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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통 문화의 거리 기획>텅 빈 거리, 누구를 위한 공사인가?문화의 거리를 뒤덮은 암울한 회색빛만... 사람들 외면 속에 쓸쓸한 칠성통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우리 학생들은 어디를 찾을까. 대학생은 물론 상당수 청소년들이 제주 일도동에 위치한 ‘칠성통’을 방문하고 있다. 젊은 청춘들에게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 상점들이 즐비해 있으며 제주의 이색적인 맛을 체험할 수 있는 맛집들이 건재하다. 근처에는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까지 방문한 동문시장이 있어 제주 전통을 느낄수 있다. 또한 서울의 충무로 못지않게 영화 속 테마가 잘 스며들어있어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한 장소다. 그러나 누군가 칠성통의 아름다움을 질투한 것일까. 현재 포크레인과 많은 인부들이 시멘트와 뿌연 먼지로 칠성통을 덮고 있다. 영문도 모른채 파괴당하는 칠성통을 기자가 밀착 취재하기로 결심했다.   〈편집자주〉

 

 

   
▲ 사람들의 발길 없는 텅 빈 거리와 휑하기만 한 상가. 흉물스러운 공사 자재들만이 덩그러니 남아 관광객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지중화 공사란 무엇인가
 
“뚝딱 뚝딱”. 지하도에서 올라온 뒤 칠성통 입구에 진입하기 전 들리는 소리다. 입구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는 구두 브랜드 ‘금강제화’대신 포크레인이 연신 손을 흔들며 사람들을 반긴다. 커다란 팻말이 서있다. 가까이 다가가 내용을 읽어보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중화 사업’에 관해 적혀 있었다. 반복해서 글을 정독했으나 완벽히 이해가 되진 않았다. 공사 현장을 카메라 셔터로 몇 차례 누른 뒤 근처 커피숍에서 제주시청 건설과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5분 남짓으로 짧았으나 가졌던 궁금증은 모두 해소 됐다.
 
우선, 지중화 사업은 쉽게 말해서 지상에 있는 전선들을 지하로 매설하는 공사다. 또한 바닥 포장 공사를 같이 진행하면서 ‘차없는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도청의 큰 야망도 들을 수 있었다. 건설과 소속 박종영씨는 “제주의 본 상점가인 칠성통이 최근 들어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번 공사를 통해 분위기 반전과 고객 유치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말했다. 그럴듯한 논리에 통화 도중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커피숍 창가에서 보이는 파격적인 공사는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다.

◇삭막한 제주도 대표 쇼핑거리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확실히 칠성통의 훤칠한 외모를 망치고 있었다. 새로운 옷을 입기 위해 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폭 좁게 위치한 시멘트산과 벽돌성은 칠성통을 회색빛으로 물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도로는 파헤쳐져 있어 사람들이 이동하는데 큰 방해가 됐다. 무한한 서비스를 지원해 고객을 유치해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방문을 제한하고 있으니 마음이 답답했다. 계속되는 폭염에 인부들은 잦은 휴식을 취했고 대부분이 담배를 태워 온 거리가 흡연구역 같았다.
 
거리 안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하자마자 입구는 그나마 양반이라는 것을 느꼈다. 패션 브랜드 빈폴 앞 사거리는 싱크홀이 뚫린 마냥 큰 구멍이 있었다. 안전바로 막아놨지만 울퉁불퉁한 도로는 사람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이들이 뛰다가 넘어진다면 큰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았다. 상상만 했는데도 아찔했다. 카메라를 들고 수첩에 열심히 메모를 하다 보니 어느 관광객 무리가 말을 걸어 왔다. 대학생 기자임을 밝히고 그들의 말에 집중했다. 울산에서 온 이들은 제주도가 좋아 매년 휴가철마다 방문한다고 말했다. 특히 탑동 바다가 너무 좋다보니 항상 칠성통을 경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는 칠성통으로 바로 오지 않고 탑동에 들린 뒤 거리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을 흥미롭게 경청하다가 깜짝 놀랐다. 이에 대해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제주에 오기 전, SNS를 통해 칠성통이 공사하는 현장을 먼저 봤다고 말했다. 또한 수많은 네티즌들의 칠성통을 향한 비아냥거림에 자신도 모르게 꺼려졌다는 말을 꺼냈다. 충격적이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사가 오히려 관광객들을 칠성통 밖으로 내쫓고 있는 실정이었다. 생각해보니 취재를 시작하면서 약 2시간동안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관광객들을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내가 관광객의 입장이었어도 시멘트와 온갖 벽돌로 무장된 공사 현장을 기념사진에 담진 않았을 것이다. 씁쓸한 대화를 나눠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무거움 마음을 누르고 다시 카메라를 들고 칠성통 곳곳을 찍기 시작했다.

