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ㆍ학생들의 직무 선택과 역량강화가 필요

지난 기획에서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부의 취업정책과 최근 취업 경향을 알아봤다. 이번 호에서는 청년 실업의 주범으로 꼽히는 ‘일자리 미스매치’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침상에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같은 입장, 일인데도 생각이 저마다 다름을 비유한 말이다. 이 말은 지금 취업시장에도 들어맞는다. 기업은 직원을 필요로 하고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도 충분하다. 그러나 기업은 구인난을, 구직자들은 구직난을 외치는 구직난과 실업난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일자리 미스매치’다. 이런 현상에 대한 입장차가 있다. 기업체나 정부는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무관심하고 대기업이나 공무원 및 공기업 취업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또 “학생과 기업 간의 눈높이 차이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눈높이 차이를 지적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 중소기업으로 지원하라는 말처럼 들린다”며 “좋은 중소기업도 있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낮은 임금과 복지가 열악하다는 말을 자주 듣기에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일자리 미스매치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팽팽하다.
 

▲ 고졸 이하와 중졸 이하의 경우 미스매치 인력이 없는 반면 대졸 이상의 경우 공급ㆍ수요의 미스매치 인력이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미스매치, 원인은 무엇인가?
 
일자리 미스매치의 요인으로는 흔히들 보상의 미스매치, 숙련의 미스매치, 정보의 미스매치 등을 꼽는다.
 
‘보상의 미스매치’는 구직자와 기업 간에 근로조건 등 보상의 문제에 대한 눈높이가 서로 다른 것을 말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13년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평균 초봉과 대학생 희망 초봉에 큰 차이가 있다. 중소기업의 대졸자 평균 연봉의 절반이상이 ‘2000만원 이상 2500만원 미만’74.8%에 머무른 반면 대학생 희망 평균 초봉은 ‘25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은 29.2%‘3000만원 이상 3500만원 미만’은 27.7%에 대부분 머물렀다. 희망 연봉 외에도 기업이 제공하는 복리후생, 작업여건 등 중소기업과 학생들 간의 ‘보상’에 관한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숙련의 미스매치’는 수요 측에서는 직종 및 직능수준에 맞는 지원자 부족, 공급 측에서는 희망직종에 맞는 일자리 부족을 말한다. 공급자 중심의 인력 양성으로 인한 취업자의 직무능력이 현장수요와 괴리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70.9%로 매년 급증하며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고학력자가 양성돼 자동화 시스템이 보편화된 기업 환경 내에서 높은 학력보단 단순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즉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과의 직무불일치가 크게 확대됐다. 또 대학 기업 내 현장과 맞지 않은 대학교육 시스템이 숙련의 미스매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보의 미스매치’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경우에 주로 나타나는데 구직자는 채용정보뿐만 아니라 그 회사의 급여, 비전, 복리후생 등에 대해 알고 싶은데 중소기업의 경우 관련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데서 나타나는 미스매치다. 우수 중소기업의 채용정보를 접할 수 없는 여건이 미스매치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요를 담당하는 기업들, 좀 더 정확히 ‘중소기업’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대기업 대 중소기업’이라는 기형적인 구직시장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진학률이 상승,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에 따라 대부분 청년층들이 대학을 진학하며 상대적으로 취업 기대수준 또한 올라가게 되며 일자리와 학력 간 불일치가 상승했다. 산업계 수요와 동떨어진 공급자 중심의 고학력 풍토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학력이 높아질수록 일자리 미스매치 인력이 늘고 있다. 고졸 이하, 중졸 이하의 경우 미스매치 인력이 없는 반면 대졸 이상의 경우 미스매치 인력이 100만 여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젊은 나이에 지방에서 몇 년 근무하면 어떻고, 보수가 좀 적어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데 현장에서 뛰는 것 또한 어떠냐는 것이 기업의 목소리다.

◇일자리 미스매치, 학생들만의 문제인가
 
통계청 사회조사의 2013년도 결과를 보면 19~24세 청년이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27.4%)이 가장 많고 이어 대기업(19.8%), 공기업(18.4%)의 순이고, 중소기업은 3.5%, 벤처기업은 2.5%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학 4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서 응답자의 83.6%가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답했다. 이는 미스매치 문제가 단순히 학생들의 눈높이로 인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 현재 제주대에 재학 중인 이모씨는 취업준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꿈꾸며 준비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확신이 없다. 각종 자격증과 학점, 토익 점수 등 이력을 빼곡히 채웠지만 갈수록 대기업, 공기업에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려워지고 있어 이씨도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봤다. 그러나 그쪽 사정도 만만치 않았다. 이씨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이 어려워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봐도 현실은 비슷하다. 대기업, 공기업의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보다 여러 여건에서 좋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들어간다고 해도 연봉이나 근무 여건 등에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다. 그리고 불황도 심각한데 언제 회사가 문을 닫거나 해고될지 알 수 없어 편하게 회사생활을 할 수도 없어 기피 현상이 심하다. 학생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2012년 중앙기업 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낮은 급여 수준’(39%)이 가장 많이 꼽혔다. 고용불안(33%), 주위의 낮은 평판(17%)도 중소기업 취업을 망설이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은 정규직의 경우도 고용안정성이 높지 않다. 2013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직원들의 평균근속기간은 3~5년 미만 42.8%, 5년 이상 33.2%, 1~3년 미만은 22.4%로 나타났다. 이직하는 경우를 제외한다고 해도 근속기간이 짧은 편이다.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 또한 미스매치 문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 2013년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사율은 23.6%다. <출처: 한국경제〉


◇직무 선택, 역량 강화가 필요
 
그렇다면 미스매치 문제를 위한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2012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92개 기업을 조사해 발표한 ‘신입·경력사원 채용 실태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사율은 23.6%였다. 신입사원들이 조기 퇴직하는 가장 큰 이유로 ‘조직 및 직무 적응 실패(43.8%)를 꼽았다. 학생들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떠나 현재가 아닌 5년, 10년 후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을지를 생각하고 자신과 맞는 기업과 직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 조기 퇴직의 가장 큰 이유로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43.8%)가 꼽혔다. <출처: 한국경제>


김경보 취업전략본부 취업컨설턴트는 “취업 준비를 할 때 기업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맡는 직무를 정하고 그에 따른 산업, 업종을 생각하고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며 “학내 취업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잘 활용한다면 미스매치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자체적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대학과 기업 간의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이 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의식 전환 또한 필요하다. 취업 준비에 앞서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목표 설정을 하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학생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는,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우리 세대가 직면한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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