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레이더라는 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여러 분야에 걸쳐 레이더 기술이 많이 응용 되고 있다. 공항에는 주변 하늘을 날아가는 각종 비행기의 위치를 찾아내어 이착륙 지시에 활용하는 항공관제레이더(air traffic control radar)가 있고, 매일 뉴스의 마지막 일기예보에서 볼 수 있는 비구름 영상은 기상레이더(weather radar)로 획득한 것이다. 이외에도 경찰이 과속 단속을 위해서 자동차의 속력을 측정하는 스피드 건 레이더(speed gun radar)를 비롯하여 최근 주행 중인 자동차에서 인접한 다른 차량을 감지하여 충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량충돌방지 레이더(vehicle anti-collision radar) 등이 있다.

그렇다면, 레이더는 어떻게 물체를 찾아 낼 수 있는 것일까? 레이더는 전자기파(電磁氣波; electromagnetic wave) 중에서 전파(電波; radio wave) 영역에 해당하는 신호(信號; signal)를 조사할 대상에 해당하는 공간영역으로 보내고, 공간에 존재하는 물체로부터 반사되어 되돌아온 신호의 크기 변화와 도달 시간을 측정 및 분석하여 물체에 대한 존재 유무와 위치 정보를 원격으로 알아낸다. 그래서, 레이더는 전파로 무선탐지와 거리측정 한다는 의미에서 영어로 radio detection and ranging 이라고 하며, 약자로 radar 라고 부르는 것이다. 레이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군 비행기의 침투를 사전에 알아내기 위해 군용으로 처음 개발되었으며, 1940년대부터 민간용으로 해상, 항공, 기상학, 천문학 등의 분야에서 선박, 비행기, 비구름, 위성 등에 대한 위치, 속도, 방향 등의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레이더의 기술을 이용하여 땅속에 숨겨진 물체를 찾아낼 수 없을까? 하는 의문에서 연구개발을 시작된 것이 지하탐사레이더(GPR; ground-penetrating radar)이다. 본 기고문에서는 지하탐사레이더의 원리와 응용 및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지하탐사레이더 원리

전자기파가 1초당 진동하는 횟수를 주파수(周波數; frequency)라고 하는데, 주파수가 낮은 전자기파는 물질 내부로 잘 투과되는 성질이 강하고, 반대로 전자기파의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물질 내부로 투과되지 못한 채 거의 대부분이 물질 표면에서 반사된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전자기파의 예로 빛이 있다. 빛의 주파수는 수백 THz(테라헤르츠: 1초당 1조번 진동하는 단위)로서 매우 높아서 지표면에서 반사된 빛만이 우리의 눈을 통해서 볼 수 있으며, 땅속으로는 빛이 투과되지 못하므로 우리가 눈으로 땅속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주파수를 빛보다 좀 더 낮추어 수십 ~ 수천 MHz(메가헤르츠: 1초 당 1백만번 진동하는 단위)의 전자기파에 해당하는 전파 신호를 땅속으로 보내면 어떻게 될까? 이와 같이 MHz 대역의 전파 신호는 땅속의 수 cm ~수십 m까지 전파가 투과될 수 있고, 땅속에 숨겨진 물체로부터 반사되어 되돌아온 신호의 크기 변화와 도달 시간을 측정 및 분석하면 땅속을 투시할 수 있는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 지하탐사레이더이다.

지하탐사레이더 시스템(system)은 송신기(送信機; transmitter)에서 생성한 전파 신호를 송신안테나를 통해서 땅속으로 보내고, 땅속에서 돌아온 신호를 수신안테나가 잡아서 수신기(受信機; receiver)에서 데이터로 획득하는 것이다. 송수신안테나의 위치를 이동하면서 측정한 수신신호를 이동거리와 시간에 대해서 영상으로 표시하면 땅의 특성과 차이가 있는 물체에 의한 패턴(pattern)이 국부적으로 나타나게 되어 물체의 존재 유무와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지하탐사레이더는 운용방식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지표면레이더( su r f a c e r a d a r )와 시추공레이더(borehole radar)가 있다.

