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 초대석 -<14 >핸드메이드 브랜드 김지영 ‘모제이’ 대표

성산읍 삼달리 어느 조그마한 집 한 켠에서 제주를 그려내는 사람이 있다. 한사코 자신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핸드메이드 브랜드 ‘모제이’ 대표 김지영씨를 만났다.


▲ 핸드메이드 브랜드 ‘모제이’대표 김지영씨

◇modern jeju life(모제이)를 꿈꾸다
 
“지금이 30대 후반인데 30대 초반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대단한 돈을 번 것도 아니고 뭘 대단히 한 것은 아닌데 바쁘기만 했고 여행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 같아’라고 말이에요.”
 
그런 생각 끝에 내려온 제주도. 그녀의 새로운 삶의 첫발이 이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게스트 하우스에서 마주치게 된 색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친구들과의 만남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정석대로 살아왔던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라는 충격을 가져다 줬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않고 이곳에 한번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된 그녀는 풍경이 좋은 한적한 시골, 삼달리에서의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늘 마음 한편에 숨겨뒀던 작업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서 말이다.

◇파란만장한 그녀의 지난날
 
일본 문화복장학원 스타일리스트과를 졸업한 부산소녀. 부산소녀는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가게 됐을까.
 
“부산에서 오랫동안 살았는데 대학을 가고 싶다거나 특별한 꿈이 없었어요. 이전부터 성적에 맞춰서 가야하는 대학에 대해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부산에 있는 외대의 일본어학과에 진학하고서 2학년 때 중퇴를 했어요. ‘대학을 나와 기업에 들어가고 연봉은 얼마 받는’ 그런 생활이 나하고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됐고 나를 위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 끝에 일본으로 떠나게 됐어요.”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일본 생활.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무작정 찾아 나선 일본에서 그녀는 또 다른 인생의 길을 찾게 됐다.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언어를 배우는 것 외에도 다른 기술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 전부터 예술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일본에서 문화복장학원이 유명하다고 해 그 곳에 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이 좋게도 붙었고 그렇게 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 같아요.”
 
옷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스타일링을 위한 다양한 지식들을 배우는 점이 좋아 디자인과가 아닌 스타일리스트과를 가게 된 그녀. 졸업 후 부푼 꿈을 안고 돌아온 한국에서 그녀는 또 다른 충격을 받게 됐다. 당시 스타일리스트가 단순히 학원을 나와 싼 가격에 이것저것 일을 하는 소모성인 직종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무역회사와 의류회사를 전전하게 됐다. 할 수 있는 분야가 정해졌기에 디자이너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생겼다. 그렇게 그녀는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저 재밌는 것을 찾다가 후천적으로 꿈이 생겼어요. 지금도 제가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만드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아요.”

▲ 김지영씨가 만든 핸드메이드 실크 스카프.
◇제주의 모습을 그려낸 핸드메이드
 
“8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그 동안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늘 이미지 트레이닝만 해왔기에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 뭔가 거창한 것을 하긴 제가 많이 부족했어요. 처음 시작은 미싱으로 실용적인 것부터 만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가방부터 누군가가 요청을 하면 제 스타일대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해 점점 더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있어요.”
 
시골에 내려와 제일 많이 보게 된 돌이라든지 꽃, 귤나무, 동물 등이 모두 그녀의 소재가 됐다. 색을 위주로 이미지로 풀어내 여러 가지 색상, 무늬, 크기의 천 조각을 꿰매 붙여 만들어진 물건 하나하나가 모두 그녀가 본 기억이나 색들의 짜깁기다.
 
그녀의 이런 삶이 마냥 쉽지 많은 않았다. 아직까지 핸드메이드에 대한 가치가 높지 않아 어려움도 많고 그녀의 노력과 시간을 몰라줄 때가 많아 아쉽다고 한다.
 
“시장에서 보는 가치가 만드는 입장에서 서운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핸드메이드를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제 손을 거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것이 잖아요. 뭔가 ‘손맛’이라는 게 있어요. 제가 만드는 것에는 저만의 특색이 묻어나는 것 같아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요.”
 
해맑게 웃으며 핸드메이드의 매력을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행복에 빠진 어린아이의 모습과도 같았다.

▲ 모직 패치워크 파우치
◇꿈을 향해 달려온 부산소녀
 
대학 중퇴에서 일본 유학, 회사생활, 제주의 전원생활까지 그녀의 지난 삶은 파란만장하기까지 하다. 흔히 우리나라는 경력 위주의 사회다.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느냐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어떤 회사로의 첫발이 나중에까지 계속 이어지기에 더더욱 그 첫발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그녀의 삶이 더 독특하게 다가온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여러 일을 해보고 싶은데 외부에서 보면 이 우물도 파고 저 우물도 파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바라봐요. 사실은 내 안의 갈등이고 가벼운 문제가 아닌데 말이에요. 그래도 학생들이 사회에서 정해져 있는, 대학을 가고 어느 회사에 들어가 월급을 받는 등의 정형화된 삶이 아닌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가고 싶은 삶은 어떻고, 어떻게 하면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를 학생들이 고민하고 꿈을 찾아가길 바래요”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녀가 품고 있는 목표는 무엇일까.
 
“피카소처럼 왕성하게 계속 쉬지 않고 뭔가를 만드는 것에 열중하고 싶어요.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고민한 것에 비해 너무 성과가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일에 열중하고 싶어요.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실용적인 것 말고도 패브릭으로 조형물 작업을 해보고도 싶어요.”
 
그렇게 오늘도 그녀의 손에서 그녀의 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작은 천들이 그녀의 손에서 모아져 하나의 작품이 되듯이 그녀의 작은 꿈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결실이 맺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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