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중국ㆍ일본 학생들의 Story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학교 내에서 많은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귀여운 장난을 치는 광경을 볼 수 있는 날이다. 친구들을 놀리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만우절은 본래 서양에서 내려온 풍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자는 한국뿐만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는 어떤 농담으로 주변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지 알고 싶어 취재키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와 가장 친근한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현지학생들 혹은 오래 거주했던 학생을 만났다. <편집자주>

▲ 김한정(영어영문학과 2)

◇남녀노소 모두가 장난치는 미국의 “April Fool’s Day!”
 
“April Fool’s Day!”, 미국에서 만우절 날 친구 혹은 가족에게 농담을 하고 나서 외치는 말이다. 가볍거나 무거운 장난에 놀아난 사람들도 상대방의 깜찍한 농담에 피식 웃곤 한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미국에서 만우절에 어떤 농담들이 오가는지 자세하게 알기 위해 국제교류본부를 찾았다. 본부는 뉴욕에서 5살부터 11년간 거주하다 4년 전 제주에 내려온 김한정(영어영문학과 2)씨를 소개시켜줬다.
 
“사람들 말을 너무 잘 믿는 성격이라서 학창시절 끊임없는 장난을 당했어요. 제게 만우절은 비극이에요 비극!” 그녀가 푹신한 쇼파에 앉자마자 말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스카치테이프처럼 껌을 뽑아서 먹는 도구가 있었는데, 친구가 쥐덫을 설치해 손가락에서 피가 난적도 있었어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지만 표정은 즐거워보였다.
 
가지각색의 마술 도구가 많은 미국에서는 특히 만우절 때 인기를 더욱 실감케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1년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그 날 다 푸는 친구도 봤다고 덧붙였다. 특히 4월 1일이 생일인 사람들은 곱게 귀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만우절은 아주 행복한 날이에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장난기가 극심한 사람들이 주변인들을 즐겁게 해줘요. 그렇지만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한번은 어느 학생이 창가에 자신의 신발을 올려놓고 아래 운동장에 누워있었어요. 주변 학생들은 만우절 장난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들어온 선생님은 아주 놀라셨죠” 그녀는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미소를 머금은채 계속 말했다. “제가 짝사랑하는 선생님이 있었어요. 근데 그 분이 만우절을 기념해 오늘부로 교사를 그만둔다고 말하셨죠. 너무 우울했지만 나중에 선생님께서 ‘April Fool’s Day!’라고 소리쳤을 때 화가 매우 났어요.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었죠”
 
미국의 만우절이 한국과 다르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어른들도 함께 한다는 점이다. 사무실에서 회사 동료들의 스테이플러에 심을 다 빼놓거나 복사기에 선정적인 사진을 복사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손주ㆍ손녀에게 귀여운 장난을 친다고 그녀는 말했다.
 
“추수감사절(Thank’s Giving Day)나 크리스마스(Chrismas)처럼 큰 이벤트는 아니지만 정말 재미있는 날이에요. 사실 오늘 친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색다른 장난을 안겨주고자 해요. 비밀입니다”


▲ 장유(국어국문학과 2)

◇자칫하면 예의 없는 중국의 만우절
 
고등학교 시절, 한류 문화에 빠져 제주 유학을 결심한 장 유(국어국문학과 2)씨는 한국에 비해 중국의 만우절은 좀 다르다고 말했다. 절강월수외국어대학교에 재학하던 그녀는 교환 학생이다. 한국의 만우절을 몹시 궁금해 하는 눈치를 보였다. 한국의 만우절 문화를 설명했더니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만우절엔 정확히 어린 아이에서 한정돼 장난을 치도록 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요. 대부분 어른들은 장난들이 버릇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부모님들도 제가 농담을 하면 이해를 못해요. 전통적인 서양문화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의 만우절을 겪었을 때 매우 놀랐어요. 특히 대학생들이 만우절에 장난을 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어요”
 
그녀는 한참동안 생각하더니 학창시절 기억을 더듬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때 활발한 성격이기에 자주 신발끈이 풀려 있었어요. 그런데 만우절 날 신발끈이 묶여있음에도 친구들이 계속 끈 매듭을 지으라고 한 기억이 나요. 한방 먹었다는 생각에 저도 친구들에게 ‘선생님이 널 찾으신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하하”
 
장난을 치면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항상 고려해야한다고 밝혔다. 재미가 없고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는 의견을 표했다. 그녀는 농담 강도가 강해지면 친구 사이가 급격하게 틀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번은 친구가 과자 속 달콤한 크림 대신 치약을 넣어 주변 사람에게 먹인 장면을 봤어요. 최악의 과자를 맛본 친구는 화를 냈으나 다행히 사이가 잘 풀려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사실 매우 조마조마했어요. 제가 봐도 너무 심한 장난이었거든요.”
 
아직 한국의 만우절을 겪어보지 못한 그녀는 몹시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이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등교한다는 사실을 듣고 매우 흥미로웠어요. 또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고 거절 받았다면 ‘만우절이야!’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웃겨요. 친한 한국 학생들이 나에게 재밌는 장난을 쳤으면 좋겠어요”

◇감성적인 일본의 만우절
 
▲ 사치코엘리(경영학과 2)

도쿄의 하치오지시에 위치한 소카대학교에서 온 사치코 엘리(경영학과 2)씨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 재학 시절, 가족과 함께 한 서울여행이 한국의 첫 발 걸음이었다. 당시 서대문형무소를 관광하면서 한국의 비극적인 역사를 몸소 체험했다. 그녀는 한국에 자세히 공부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프로필을 소개한 후 일본의 만우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일본은 학기가 4월 2일부터 시작해요. 즉, 만우절은 방학 기간이기 때문에 친구들이 함께 모이기가 쉽지가 않죠. 저희는 주로 전화상으로 장난을 많이 쳐요. 3월 31일 11시 40분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요. 많은 얘기를 주고받다보면 20분은 순식간에 흐르죠. 12시가 지나면 만우절이기 때문에 그 때부터 거짓말을 치기 시작해요. 순진한 친구들은 감쪽같이 속아요. 너무 재밌어요”
 
그녀는 신나는 표정으로 친구에게 했던 농담을 자세히 말해주기 시작했다. “한번은 제가 입원했다고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요. 순수한 제 친구는 ‘어디가 아파? 몸은 괜찮아? 푹 쉬어’라며 진심어린 걱정을 해주었죠. 저는 그에 그치지 않고 날이 밝으면 병문안에 꼭 오라고 했어요. 친구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 아침이 되면 문자가 와요. ‘어디 병원에 입원했어?’라고요. 그 때 제가 말하죠. ‘만우절이야!’ 당시 그 친구의 표정을 봤으면 했는데 정말 아쉬워요”
 
하지만 그녀는 만우절 장난 때문에 상처받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고 밝혔다. 어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했었는데 만우절이라고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근데 그 여학생은 정말 남학생을 마음에 둬 상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제가 정말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아이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할머니는 저와 되게 친밀한 사이였어요. 너무 많이 울었죠. 친구에게 전화로 위로를 계속했죠. 그래도 눈물이 그치지 않았어요. 근데 갑자기 친구가 ‘만우절이야, 사치코!’라고 말을 하더라구요. 한방 먹었죠. 그래도 사실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이어 한국 만우절 문화를 물었다.  “일본과 비슷한 문화를 가진 한국의 만우절도 굉장히 궁금해요. 저희는 어른들한테는 장난을 못 쳐요. 무서우니까요. 근데 한국은 만우절 농담에 관대하다고 들었어요. 너무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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