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대학을 ‘법인’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대학 법인화’는 인사·예산권을 대학에 주되 재정지원을 줄이고 공무원신분도 회수해 국립대를 사립대 법인처럼 만드는 것이다. 설립자만 국가일 뿐 나머지는 사립대와 똑같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일본의 국립대학 개혁에 착안한 것이다. 일본의 국립대학법인화는 지난 97년 이후 계속 그 타당성이 연구·검토되어 오다가, 금년부터 국립대학의 일대 개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핵심내용은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은 지속하되,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이에 대한 대학의 실질적인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국립대의 방만한 경영을 해소하고 자율권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는 법인화가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일단 법인화된 국립대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등록금을 사립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기초학문 대신 인기 있는 학과에 집중투자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늘리는 등의 부작용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되는 교직원들의 반발도 거셀 것이며, 총장 선임과 교수 임기제 등을 둘러싼 학내의 대립 등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는 국립대를 법인화하면 국립대에 대한 국가관리가 사라져 국립대, 특히 지방 국립대가 자율적으로 특성화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벌주의 극복 대책으로 이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또 다시 각 대학간 구조조정과 특성화 전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간과할 수 없다.
 서울대를 비롯한 덩치 큰 몇몇 국립대만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을 뿐 나머지 소규모 국립대들은 경영난에 빠지는 ‘부익부 빈익부’ 현상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학벌주의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님을 증명한다.
 지금은 이미 대학교육 자체에 대한 초과수요가 해소된 상태에서 대학들 간에 경쟁 압력이 첨예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국립대학 법인화는 국립대학이 대상이지만 그 효과는 국립대학을 크게 넘어설 수 있다.
 아직 국립대 법인화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실증적 접근과 토론이 이어져야 하겠다. 또한 국립대를 법인화할 경우, 사립대학과의 차별성이 숙제로 남아있다. 만일 국립대만의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이 없다면 자칫 민영 국립대가 되기 싶다.
 초기 추진단계라고들 하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취업불황, 신입생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국립대를 두 번 죽이는 일은 없길 바란다. 경제·기업의 논리에 의해 아카데미즘과 학문논리가 배제되거나 말살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현재 지방 국립대학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초부터 다지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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