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경(식품영양학과 1)

봉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시간적 장소적 여건으로 인해 봉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수업과 과제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나와 같이 바쁜 현대인들이 제약을 받지 않고 남을 도울 수 있을까 알아보던 중 재능기부 라는 봉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재능기부 라는 단어는 연예인들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서 자주 접했던 봉사 방법이다.

재능기부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봉사활동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 워드입력 봉사 였는데 이 봉사는 말 그대로 워드로 입력한 것을 점자로 바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책을 만들어 주는 활동이었다. 워드입력이라면 중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시간 날때마다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이 봉사는 점자도서관에서 약 1시간의 교육을 받고 내가 좋아하는 책 혹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화를 요청한 책을 워드로 옮기는 것이었다. 점자도서 워드 입력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주의사항과 규칙만 알면 되는데, 예를 들어 … 를 ^6.6.6^으로 바꾼다던지, ff 로 페이지를 넘긴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엔터 친 후에는 무조건 띄어쓰기 두 번을 쓰는 등의 여러 규칙이 있다. 이런 간단한 규칙만 숙지한다면 누구라도 이 활동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책을 읽는 와중에 오타를 보더라도 글의 맥락을 통해 글을 이해하고 알맞은 의미를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손의 감각을 이용해 점자책을 읽기 때문에 오타나, 맞춤법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점자책은 오타가 나면 뜻이 완전히 다르게 해석이 될 수 있어 이해를 못하는 상황이 온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봉사자들은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봉사에는 워드입력봉사 외에도 낭독봉사 가 있다. 이 봉사는 책을 읽고, 녹음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봉사들이 많은데 홍보가 부족해 시각장애인들의 독서에는 제약이 많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굳이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언젠가 시각장애인 점자나라 소식지에서 전국 시각장애인 독후감 공모전에서 당선된 독후감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중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을 소개하고 싶다.

나는 눈이 보이지 않고 걸을 수도 없습니다. 어린 시절 다른 형제들이 학교에 갈때, 나는 집안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부터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내 삶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선생님께서 네다섯 권의 책이 우편으로 배달돼 오는데 저에게는 그 책들이 선생님이고, 친구이고 살아가는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나는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점자책과 읽어주는 책에 빠져서 하루가 짧기만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그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었고 잠시 시간을 내 틈틈히 했을 뿐인 봉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그 행복의 크기와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오랜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책 한권에 담긴 기쁨을 선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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