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웅(국어국문학과 93학번,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요새 날씨가 수상하다. 올 장마철은 비가 거의 없었던 마른장마였다. 그에 반해 여름은 장마 때 안 내린 비로 궂은 날씨의 연속이었다. 이런 기상이변은 주변 환경과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치며 환경문제로 이어지기도한다. 올해 마른장마로 인해 말벌이 급증했다며 성묘객들의 안전을 당부하는 언론보도가 눈에 띈다. 최근 농작물의 큰 피해를 준 전남 해남의 메뚜기떼 발생 역시 마른장마가 원인이었다.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문제는 한반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한라산에 서식하는 한국 특산종인 구상나무 군락이 기후변화로 인해 고사되는 면적이 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밀물이면 안덕 사계리의 용머리 해안 탐방로 일부 구간이 바닷물에 잠기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열대지역에 서식하는 새들이 조류연구가들에 의해 제주지역에서 확인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진드기, 모기 등과 같이 질병을 옮기는 곤충의 개체수 증가와 종의 다양화 촉진에 따른 대응연구도 지역 내에서 진행될 정도이다. 그동안 자연의 무한한 혜택으로만 여기며 인류가 사용해온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이용의 결과가 지금 제주에서도 환경문제란 이름으로 대면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지역의 환경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영향보다 더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환경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제주개발의 문제이다. 제주지역 환경문제의 시작이면서 현재 정점에 달한 문제이기도 하다.이는 주민운동이 태동하고 제주지역의 환경운동이 탄생하는 동기가 됐다.

제주관광의 활성화라는 명분하에 시작된 각종 개발사업은 전혀 다른 제주를 만들어 놓았다. 울울창창하던 숲이 사라지고 드넓은초원이 갈아엎어졌다. 이곳 중산간 지역에는 골프장과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섰다. 해안가에서부터 한라산 중턱까지 거미줄처럼 도로가 만들어졌다. 제주의 또 다른 경관이던 하천의 원형은 정비사업과정에서 완전히 훼손되고 말았다. 콸콸 쏟아지던 용천수는 원인도 모른 채 말라버렸고, 마을마다 정취를 더하던 크고 작은 습지들은이제는 흔치 않은 풍경이 됐다. 탑동의 창창한 먹돌밭은 박물관의 흑백사진으로 볼 뿐이다. 수십 종의 야생동물들, 수백 종의 곤충과 식물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의 중산간 어디에서 개발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가 울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 의한 대규모 개발방식을 취해 온 제주개발은 제주의 자연은 자연대로 훼손하는 환경문제를 만들고 개발이익은 고스란히 대규모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규모 개발로 고용창출 효과, 지역 농산물 이용 등의 지역 내 효과가 발생한다지만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기대이하의 결과로 이어질 뿐이었다.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농촌공동체가 훼손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처럼 제주의 생태계는 물론 생활환경까지 포함한 환경문제는 제주지역의 빼놓을 수 없는 쟁점현안이 된지 오래다. 이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정책변화를 이끄는 것은 우리 시민들의 여론의 힘이 크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의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관련 분야나 활동공간의 자원봉사 참여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잘못된 정부정책에 의견을 내고 난개발 대응활동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내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만들어 가는 길이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