지표면레이더는 레이더 시스템 전체를 카트(cart)와 같은 이동수단에 장착하여 지표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신호의 송수신을 반복하여 수 m이내의 땅속을 투시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시추공레이더는 수십 m 이상의 깊은 땅속을 탐사하기 위해서 지름이 약 수십 cm에 해당하는 구멍인 시추공을 깊은 방향으로 뚫고, 송수신안테나를 시추공에 삽입한 후 깊이 방향을 따라 안테나를 이동시키면서 측정하는 방법으로 땅속을 투시 한다. 지하탐사레이더 시스템의 충분한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탐사대상이 되는 땅의 특성을 우선 잘 알아야 하고, 이를 고려하여 레이더 시스템 각부에 해당하는 송신기, 송신안테나, 수신안테나, 수신기와 같은 하드웨어 설계를 비롯하여 측정한 수신신호를 분석할 수 있는 신호처리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땅속에서 되돌아온 전파 신호에는 불필요한 시스템 잡음(system noise)과 주변 환경요인에 의해 야기된 신호인 클러터(clutter) 성분이 우리가 찾고자 하는 물체의 신호보다 매우 크고, 넓게 분포하고 있어서 잡음과 클러터로부터 물체를 구별해 내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잡음과 클러터를 충분하게 제거해야만 원하는 물체를 찾을수 있는 것이다. 지하탐사레이더 시스템의 내부 잡음은 송신기와 수신기의 성능에 의해서 좌우되는데, 동일 위치에서 여러 번에 걸쳐 획득한 수신신호들에 대해 평균을 취하면 급격하게 줄일 수 있다.

원하지 않는 신호 성분인 클러터는 크게 3가지 원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안테나 자체에 의한 클러터(antenna clutter), 지표면 반사에 의한 클러터(surface reflection cltter), 땅속의 비균일성에 의한 클러터(subsurface inhomogenity clutter)가 있다. 안테나 클러터는 안테나 자체를 충분히 광대역(wideband) 특성을 만족하도록 안테나 구조를 설계하여 해결할 수 있다. 지표면 반사 클러터는 송신안테나와 수신안테나 간의 거리를 적절하게 띄우거나 두 안테나 사이에 전자기파 흡수체 (electromagnetic absorber)의 삽입으로 저감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전파가 보는 땅의 특성은 위치마다 심하게 달라질 뿐만 아니라, 동일한 위치에서도 깊이별, 수분함량별로 크게 변하는 비균일성에 의해 불규칙적인 분포를 갖고 있어서 땅속의 비균일성에 의한 클러터는 제거하기 매우 어렵다.

이로 인하여 땅속의 비균일성에 의한 클러터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지하탐사레이더의 탐지성능을 좌우한다. 이는 지하탐사레이더로 땅속에 숨겨진 모르는 물체를 찾는다는 것은 물체 이외의 땅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에 땅속에 대한 정보를 많이 획득하여 지하탐사레이더의 수신신호에 잘 반영할 수록 물체를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하탐사레이더의 응용 및 향후 발전 방향원리

빛의 주파수는 아주 높아서 지표면의 상태를 세밀하게 볼 수 있지만 땅속을 투시할 수는 없다. 이와는 달리, 지하탐사레이더는 빛보다 매우 낮은 주파수를 갖는 전파를 이용하므로, 땅속을 투시할 수는 있지만 흐릿하게 보이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직접 땅을 파헤치지 않아도 땅속의 상태를 대략적으로 투시할 수는 있어서 비파괴 검사용도로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민수용으로 땅속에 매설된 수도관, 가스관, 통신선로 등의 매설물 탐지와 최근 도로가 갑자기 함몰되는 원인인 싱크홀(sinkhole)의 사전 탐지, 군용으로 불발탄과 지뢰의 탐지, 적군에 의해 침투용으로 몰래 굴착한 땅굴의 조기 탐지 등에 이용된다. 이외에도 고대유적탐사, 지하자원탐사, 행성탐사 등에 이르기까지 지하탐사레이더는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최근 지하탐사레이더의 응용은 탐사대상이 땅속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대 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건물 벽속의 노후 진단이나 누수탐지를 비롯하여 대테러 진압 작전에서 특수부대요원 진입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벽이나 문 뒤쪽 상태의 투시하거나, 공항검색대에서 사람의 옷 속에 은닉된 무기를 투시하여 항공기 테러를 사전에 방지 하는데도 탐사레이더 기술이 응용되고 있다. 또한, 인체 내부 진단용 의료영상화장치와 캡슐형 내시경에도 탐사레이더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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