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열 시인

공모 결과 시 부문에서는 21명의 학생이 121편의 작품을 제출했다. 물론 백록문학상이 제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만을 그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한적이긴 하지만 제주 문학의 미래 더 나아가 한국 문학의 앞날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심사에 들어갔다.
 
작품을 읽으면서 우선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작품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이다. 물론 학년 차에서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평소 시적 대상에 대한 관심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머리를 억지로 쥐어짠다고 해서 시 한 편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주 바라보고, 오래 생각하고, 생각한 것들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에서 한 편의 시가 탄생하고 결국 그러한 시 한 편이 독자의 가슴에 다가가서 잔잔한 울림을 주게 되는 것이다.
 
21명의 작품들을 두루 살핀 결과, 강현준(국어국문학과), 김영원(국어국문학과), 윤미래(국어국문학과), 송서영(윤리교육학과) 학생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선택되어 다시 심사에 들어갔다. 강형준 학생의 〈너와 벚꽃〉, 김영원 학생의〈호우주의보〉, 윤미래 학생의 〈무지외반〉에 자꾸 시선이 머물렀지만 최종적으로 송서영 학생의 〈숨비소리〉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숨비소리〉에는 제주 해녀의 삶과 노동이 순수한 언어와 참신한 발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리고 시의 서두에 ‘숨비소리’를 그대로 끌어옴으로 해서 현장감을 살리려 노력한 점이 보이고 시의 끝부분에서는 제주 해녀들의 벅찬 노동이 잔잔하게 깔려 읽는 이로 하여금 신선한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물론 나머지 학생들의 작품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시적 긴장감을 가지고 있으나 시상의 전개가 진부하다는 점이 눈에 거슬렸고, 시적 대상을 채 소화하지 못한 채 서둘러 발표한 흔적이 더러 보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시적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숙련의 문제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를 계기로 삼아 시와 보다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격려와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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