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민 동문

대학 4학년 때 입사원서를 쓸 때 인생의 좌우명을 쓰라는 칸이 있었다. 한동안 고민했다. 내가 대학 4학년을 다니면서 인생의 좌우명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이었던가? 그래 없으면 만들면 된다. 그래서 만든 것이 인생좌우명-내 인생의 변하지 않는 영원한 헌법-인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에서 유래한 말로, 자기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리라는 말이다. 속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와 비슷한 말이다. 사람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여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좌우명을 정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 말을 되새기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그러나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살다보면 오르막길이 있고 내리막길이 있다. 아침에 오르막길에 오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상을 보고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어둠이 짙게 깔리고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발을 잘못 디디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늘 걸어왔던 길이라 무턱대고 디딘 발이 수렁일 줄은 몰랐다. 많은 상처도 입었다. 주위에서는 잘나가던 사람이 저렇게도 되는구나 하는 소식도 들렸다.
 
2007년 초, 1999년에 입학하여 다니던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석사학위 논문제출 기간인 5년이 이번학기가 마지막이란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어차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그 학기에 석사학위를 받고 50이 다된 2008년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남들은 그 나이에 뭐하러 다니냐는 말도 했다. 박사과정은 숙제가 많다. 숙제할 때는 우리 가게(당시 실내포장마차)옆에 차를 대고 아침까지 씨름하였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애들도 감동하였나 보다. 학원문턱에 한 번도 보내지 못했던 애들도 참 열심히 하였다.이제 큰아들은 대학 4학년, 둘째는 올해 대학 졸업하여 공군소위로서 조종사 훈련을 하고 있다. 나는 2012년 2월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5월에 그동안 불규칙한 생활로 신경 쓰지 않았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 모양은 키 167cm에 몸무게 86kg 허리둘레 38인치의 원형이었다. 먼저 건강하고 날씬한 나의 모습을 새겼다. 그 후 매일 걷기 운동을 했다. 한여름에도 땀 흘리며 미친 사람처럼 걸었고 한겨울도 걸었다. 내 핸디캡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감내하리라. 그렇게 시도한 것이 지금은 71kg, 31인치이다.
 
오늘도 걸으면서 조금이라도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하여 달리는 자동차를 본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 빨리 가라. 나는 걸어서 도착할께’, ‘편히 가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얼마나 보람된지가 중요한 것 아닐까!’
 
주위에 잘나간다는 사람들도 많다. 돈을 많이 번 사람들도 있고 골프를 즐기며 편히 사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평범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행복지수는 내가 더 높다고 생각한다. 정말 짧은 기간에 굴곡을 경험하였기에.
 
단언하지만 누구나 삶의 굴곡을 경험할 수밖에 없으며, 지금의 ‘나’가 전부가 아니란 사실이다. 지금의 ‘나’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학생들에게도 늘 말한다. ‘환경을 탓하지 마라. 환경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며 환경이 바뀔 때를 대비하여 진인사(盡人事)하고 대천명(待天命)하라’고 말이다.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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