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패러다임 명과 암, 그리고 우리의 자세

▲ 변영철(컴퓨터공학과 교수)

요즘 ICT(정보통신기술) 뉴스에는 온통 스마트(smart)라는 단어가 난무하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 폰일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모바일 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스마트 TV, 스마트 워치, 스마트 안경, 스마트 카메라,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뿐만 아니라 스마트 시티, 스마트 타운, 스마트 코리아 등 공간적인 영역으로도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지 오래다. 스마트란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마트는 영리한(clever)하다는 뜻이다. 영리하다는 것은 재주가 있는, 혹은 기발하고 재치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스마트 기기에 관한 이야기다.

이 세상은 혁신(革新, innovation)에 목이 마르다. 사전적인 의미로 혁신은 낡은 것을 바꾸거나 고쳐서 새롭게 하다 는 뜻이다. 새로운 ICT 제품이 등장할 때면 으레 혁신성 이 주요 키워드가 되었고, 이는 곧 글로벌 기업에게는 시장을 선도하는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폰이다. 음성통화용으로 충분했던 휴대용 전화기는 이제 개인용 컴퓨터(PC) 영역까지도 그 역할을 빼앗고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스마트 폰은 기존의 것을 고쳐서 PC에서 하던 일까지도 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하다는 의미에서 혁신적인 스마트 기기가 맞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오래 전 미국의 경영 전문지 포천(Fortune)에 의해 예측되었다. ICT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 폰을 포함하여 PC의 역할을 대체할 다양한 기기가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하였고, 실제로 오늘날 인터넷 접속률에 있어서 스마트 폰을 통한 접속 비율이 PC를 통한 그것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다. 스마트 폰이 단지 통화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메일, 정보검색, 금융, 문서 작업 등의 영역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 다양한 스마트 기기드

스마트 폰의 폭발적인 사용은 미국 애플(apple) 사의 공동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잡스의 아이폰, 모바일 운영체제(OS)와 두 손가락을 이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혁신이 큰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만한 문자 전송이나 메모, 혹은 정보 검색을 위한 문자 입력은 이제 음성으로 할 정도로 음성인식 성능이 향상되었다. 사용의 편리함에 따라 사용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이는 스마트 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app)의 수요를 촉진시켰다. 이에 따라 사용자로 하여금 스마트 폰을 구매하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의 이른바 스마트 생태계(eco-system)가 구축되었고, 이는 곧 글로벌 기업의 캐쉬 카우(cash cow, 고수익 상품)를 위한 패러다임으로 대두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 폰을 바탕으로 애플은 몇 년째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4800억불(약 500조원)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액수를 자랑하고 있다. 애플과 소프트웨어 플랫폼(OS)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google)이 400조원 정도로 2위이고, 하드웨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가 200조원 정도로 스마트 폰을 중심으로 전 세계 시장은 ICT 기업들의 잔치가 되어 가는 형국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에 대한 대처 미흡으로 세계 1위였던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몰락할 정도이니 최근의 스마트 폰은 그 단어의 긍정적인 뜻과는 달리 어떤 기업에게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혁신 선점을 위한 스마트 전쟁

당연히 혁신 선점을 위한 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애플과 같은 기업은 더욱 공고해진 생태계를 바탕으로 시장 확대를 위해, 삼성 전자와 타 기업들은 혁신 패러다임을 되찾아오기 위해 뺏고 뺏기는 싸움이 지속되고있다. 며칠 전 애플에서 새로운 버전의 스마트 폰인 아이폰 6와 6+를 발표하였고, 항상 그렇듯이 제품에 대한 수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혹자는 혁신이 부족하다거나 상실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하였지만 경쟁자인 다른 기업에게는 위기론이 언급될 정도로 새 제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참으로 크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애플 이외의 기업들은 전략을 바꾸어 새로운 제품을 조기에 발표함은 물론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신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새로운 스마트 폰이 쉽게 구부러지는 밴드(band) 게이트 니 틈이 벌어져 있다는 갭(gap) 게이트니 하는 조롱섞인 평가도 나오고 상대방의 약점을 자신의 기기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모바일 폰에서 시작한 스마트 대전(大戰)은 스마트 워치(시계)로, 최종적으로 스마트 TV를 포함하는 스마트 가전으로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 전쟁 이 더 흥미로워지는 이유이다.

글로벌 기업 간의 스마트 전쟁은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이는 곧 더 나은 기기, 보다 양질의 서비스의 출현을 의미한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 기기 하나로 우리는 항상 인터넷에 연결(connected) 돼 있고 어디에서든 손가락 하나로 PC 앞에서나 가능했던 것들을 한다. 시장조사 기관인 Pargo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 미국 내 성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58%가 스마트 기기로아마존에서 쇼핑을 하였고, 스마트 폰으로 가격을 비교하여 구매 결정을 하는 경우가 전년도에 비해 4배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CNNIC)가 발표한 중국 인터넷 발전 현황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중국의 네티즌은 6억 명, 모바일 네티즌은 5억여 명으로 모바일 사용률이 80%를 넘기면서 PC 사용률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며칠 전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 상장으로 250억 달러(약 26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하여 엄청난 대박으로 이어지면서 아마존(Amazon)

과 이베이(eBay)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로 탈바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으로 엄청난 콘텐츠를 생산해 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이디어로만 존재했던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기기 사용의 한계 및 부작용

양질의 서비스 혹은 새로운 앱이 파생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활용에는 한계점도 보인다. 스마트 기기를 스마트 하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SNS와 게임 등 스마트 폰의 특정 앱만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거나 습관적으로 인터넷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회의나 회식자리에서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도 이제는 아주 흔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모바일 분석기관인 플러리(Flurry)에서는 하루에 60번 이상 스마트 기기를 켜서 앱을 작동시키는 것을 스마트 폰 중독으로 정의하였다. 이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 폰 중 독자가 1억 8000만 명으로 작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스마트 폰 중독방지를 위한 앱이 나오기도 한다니 이른바 소제양난(笑啼兩難,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름)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기기의 활용 방법에 따른 세대 간 정보격차, 개인 간 정보 격차도 커지고 있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같이 스마트한 기기 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와 편리함을 주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야기하는 양날의 검(刀)이기도 하다. 정보격차나 개인정보 등 파생되는 부작용, 누구나 자신의 승용차로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는 우버(Uber) 앱에서 보듯이 이해 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 문제 등은 관련 법률가나 행정가에게 맡겨두자. 다만 지금부터 나 자신부터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이용하기 위한 노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필자는이러한 스마트 기기관련 교수자로서 두 가

지 행동, 즉, 새로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활용하기 와 스마트 기기를 잠시 내려놓고 연결을 끊기(disconnected) 를 권장하고자 한다. 전자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로서의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중독성있는 이 문명의 이기로부터 잠시나마 벋어나서 자신과 주변 환경과의 연결을 위한 노력이라 하겠다. 스마트 기기를 더욱 스마트하게 활용하기,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에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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