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향 / 바이탈 커뮤니케이터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국제교류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12월 9일까지 모두 12개의 강좌가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물 위에 드러난 백조의 모습은 우아하지만, 물 속에 있는 백조는 움직일 때 다리를 바쁘게 움직인다. 그래서 ‘백조의 발’은 우아함 뒤에 숨은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가리킬 때 쓰이곤 한다.
 
◇다양한 인생경험이 곧 자산

아직 서른도 넘기지 않은 내가 구두 디자이너라고 소개하고, 신사동에 숍이 있다고 말하면 “부모 잘 만나서 어린 나이에 폼 나는 일하며, 그림 그리고 여행 다니는, 별 고민 없는 여자애겠지”란 반응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내게 풍족한 자산이 있다면, 그건 내가 겪은 수많은 경험들뿐이다.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10여 년 이상을 병상에 누워 계시다 내가 수능시험을 마친 후 돌아가셨다. 엄마는 나와 내 동생들을 키우기 위해 노점에서 분식을 팔았다. 난 학창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다단계의 유혹에 빠진 적도 있고 2000만 원이 넘는 사채를 써서 두려움과 눈물의 나날을 보낸 적도 있었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3개월 만에 대학도 자퇴했고, 지하창고 방에서 수많은 날들을 보내야 했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낮에 모델일 하며 동대문상가에서 매장 관리도 했다. 광고 회사에 다니다, 토지개발 쪽 총무 비서 일도 했다. 회사생활도 좋았으나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하고 싶었던 꿈이 생각났다. 외부활동을 좋아하는데, 회사를 다니면 시간이 안 나니 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로 출근하는 생활이 안정되고 좋지만, 이런 생활이 원하는 삶은 아니었다.
 
직업이 계속 바뀌다 보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했다. 우리나라에는 직업과 사람을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마침 브랜딩 전문가 한아타 작가가 ‘바이탈 커뮤니케이터’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제가 하는 일 중에 강연, 노래, 봉사활동 등이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행위니까, 활력(vital)으로 소통하는 사람(communicator)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직업과 일들을 경험하고 부딪쳤다. 경험이 뼈가 되고 살이 됐다. 삶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들이 곧 소중한 자산이다.
 
과연 나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며, 현실에 지친 청춘들에게 역경은 헤쳐 나가라고 있는 것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당신은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

보석이 다이아몬드가 되기 전에는 돌이다. 돌에서 다이아몬드가 되려면 세공작업을 거쳐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나에게 아픔을 줄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아파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지금 아파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친구들은 반짝반짝 빛나기 위한 세공을 거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고통을 축복’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힘들었지만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지금 스스로를 ‘바이탈 커뮤니케이터’라고 부를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작년에 책 <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을 펴냈다. 모든 인생이 그렇듯, 내 삶에도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고 슬펐던 시절도 있었다. 이에 관한 기록을 블로그에, 페이스북에 차곡차곡 모은 게 어느덧 책이 됐다.
 
지금까지 운동화 끈을 꽉 메고 달려 왔다. 많은 일을 했고 다른 사람이 본다면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 인생은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구두를 고쳐 신겠다, 앞으로 나가겠다, 이런 의미를 담았다. 책을 내고 난 뒤 ‘돈 때문이냐’, ‘유명해지려고 하느냐’는 물음도 받았다. 하지만 책을 펴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내가 해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 이게 책을 낸 진짜 이유다. 그리고 그냥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보다 더 멋지게 해낼 수 있다. 단지 발을 안 딛고, 도전하지 않았을 뿐이다.
 
무엇인가를 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외국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즐겁게 해나간다. 창조적인 사람들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우리 사회도 그렇게 만들고 싶은 게 꿈이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을 때, 주변에서 지지하고 응원하면 잘 할 수 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분명 우리는 세상을 좀 더 밝게 하는 역할을 위해 태어났다. 진짜 성공이란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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