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 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며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의 원제목은 생각의 지리: 서양인과 동양인은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나(The Geography of Thought: How Asians and Westerners Think Differently...and Why)로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 차이를 물고기 어항, 두 그림의 차이 찾기, 스포츠 경기에 대한 언론 보도 방식의 차이, 물체의 유사성을 찾는 방식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사례를 그림 자료를 통해 상당한 차이를 보여준다.

전체 8장의 내용 중 5개의 장이 이러한 재미있는 비교 자료를 제시하고 있으며, 나머지 3개의 장은 그러한 차이가 생겨나게 된 배경, 동양과 서양 각자의 입장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다루고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책을 읽을 때 가장 어려운 내용은 서론과 이론적 배경을 다루는 2장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의 한글 번역본은 원본의 2장이 동양과 서양의 사고 방식 차이의 기원을 다루는 추상적이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으로 고려해 뒷부분으로 옮겨 실음으로써 두 문화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알고 나서 그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는 배려도 기울여져 있다.

이 책의 두드러진 흥미로운 차이를 보면 의학에서 서양은 분석적 전통, 즉 문제를 일으키는 신체 부분을 찾아내어 그 부분을 고치는 방식이다. 반면 동양에서는 건강은 몸 안에 존재하는 기들의 균형으로 유지되며 질병은 약초와 같은 자연산 치료제의 힘으로 치유에 치중하는 방식, 논리 전개의 방식에서 서양인들은 구조를 갖추어 연구배경, 문제제기, 가설 기술, 검증, 증거제시, 논리적 결론과 제언의 단계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반면 동양인들은 이러한 직선적 논리 구조를 학술 논문을 쓰며 처음으로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히 이 책에서 대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동양인의 종합적 이해와 서양인의 분석적 사고의 차이이다. 이 차이는 쉽게 동양인은 문제에 접근할 때 총체적으로 다가가 상황에 대한 맥락적 이해(contextual understanding)를 잘 하는 편이지만, 서양인은 관심 대상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해결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보편적이다. 예를 들어,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동양인은 아마도 느슨하게 실타래를 손에 들고 흔들며 전체적으로 실타래가 풀려 나오길 기대한다면, 서양인은 아마도 분명 실타래의 시작과 끝이 있을 것으로 한쪽 끝을 찾아 이로부터 역방향으로 한올씩 실을 풀어가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빨리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비교해 본다면, 동양식은 상황별 소요 시간의 편차가 클 것이고 서양식은 비교적 편차가 적을 것으로, 전자가 우연에 가깝다면 후자는 설사 시간이 더 소요된다 하더라도 신뢰는 높을 것이다. 어느 방식이 더 나은가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우리 동양인이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대학생활과 관련해 한 가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는 차이는 앞에서 언급한 논리 전개의 구조로,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과학적 연구의 누적들로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서양식 논리로 이루어진 성과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학 교재나 논문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데 무언가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공부 에 대한 거부감만이 아니라 동양식 사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는 것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일 경우도 많을 것이다. 더불어 지나치게 세부적인 내용들을 나열하고 있는 경우도 종합적 이해에 익숙한 동양인들에게는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의 지도 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대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게 되면 수업시간에 다루는 교재내용이나 논문들이 어색한 형태의 글이 아니라, 서양식의 논리적 내용 전개 방식으로 이해하고 접근해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해줄 책으로 읽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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