 가족, 친지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소록도와 함께 할 것이다. 소록도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하고자 자신들의 이름 대신 노랑조끼, 파랑조끼라 불리기를 기꺼워하는 이들이다.
 
제주대학교와 소록도의 인연은 올해로 두 번째이다. 올해 7월에도 2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소록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식사수발에서 기저귀 갈기, 심부름 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소록도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봉사자들의 글을 읽어보면 하나 같이 자신의 심경의 변화를 놀라워한다. 한센병,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과 불안 등 상상 속에서 그려왔던 모습들이 실제 봉사활동을 하면서 소록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순수하고 천진한 모습에 점점 그리움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그리움에 섬을 다시 찾는다.
 
예쁘지 않은 얼굴이지만 찾아와 살갑게 이야기하고 손을 잡아주는 봉사자들에게 소록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족애를 느끼신다. 오랜 전 가족과 이웃들에게 버림받아 소록도에 살게 된 한스러운 삶 속에서도 소록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여태껏 소록도를 떠나지 않은 것은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줄 자원봉사자들을 기다리기 때문이 아닐까?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먹기는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고, 그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함축한 말이다.
 
어쩌다 마지못해 소록도에 자원봉사를 하러 올 수는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소록도이고, 소록도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소중한 인연의 끈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간혹 뉴스 등 매스컴을 통해 황당하고 안타까운 사건 사고로 얼룩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면 절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불안과 공포로 사람다움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자그마한 재능이나마 남과 나누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사람은 제각각의 장점이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상대가 가지지 못한 것도 있지만 상대방의 좋은 점이 나에게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어울리며 돕고 살아야 한다.
 
두 번의 인연을 맺은 제주대학교 아리봉사단도 소록도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한다. 그들만의 젊고 생기 넘치는 기운을 소록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소록도를 모르는, 또는 두려워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한센병은 무서운 병이 아니며, 한센인들은 우리의 이웃임을 알리는 소록도 홍보맨들이 되어 주길 바란다.
 
주는 만큼 받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봉사는 다르다. 무언가를 주려고 찾아온 봉사자들은 소록도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만남으로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 마음의 치유로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 소록도를 찾는 봉사자들이 봉사를 통해 참되고 바른,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또한 한 몫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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