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경 식품영양학과 교수

25살 여름, 인천공항에서 가족들에게 씩씩한 모습으로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오른 유학길. 도착한 미국 한 시골 동네 작은 공항, 이민용 짐가방을 끌고 봉고차에 올라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던 그 길들까지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강산이 변해 난 내가 꿈꾸던 교수가 되었고, 교수 명찰을 달고 학생들과 생활한지 만 2년을 채워가고 있다. 잘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난 내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즐겁다.

매 학기마다 30명 남짓한 학과 학생들과 상담을 한다. 이런 학생상담은 내게 수업, 연구보다도 어렵지만 의미 있게 생각되는 일이다. 조금씩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한번 상담을 한 학생은 그 다음 학기에도 계속 만남이 이어진다. 지난번 상담내용을 상담 전에 잠깐이라도 읽어보고 상담을 준비하곤 한다. 그 중에는 나를 어려워하거나 쑥스러워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깊게 나누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고, 몇 학기 동안 만났다고 제법 친숙해져 본인의 속내를 이야기 해주는 친구들도 있다. 그렇게 자기만의 고민들을 털어 놓을 때면 나 또한 자연스럽게 그런 친구들에게 더 관심이 가고, 하나라도 더 이야기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짧은 상담 기간이지만, 내가 만나본 우리 학과학생들의 학년별 성향이 보이기 시작한다. 1학년 학생의 경우 갑자기 너무 시간이 많아졌다고 좋아하기도 하고, 생각했던 대학생활이 아니라고 실망하기도 한다. 2학년은 조금씩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뚜렷하게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대학원을 가고 싶은지 취업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3학년에 접어들면 마음이 조급해 지고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되며 일부 학생들은 목표를 정하기도 하고 목표를 위한 준비기간을 위해서 휴학을 결심하기도 한다. 4학년 학생들은 상담시간이 길어진다. 3학년 때 생각했던 계획들을 180도 변경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주변 여건들과 맞물려 변수들이 생기게 돼 혼란을 겪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 내가학생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은 네가 지금 목표로한 직장에서 10년 뒤 너를 그려볼 수 있겠니? 그리고, 그 그림 속 네 모습이 마음에 드니? 이다.

본인이 가슴으로 찾은 일이 아닌, 누군가의 생각에 의해서 결정된 일을 본인에게 억지로 맞추려하는 학생들은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어떤이는 좋아하는 일은 그냥 취미로 하고, 일은 그냥 일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학생들이 가슴이 뛰는,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을 잘하고 인정받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2005년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학 졸업 연설을 감명 깊게 여러 번 보았다. 개인적으로 한 문장한 문장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던 연설이었다.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 한 번 다짐할 수 있는 힘을 주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연설에서 잡스는 아침에 일어나 거울 속 자신에게 오늘이 네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도 오늘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여러 날의 대답이 계속 아니 라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가슴이 뛰는 일을 찾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한다. 곧 새로운 제주대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가게 된다. 그들이 즐기면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때까지 계속 찾기를 멈추지 말기를(keep looking, don t settle)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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