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에너지 핵융합

밤하늘에 찬란히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공상의 나래를 펼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북두칠성(큰곰자리), 은하수, 견우와 직녀, 저 별은 나의 별 등. 우리를 설레게 하던 별은 어떻게 빛을 낼까? 우리들은 오늘날 별들에서 나오는 빛이 핵융합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소와 수소가 융합하여 보다 무거운 원소인 헬륨으로 바뀔 때,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인 E=mc2에 따라 줄어든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다. 그 결과 태양의 경우 매초 약 4 x 1026W라는 막대한 열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는 대부분 태양광에 기원을 두고 있다. 예외인 경우가 원자력이나 조력, 지열 정도일 것이다. 화석연료 가운데 석탄은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광합성으로 만들어 놓은 탄화수소 가운데 주로 탄소가 남은 것이고, 석유는 유공충이 합성한 탄화수소가 남아있는 것이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도 마찬가지이다. 수력발전에 쓰이는 물은 태양열에 의해 증발된 수증기가 비로 응축되어 내린 것이고, 바람은 태양광에 의해 덥혀진 공기가 상승하여 기압이 낮아진 부분에 주변의 공기가 밀려들어 생기는 것이다. 태양광, 태양열 발전은 말할 것도 없다.

◇에너지 소비의 급격한 증가
 
인류는 수억 년에 걸쳐 저장된 에너지인 화석연료를 산업혁명 이후 수백 년 만에 거의 바닥이 나도록 펑펑 써오고 있다. 예전에는 신분이 아주 높은 사람이나 타던 것이 네 마리의 말이 끄는 4두 마차인데 그 에너지가 4마력이다. 오늘날 누구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승용차의 엔진이 150 마력 정도의 힘을 낸다. 이렇게 많은 양의 에너지 사용에 따른 화석 연료의 과다한 소비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증가시켜 지구온난화라는 환경재앙을 일으킨다. 또한 남아 있는 에너지자원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수차례의 석유 파동에서 겪은 바와 같이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크게 비싸졌고, 중동에서의 잦은 분쟁은 석유 자원을 둘러싼 이권다툼이 중심이다. 뿐만 아니라 1∼2백년이라는 가까운 장래에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처럼 그동안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 오던 저개발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이루며 에너지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이러한 추세는 가속이 되고 있다.

▲ 대한민국이 독자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 KSTAR 주장치.
◇화석연료 고갈문제 해결 방책
 
큰일이 났다.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에너지 대량소비에 바탕을 두고 있는 우리의 편리한 삶은 어떻게 될까? 다시 중세 이전의 에너지 소비를 적게 하던 불편한 시대로 돌아가야 하나?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책이 생각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원자력발전이다. 그러나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은 방사선 폐기물 문제 이외에도 연료인 우라늄 자원 역시 1∼2백 년 사용할 양 밖에 없다. 연료 재처리가 필요한 고속증식로를 사용하여 지금은 버려지는 우라늄-238까지 연료로 사용하더라도 10 배 정도 기간을 늘릴 수 있을 뿐이다. 하나의 대안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태양열 발전들이다.
 
이들의 문제점은 에너지의 밀도가 낮고 전기로 바뀌는 효율이 낮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의 비용은 석탄 혹은 원자력발전에 비해 대략 5배 이상, 태양광 발전 비용은 10배 이상으로 높다. 우리 학교 건물의 옥상마다 설치된 태양광 발전장치의 시설용량이 1 MW인데 야간이나 흐린 날 등으로 인해 실제 발전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원자력발전소 혹은 대형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이 약 1,000MW임을 생각하면 같은 발전량을 얻기 위해 우리 학교 옥상 면적의 수천 배의 넓이가 필요함을 짐작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여러 문제점 없이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핵융합발전이다. 수소(혹은 수소의 동위원소)와 수소(혹은 수소의 동위원소)를 융합시키면 에너지가 나온다.  그러나 태양과 같은 별에서는 매 순간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일을 지구 상에서 일으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수소에는 양의 전하를 띤 양성자들이 들어있어 그 둘을 가까이 가져가면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기적인 힘을 이기고 10∼15 m 이내로 핵들이 가까워져야 비로서 ‘핵력’이라는 결합의 힘이 작용하여 융합이 일어난다.  태양에서는 막대한 중력이 핵들을 가까이 밀어 부치는 힘으로 작용하여 융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1억도 이상의 온도로 핵을 가열하여 높은 열운동 에너지에 의해 핵들이 전기적인 반발력을 이기고 가까이하게 하던지 아니면 높은 운동량을 외부에서 주어 핵들을 가까이 하도록 강요해야 한다.
 
