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정부의 취업정책과 기업의 취업경향 분석

▲ 주요 그룹별 2015년도 채용 특징이다. 직무적합성 평가도입과 인문학 등이 눈길을 끈다. 기존 스펙 위주의 채용에서의 ‘탈’화를 엿볼 수 있다.

지난 기획에서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우리 대학 내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이번 호에서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부의 취업정책과 최근 취업 경향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최근 취업 경향을 보면 한 가지 표현이 떠오른다. 바로 ‘보랏빛 소’다. 고속도로를 따라 자동차 여행을 하고 있는데 소 떼 수백 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을 정도로 신기한 광경일 것이다. 그런데 20분 후, 못 보던 소들이 나타났다. 조금 전에 본 것들이 이제는 평범해 보일 뿐이다. 이것이 바로 ‘보랏빛 소’다.
 
지금에 이르러서 기업의 인재상은 많은 변화를 거쳤다. 기존의 스펙경쟁에서 이제는 창의성과 도전정신, 소통 등을 중시하고 있다. 더 이상 스펙위주의 취업 준비가 경쟁력을 얻기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누런 소에서 ‘보랏빛 소’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일까. 정부의 정책 변화와 최근 취업 경향을 통해 알아보자.

◇‘스펙초월’, 국가직무능력표준의 부상
 
청년 실업률 11.1%(2015년 2월 통계청 발표). 갈수록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년실업에 대한 걱정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정부는 불필요한 스펙경쟁 해소와 스펙초월, 일-학습 병행제도 활성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청년고용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국가직무능력표준개발ㆍ보급 등을 통해 스펙을 초월한 채용문화를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공기업을 중심으로 ‘스펙 초월’ 채용제도가 적극 도입됐다. 정부는 지난 23일 청년들의 학점, 어학성적 등 계량된 항목과 점수를 배제, 스펙 쌓기 부담을 완화하고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을 확산시키기 위해 130개 공공기관부터 직무능력중심의 채용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130개 공공기관이 3000명 가량을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은 산업 현장에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소양 등의 능력을 국가가 산업별, 수준별로 표준화·체계화한 데이터베이스를 말한다. 금융·보험, 경영·회계·사무 등 산업별로 24개 대분류, 77개 중분류, 227개 소분류, 857개의 세분류로 나뉘고, 직무를 의미하는 세분류를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식·기술 등을 의미하는 능력 단위들을 정리해 놓고 있다. 세분류 857개 가운데 능력 단위까지 개발된 경우는 현재 797개고 나머지는 개발이 진행 중이다. 직무 능력을 수준별로 평가할 수 있으며 최하 등급은 1수준, 최고 등급은 8수준이다. 통상 2수준을 고등학생, 4∼5수준을 학사 정도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
 
이런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대기업들도 잇따라 스펙을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채용시장의 변화, 직무적합성 평가 도입
 
올해 대기업 채용시장의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발견됐다. 2015년 하반기부터 삼성에서 ‘직무적합성 평가’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기존의 채용전형을 대폭 수정할 것으로 발표했다. 삼성에서 시작하는 변화이기에 취업시장 전체의 판도 변화를 야기할 수 있어 올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존 시험위주의 획일적 채용방식에서 직군별 상이한 기준을 적용, 블라인드 테스트 진행과 토론형 창의성 면접 등을 도입,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LG도 스펙 중심의 채용에서 직무중심의 채용방식으로 변화했다. 수상경력과 어학연수, 인턴, 봉사활동 등의 스펙란이 사라지고 대신 자기소개서와 코딩테스트, 영어면접, 인턴십 등 직무별 특화 전형으로 구직자를 평가한다. 다수의 다른 기업들도 이 같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채용전형이 기존의 형태에서 탈피, 고도화된 원인으로는 지속된 불경기로 인한 채용인원 감소로 보인다. 이에 따른 지원자의 스펙이 상향평준화가 이뤄지고 취업 트레이닝이 성행하면서 현 채용시스템의 변별력이 감소함에 따른 기업의 대책으로 보인다. 또 다른 원인은 기존의 채용 방식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이다. 스펙 좋고 어학능력 있는, 면접시 말 잘하는 사람을 뽑았지만 막상 입사 후 직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해 이런 비효율을 줄이려는 기업의 새로운 채용전략이라는 평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실적의 평가가 아닌 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취업시장에 유리한 판도로의 변화로 볼 수 있다. 내가 이 일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해왔는지 보여주는 것이 채용의 열쇠로 보인다.
 
또 다른 채용 방식의 변화는 바로 ‘인문학’의 도입이다. 최근 대기업 취업시장에서 인문학 문제가 잇따라 출제되고 있다. 삼성, LG, SK, 포스코 등이 지난해 인적성검사에 인문학 역사 문제를 출제했다. 지난 2013년 하반기 현대자동차의 역사 에세이를 시작으로 2014년 상반기에는 삼성과 SK가, 하반기에는 LG가 인적성 검사에 한국사 영역을 추가했다. 인문학적 소양이 국내 주요 그룹의 신입사원 선발 시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인문학의 도입은 인문학의 핵심이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도전과제인 상상력과 혁신 등에서 일치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인문학이 부상함에 따라 기업의 채용방식에서도 인문학이 하나의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이런 추세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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