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쇼핑물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는 해외직구족 이 늘고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 박싱 데이 등 해외에서 유명한 할인 행사가 국내에도 크게 유행하는 모습을 보면 해외직구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관세청은 올해 4월까지 세관을 통해 수입된 해외 인터넷 쇼핑물품이 약 500만 건이며 4억8000만 달러 규모로 작년에 비해 50%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외직구족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동일한 제품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의 TV가 국내에서 한화로 500만원에 판매되는 반면 해외에서는 170만원에 판매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케이블 방송에 전파를 탔다.

관세와 배송료를 다 합쳐도 260만원을 넘지 않았다. 무려 반값으로 같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해외에서 제품을 구입해 들여오는 경우 배송비, 관세, 기타 비용 등의 추가로 인해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더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언론과 미디어 매체를 통해 해외직구의 장점들이 알려지면서 알뜰한 소비자들은 해외 쇼핑물을 찾기 시작했다.

해외직구로 인해 새로운 직업들이 창출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해외직구를 하기 위해 한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가 도배된 쇼핑물을 이용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을 위해 해외직구에 능통한 소비자가 일종의 수수료를 받고 대신 구매한 뒤 고객에게 다시 전달해준다. 이처럼 구매를 대행해주는 사람들은 홈페이지를 설립해 체계적으로 구매 대행을 운영한다. 해외직구를 즐겨하는 일부 대학생들은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구매 대행을 진행하고 있다. 홍보만 잘 된다면 밖에서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인기가 높다.

외적으로 흠이 없어보이는 해외직구는 국내 내수 경기에 적지 않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국내 소비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이 위축되며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직구를 통해 외화가 계속 유출돼 한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국민이 돈을 써야 경기가 살아나고 공장이 돌아가며 임금이 상승하는 선순환이 이뤄줘야 하는데 직구로 인해 멀어진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은 분기별 카드 사용액이 5000달러가 넘으면 관세청에 통보해 관리대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말도 안되는 조치다. 각종 개인정보 유출이 염려되는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대놓고 사생활 침해를 하겠다는 소리이다. 말이 좋아 관리 대상이지 당신은 국내 경제를 위협하므로 블랙리스트에 임명하겠습니다 라고 들린다.

몰론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얻는 문제점도있다. 보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 제품을 받았을 때파손돼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또한 쇼핑물이 해외에 있으므로 AS문제와 반품 및 환불 등 서비스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직구를 했던 소비자들 중 97%가 다시 직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과 정부는 문제의 근원을 찾고 해결해야 한다. 해외직구를 줄이고 국내 소비를 늘리려면 기업들이 투명한 가격 정책을 마련하는 방법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왜 귀찮은 체계를 무릅쓰고 해외에서 같은 제품을 구매하겠는가? 더 싸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회비용을 따져봐도 해외직구를 하는 것이 무 조건 이득이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을 가격을 다르게 측정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며, 같은 제품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저렴하게 측정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시야를 넓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자. 몇몇 해외직구족은 해외 기업에서 수입해온 제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더 비싸게 판매될 수 있다고 말한다.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다. 예를들면 독일 기업의 제품A가 한화로 2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미국에선 25만원 한국에선 30만원으로 판매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해외직구에 중독된 소비자들에게 경고장을 날리는 것보다 소비자들을 해외직구에 중독시킨 국내 기업에게 경고장을 날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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