 

 

   
▲ 사람들의 통행로를 틀어 막고 있는 불법 주차 차량과 공사 자재로 인해 불편을 호소 하는 관광객들.

 

◇상인들 불만 극에 달하다
 
갑자기 칠성통 안으로 경찰차 한 대가 진입했다. ‘차없는 거리’를 조성한다면서 공권력의 대표가 몸소 약속을 어기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일반적인 대화보다 언성을 높게 이어가고 있는 무리들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사태는 보기보다 심각했다. 주먹다짐이 일어날 듯 서로가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고 경찰들은 이를 중재하느라 진을 뺐다. 주변 횟집에서 구경하는 어르신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 사건은 공사를 진행하는 관리자와 상인의 갈등으로 발생했다. 상인은 가게 앞 도로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파헤쳐 있어 손님들이 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관리자는 자신도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며 피해가 지속되는 점은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서로간의 입장이 있어 잘못을 가르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마음이 무거웠다. 몇 번이고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으나 상인의 진심어린 목소리는 칠성통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억울한 피해를 받고 있는 상인들을 위해 도는 무슨 방법을 강구했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방문했으나 필요한 정보를 찾지는 못했다. 수소문 끝에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도지사에게 바란다’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게시판에 녹아있는 도민들의 앓는 소리는 꽤 심각했다. 지중화 사업에 관해 글을 남긴 도민들은 대부분 상인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공사 때문에 매출에 급격한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가운데, 어떤 도민은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와 메르스 등 악재들이 겹쳐 살아남기 매우 힘들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공사를 추진하던 중 유물들이 발견돼 지연됐다고 밝혔다. 문화재 표본조사 결과를 통해 옛 집터, 우물터 등이 나타났다는 주장이었다. 현장관리를 철저히 해 상업 활동에 피해를 최소하겠다는 답변을 남겼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몇몇 도민은 도로 바닥 포장 공사에 대한 안전을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바닥 포장공사가 숙련된 수준의 기술로 시공돼가고 있다는 점에 의문을 표했다. 바닥재 사이의 간격과 시설물들의 모양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되는데 비전문가가 봐도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계속해서 칠성통의 상인들이 점검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음을 함께 지적했다. 이에 대한 답변 역시 형식적이었다. 사업비 약 43억원을 투입해 시행되는 공사가 물거품이 될법한 뉘앙스를 풍기는 답변이었다.

◇죽어가는 테마거리, 먼저 해결해야할 점

그렇다면 공사로 인한 상업 활동, 보행자 이동 방해 등 외부적인 문제만 칠성통 거리에 자리 잡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정답은 ‘No’다. 거리 안쪽으로 오래 걷다 보면 영화 작품들을 소개하는 포스터가 벽과 바닥에 붙어 있다. 그러나 주변은 회색빛의 컨테이너 벽이 거리를 둘러 싸고 있었고 폐허가 된 상가들도 보였다.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영화포스터도 걸려 있었다. 몇몇 가로등은 불빛이 약하거나 고장이 나 어두운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불법주차문제도 심각했다. 골목 한가운데를 막는 자동차로 인해 보행자들의 이동에 큰 방해가 됐다. 테마 거리 근처의 상권들은 유동인구가 적어 상업 활동이 어려운데, 불법 주차 때문에 그 피해가 더해진 것 같았다. 불현듯 이렇게 불법주차된 차량을 보고 막힌 길이라고 생각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충무로처럼 영화와 함께하는 테마의 거리로 첫 발걸음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참담한 결과를 눈 앞에서 목격하니 나도 모르게 기운이 빠졌다.
 
평소 칠성통에 자주 온다. 2013년 2월, 학생 신분으로 제주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방문했던 최초 관광지라서 애착이 간다. 혼자 동문시장에서 전통음식을 먹고 사고 싶은 옷, 신발들을 마음속에서만 구매하는 기분은 상상 그 이상이다. 이렇게 내게 있어 특별한 거리가 공사로 인해 훼손돼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편으론 나도 이렇게 심란한데 이곳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상인들은 어떤 심정일까.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지중화 사업이 그렇게 나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 도청의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아름다움을 조성한 ‘차없는 거리’가 만들어진다면 관광 홍보 효과와 더불어 지역경제까지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고진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상인들이 인내심을 가져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이 또한 당사자가 아니기에 쉽게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도청은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주변 상인들에게 합당한 정책을 펼쳐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차 없는 거리’가 ‘상점 없는 거리’로 변질될 수 있다.
 

백승규 기자  webmaster@jeju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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