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학번인 필자의 대학 시절,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였다. 서울이 처음인데다 자취생 처지에 밥 해먹고 사먹고 얻어먹는 일은 공부에 앞서생존을 위한 급선무였다. 다행히 400원 학식에 밥과 국, 3찬이 나왔다. 200미터 긴 줄의 기다림 끝에 먹기는 하였지만 한 번도 맛있게 먹었다는 기억은 없다. 일명 사대 깡통 이라는 사범대학 식당의 250원짜리 자장면이 먹을 만했고, 공대 깡통 의 자장면은 동기들과 먹기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대화를 하면 안 되었다. 자장면 가락이 얼마나 질겼는지 위 속에 차곡 차곡 쌓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학식 후 50원 짜리 커피에 에이스를 곁들여 잔디밭에서 동기들과 함께 했던 때가 가장 행복했던순간이었다. 풍요롭지 않던 그 시절, 제주 비바리가 서울에서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400원짜리 학식 덕분이었고, 행복을 준 것은 50원짜리 자판기 커피와 에이스 과자였다. 가투와 분신, 짭새와 닭장, 수업거부, 시험거부 등, 시대적 아픔 속에서 먹는 것마저 미안할 때가 있었고, 그래도 먹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 하던 시절이었다.

88올림픽 이후 대학원 시절에는 메뉴 선택이 가능한 식단이 생겼고, 학식에서 여러 종류의 음식이 나오면서 공부하는 것도 더 즐거워졌던 것 같다. 닭고기도 먹어보고, 불고기도 나왔고, 탕도 먹으면서 자취생의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금 대학에 가면 종류별 식당도 있고, 예약이 필요한식당도 있으며, 심지어 우아한 카페에다 학식의 식단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교육대학에 자리를 잡고서는 학식으로 끼니를 때운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생존을 위해 먹는다는 것을 다시 경험한 순간, 제자들이 안쓰러웠다. 게다가 전국 각지에서 제주를 선택하여 유학 온 제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말라가는(?)것을 보는 입장은 마치 과거 나의 대학 시절을 보는 것 같아 슬퍼지기도했다. 학생 수가 워낙 적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서인지 우리 대학의 식단은 요즘 시대에 보기 어려운 식단이다.

교육대학 학생들은 삼시 세끼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 아침을 굶고 오면 점심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빡빡한 교육과정에다 식당까지 내키지 않아 자장면을 시켜 먹거나 대부분 빵으로 때우고, 저녁은 회식모임이 있으면 그래도 낫지만 과제를 하고 과외 하느라 그냥 저냥 때우는 모양이다. 육지에서 유학 온 학생들에게 다이어트 하느냐고 물었더니 못 먹어서 그렇다고 대답했을 때 그저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제자들의 먹거리를 걱정하던 교육대학 교수들이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생협의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였던가. 다행히 교수들과 학생들의 간절한 바람과 노력으로 식당 유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거의 모두가 생협에 가입했고, 총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결실을 앞두고 있어, 제자들에게 얼굴이라도 들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함께 정을 나누고 꿈을 꾸며 공부하고 사색을 하며 나와 세상에 대해 무언가를 추구한다. 그러한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이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것이다. 어느 방송에선가 삼시 세끼 라는 명칭의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하루 세끼 먹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데, 제자들이 그 기본마저 갖추지 못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준 생협과 대학 측에 감사드린다.
 

내년부터 제자들이 삼시 세끼 걱정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에이스와 함께 식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카페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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