아! 지구 상에서도 핵융합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큰 에너지를 얻은 적이 있다. 1848년 비키니 섬에서 처음 폭발실험이 이루어진 수소폭탄이 바로 핵융합을 이용한 것이다. 수소폭탄은 원자탄을 먼저 터뜨려 그 열과 운동량을 이용하여 수소의 핵융합을 초래하고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방출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원자력발전의 경우는 원자로를 먼저 만들고 나중 원자폭탄이 만들어 졌다. 그래서 핵융합연구의 초기에는 이미 순간적 반응에 성공한 핵융합에너지를 서서히 방출하는 노를 만드는 것이 쉬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도 핵융합의 실용화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서서히 핵융합이 일어나게 하려면 1억도 이상으로 가열된 수소핵들을 서로 반응할 수 있는 일정한 장소에 가두어 두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그릇도 이러한 고온의 물질을 담아둘 수 없다. 다행히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는 모든 물질이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를 잃고 전하를 띤 이온과 떨어져 나온 전자로 구성된 ‘플라즈마’라는 상태로 바뀐다. 전하를 지닌 것들은 전기적 혹은 자기적 힘에 의해 제어가 가능하다. 전자나 이온이 자력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이용하여 고온의 플라즈마를 자력선으로 만든 그릇에 가두는 것이 자장구속형 핵융합장치이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강력한 레이저광을 여러 방향에서 mm 크기의 수소의 동위원소가 담긴 공에 쪼여서 빛의 운동량에 의해 압축이 일어나서 핵융합을 일으키는 것인데 이런 방식을 관성구속형 핵융합장치라 한다.

◇자장구속형 핵융합장치
 
오늘날 자장구속형 핵융합장치가 연구의 대세로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핵융합연구소에 ‘KSTAR’라는 세계 최초의 초전도 핵융합장치를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 완공되어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EU,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가 공동으로 ‘ITER’라는 핵융합장치를 프랑스의 카다라쉐에 건설하고 있는데, 2020년대에 운전이 시작될 이 장치는 들어간 에너지의 10배에 해당하는 핵융합 에너지를 발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핵융합의 경우에는 1차적으로 반응이 가장 쉬운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데, 중수소는 수소에 0.015%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 140경 t으로 추정되는 바다의 물이 모두 H2O로 이루어져 있어 분자 하나 당 2개의 수소원자가 들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막대한 양이 된다. 삼중수소는 자연계에는 거의 없는데 리튬에 중성자를 흡수시켜 만들 수 있다. 지상에는 수천만 t의 리튬자원이 남미의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를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 또 바다에 수산화 리튬의 형태로 녹아있는 리튬의 양이 2,000억t 이상으로 추정되어 그 자원의 양으로 보면 엄청난 에너지의 생산이 가능하다.
 
나아가 차후 중수소만으로 핵융합이 가능해 지면 인류가 현재와 같이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수 백만년 쓸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물이 어디에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불필요해 질 것이다. 또한 핵융합은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등의 방출이 없다. 핵융합로는 만 분의 1기압 정도로 낮은 압력에서 운전되고 있기 때문에 사고로 벽이 깨지면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고 온도가 급격히 냉각되어 핵융합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커다란 사고로 이어진 원자로에 비추어 자연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되는 장치라 하겠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꿈의 에너지라 할 핵융합을 지상에서 실현하기 위해 세계의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땀 흘려 노력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ITER(미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의 공동협력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핵융합 에너지 연구 프로젝트) 이후의 상업적 발전장치의 모델이 될 핵융합 Demo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K-Demo라는 장치를 구상하는 중이다. 우리는 인류가 에너지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도하는 세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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