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6주년을 맞는 ‘4·3 사건’은 ‘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되고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로 어느 때보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선조들의 한을 떳떳하게 풀어주는 해가됐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4·3후유장애자 생애사 아카이브전’과 ‘4·3평화음악회’, ‘4·3 마라톤 대회’ 등 도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하고 행사도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4·3 행사 일부가 4·3사건의 피해 영혼과 유족들의 가슴을 달래주고 도민 대화합의 장으로 이끌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진상조사보고서 확정과 대통령의 사과로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도민 모두 올해 4·3 사건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작년 말 제민일보와 제주MBC가 일주일 간격으로 4·3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해 들떠 있던 도민들의 마음에 찬물 끼얹었다.
  제민일보는 작년 11월 28일자 1면 사고를 통해 ‘4·3국제마라톤대회’를 4월 4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4·3유족회와 4·3 연구소 등과 함께 4·3마라톤대회를 준비하던 제주MBC는 “제민일보가 우리 아이템을 가로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MBC는 12월 28일 오후 9시 뉴스데스크 통해 ‘4·3 국제평화마라톤대회’를 제민일보보다 앞선 3월 28일 개최하겠다고 보도했다.
   4·3단체들은 마라톤대회를 놓고 두 언론사의 신경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4·3유족회와 4·3연구소는 이미 제주MBC와 공동주최하기로 합의한 상태라 더 난처한 입장이었다.
  이에 4·3도민 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제주주민자치연대 등 4·3관련 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해 두 언론사의 통합개최를 요구했다. 주민자치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그 동안 제주4·3항쟁의 노고와 이를 토대로 개최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하며, 공동개최에 따른 두 언론사 나름대로의 입장과 말 못할 고충이 있음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끝내 따로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고집한다면, 이는 그 어떤 명분과 목적을 세운다 하더라도 4·3을 팔아 장사하겠다는 것 이상으로 볼 수 없으며, 이는 4·3 영령들을 또 다시 죽이는 것에과 다를 바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4·3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언론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제민일보는 당장이라도 통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제주MBC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혀 결국 ‘제1회 국제평화마라톤대회’, ‘제1회 평화국제마라톤’라는 이름으로 ‘국제’와 ‘평화’라는 단어순서만 바꾼 채 마라톤을 개최했다.
   이 때문에 도민들 또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개의 행사가 다른 것인 줄도 모른 채 친구와 신청했다가 각자 다른 마라톤에 뛰게 된 웃지 못할 경우도 있었다.
  올해 4·3은 굳건히 잠겨 있던 4·3사건의 물꼬를 트는데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4·3사건이 끝난 것이 아니라 묻혀졌던 과거를 하나씩 꺼내 햇볕에 말려야하는 시작인 셈이다. 이런 시점에서 각자의 허울 좋은 명분아래 벌써부터 장사 이윤만 챙기기 바빠서야 되겠는가. 앞으로 4·3이 후세에 왜곡된 역사가 아닌 올바른 진상과 4·3의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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