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승 / KBS 아나운서

제주대학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ㆍ제주의소리와 함께 국제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키워주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를 마련했습니다. 국내의 명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국제교류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대학생 아카데미는 12월 9일까지 모두 12개의 강좌가 마련됩니다.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말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상대방과의 ‘공감’과 ‘신뢰’다. 남들과 소통하는 것만큼 나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는 상대방의 처지 이해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버스 안에서 맘에 드는 여학생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는 남학생이 있다. 어떤 말을 하는 게 대답을 이끌어내기에 적절할까. 1번 ‘저 지금 내려요’, 2번 ‘아름다우십니다’, 3번 ‘어디까지 가세요’, 4번 ‘이 버스 어디까지 가나요’.
 
정답은 4번이다. 앞선 세 가지는 지극히 ‘나 중심’의 폐쇄형 질문이다. 반면 마지막 4번은 편안하게 답이 돌아올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이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고민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위주로한 언어로 얘기하는 것이다.
 
대화는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상호 교섭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를 전달하거나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에서도 감정이나 태도가 작용하기 때문에 감화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감을 유도하는 말하기는 상대방의 처지나 관심사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는 자세가 결국엔  대화에서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2000년 남북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무릎을 꿇어 몸을 낮추고 이산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던 이금희 아나운서는 브라운관에서 ‘감성’과 ‘푸근함’으로 상징된다.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준 프란체스코 교황은 누구보다 ‘공감하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한국방문에서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대화의 출발점”이라며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 받는 리더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나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나처럼 작은 차를 타고, 나처럼 단촐한 음식을 먹는 데다 내가 느낀 것처럼 교황도 느낄 것이라는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삶의 중요한 요소 자아존중감

자신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핵심은 ‘자아존중감’이다. 자아존중감은 글자 그대로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곧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흔히 말하길 성공과 실패는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는데 어떤 마음을 먹을지를 명령하는 내 속의 명령자가 바로 자아존중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만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자기가치’와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자신감’이 자존감의 두 축을 이룬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학습능력, 위기극복능력, 과제수행력, 직업성취도, 리더십, 대인관계능력을 스스로 발휘한다. 또한 자기 심신이 건강하지 않고서는 상대방이랑 소통을 잘 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 자아존중감을 높이기 위해 작은 일의 반복적인 성취, 다른 사람이 뭔가를 이뤄내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대리경험, 스스로에 대해 인색하게 평가하지 않기 등 부정적인 감정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상대방과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설망어검(舌芒於劍)’이라는 사자성어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계다. 각계각층을 막론하고 폭언과 욕이 넘쳐난다. 언어폭력은 기껏해야 세 치 혀가 무기지만 그 위력은 대단하다. ‘사람은 비수를 손에 들지 않고도 가시 돋친 말 속에 그것을 숨겨둘 수 있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칼에 못지않다.
 
아니 어쩌면 칼보다 더 위험하다. 때로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보다 더 아플 뿐만 아니라 상처도 더 깊고 후유증도 더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전통사회는 삶과 말이 일치하는 진실한 언어를 강조하고, 어려운 형제와 이웃을 배려하며, 가능하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따뜻한 말 문화를 가꾸어 왔다.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는 것은 우아하거나 착하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품격 있는 언어를 쓰는 게 중요하다. 사람과의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관계는 신뢰에서 시작한다. 내가 건강해야 다른 사람도 건강히 바라볼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설득하기 위해서 접근하기 보다는 근본으로 돌아가서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지를 생각하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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