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왕종두 그린대학 학장

▲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왕종두 학장.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모두 한 번쯤 들어 본 모 가구사의 유명한 광고 문구이다. 이 광고를 만든 왕종두 ‘행복한 생명 그린대학’의 유일한 교수이자 학장인 그가 이번 초대석의 주인공이다.
 
한때는 3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유망한 광고사의 사장이었다는 그. 많은 돈, 좋은 차, 넓은 아파트 따위의 남들이 다 부러워하던 것을 가졌던 그는 왜 제주도까지 내려와 수업료도 받지 않고 ‘그린디자인’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을까?

◇잘나가던 젊은 시절
 
청년 시절의 그의 삶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 광고회사에 취직했다. 거기다 야망이 있어 개인 회사를 차리고 싶다는 욕심에 회사를 세웠고 30명 정도의 직원을 거느리는 회사를 운영했다.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유명 광고를 만들고 유명 회사와 계약했다. 그야말로 잘나가던 ‘광고쟁이’였다.
 
외제차에 남부럽지 않던 집에 안정적인 직장과 높은 연봉,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삶이었다. 하지만 없는 것이 단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행복’이었다.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디자인을 짜내기 위해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냈고, 광고를 따내기 위해 광고주들과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수없이 마셔댔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되돌아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기의 삶은 송두리째 없어져 있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물질과 명예가 곧 행복인 줄 알았다.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그곳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린디자인과의 만남
 
그러던 찰나에 모교인 국민대 대학원에 그린디자인 관련 학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디자인은 상업적인 것인데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이라고?”
 
그린디자인은 상업디자인의 반대 논리에서 시작된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통념, 경쟁, 관습이 아니라 배려의 디자인이다. 사람과 그 상위의 디자인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하위 생명까지 도움이 되는 디자인이다.
 
당시의 그가 생각한 디자인의 개념과 전혀 다른 그것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 사회적 통념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행복만이 아니고 우리가 다른 면에서 눈을 뜨고 시선을 돌리면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결심이 굳은 그는 회사를 친구에게 넘겨주고 당장에 그만뒀다. 당시의 친척들을 포함한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고 했다. 돈 잘 벌고 명예도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자기 발로 찼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주위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련없이 처음부터 시작했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 삶을 디자인해라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했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린디자인에 대해 꾸준한 활동과 소통을 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런 그의 향기가 서서히 퍼지다 보니 도리어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서울시 그린디자인 자문위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자문위원, 국민대 강의교수 그리고 그린대학 학장을 맡아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이제 그는 그린디자인 부문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전문가가 됐다.
 
“디자인은 창조이자 사람이고 소통이다” 왕 교수는 디자인의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그리고 디자인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은 만족이나 기준은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으로 가득 찬 젊은 세대들은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채찍질 당하고 있다. 이에 그는 “자신의 향기가 주위로 진하게 퍼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향기가 멀리 퍼지면 자신이 바라는 것과 행복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행복한 미래를 위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걸까? 행복한 우리 삶을 위해 re-디자인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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