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문시장 간식으로 만들어질 두 셰프의 레시피

대한민국은 지금 셰프들의 시대다. 전 국민을 요리 사랑에 푹 빠지게 한 쿡방(‘쿠킹’과 ‘방송’의 합성어, 요리하는 방송)에서 시작해 연일 유명 셰프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까지 출현해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다. “요리 잘하는 남자가 섹시하다!” 일명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이 대세인 오늘. 케이블채널 올리브TV의 ‘올리브쇼’ 속 스타 셰프들이 9월 4일, 제주 서문시장에 떴다. ‘제주 딜리셔스’라는 주제로 다양한 제주 특산물을 조명하고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제주의 향토음식, 일명 ‘J(jeju)푸드’를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셰프들이 함께 하는 ‘서문시장 간식 만들기’의 무대로 떠나보자. 〈편집자 주〉
 
▲ 서문시장에서 요리대결을 벌인 남성렬 셰프. 제주 특산물을 이용한 한라봉 닭강정을 선보였다.

 

◇최고의 셰프들이 모이다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그러나 왠지 유난히 그 발걸음이 더 경쾌하고 미묘한 긴장감도 보였다. 9월 4일 오후 1시, 서문시장에서 요즘 가장 핫한 셰프들의 세기의 요리 대결이 열렸기 때문이다. 
 
“3만원으로 당신의 일주일 식단을 책임집니다!”라는 TV 속 말이 서문시장에서 울려 퍼졌다. ‘올리브쇼’ 속 스타 셰프 2명의 레시피 대결이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준비를 끝마쳤다. 오늘 펼쳐질 특별한 대결은 셰프들이 직접 개발한, 황요한 셰프의 ‘흑돼지 비빔면’과 남성렬 셰프의 ‘한라봉 닭강정’이다. 요리를 위한 셰프들의 분주한 손길이 이어졌다. 각자 요리에 쓸 식재료를 시장 안에서 구입하고 기본적인 손질과 함께 모든 세팅이 끝났다. 
 
이어서 오프닝이 시작됐다. 두 셰프 외에 개그우먼 김영희와 또 다른 스타 셰프 최현석 셰프가 오프닝을 함께 했다. “프로그램의 핏(fit)을 위해 나왔다”는 최현석 셰프만의 특유의 허세와 유머스러움으로 분위기가 한층 더 무르익었다. 
 
남성렬 셰프는 “재료가 좋기에 음식이 더 맛있을 수밖에 없다”며 “만약 음식의 맛이 없다면 셰프가 아니다”라고 제주 특산물에 대한 칭찬과 함께 요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오프닝 내내 요리를 앞둔 두 셰프 간의 승리를 향한 기싸움이 남달랐다. 장난 섞인, 서로의 요리에 대한 견제들이 요리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 서문시장 간식으로 만들어질 요리를 선보인 황요한 셰프. 황 셰프는 흑돼지 비빔면을 내놓았다.

◇셰프들의 레시피 대결
 
웃는 모습이 호쾌한 황요한 셰프는 평소 그의 얼굴만큼이나 스위트한 요리와 호불호가 없는, 남녀노소 누구나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맛의 요리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프렌치 양식 요리를 전공하고 에릭스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를 운영하는 오너 셰프답게 이번 요리에서도 제주의 흑돼지를 이용한 퓨전 파스타 요리를 준비했다. 
 
먼저 요리를 시작한 황 셰프는 독특하게 일반적으로 구워서 먹지 않는 앞다리 살을 이용했다. 앞다리 살을 후추와 소금을 이용해 간을 하고서 불에 굽기 시작했다. 이어 고기에서 나는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한 된장을 이용한 특제 소스를 제작했다. 그리고 자칫 짤 수도 있는 된장의 맛을 잡아줄 계란과 우유를 통해 고소하면서 고급스러운 맛을 이끌어냈다. 정통 한식의 비빔면보단 퓨전 요리답게 독특한 재료와 요리법이 눈에 띄었다. 이내 시장 곳곳에 고기 냄새가 번져가며 셰프들의 요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했다. 
 
황 셰프는 이번 요리의 승부수로 백김치를 꺼내들었다. 느끼한 맛을 잡고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줄 수 있도록 백김치를 고명으로 사용했다. 완성된 요리의 비주얼은 살짝 걱정됐다. ‘토 한 것 같다’는 웃지 못 할 비주얼 평도 있었지만 셰프의 요리답게 반전의 맛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여러분들이 이전에 먹어보지 못했던 맛일 겁니다”라는 황 셰프의 말만 믿을 따름이다.
 
남성렬 셰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캐주얼 이탤리언 레스토랑 ‘테이블 스타’의 남 셰프는 평소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요리를 만들어 중독성이 있는 맛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그가 준비한 요리는 ‘한라봉 닭강정’으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닭강정에 제주에서 가장 유명하고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한라봉 잼을 이용한 소스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했다. 
 
남 셰프는 전분과 튀김가루를 이용해 닭을 튀긴 후 양파와 마늘과 함께 한라봉 잼을 이용해 풍미를 더한 특제 소스를 만들었다. 설탕을 쓰는 대신 한라봉 잼을 이용해 한라봉 특유의 향과 은은함이 강정에 배어 있을 것만 같았다. 이어 강정과 함께 맛을 더할 양파를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줄이고. 자극적인 맛을 조금은 잡아줘 단맛을 끌어냈다. 한라봉 껍질과 흑임자(검은깨) 등의 장식을 마지막으로 요리를 끝마쳤다. 원래의 닭강정이 매콤 달콤한 붉은 색이었다면 남 셰프의 닭강정은 오렌지 빛의 상큼하고 건강한 닭강정의 느낌을 주었다.

◇요리 대결의 승자는
 
두 셰프의 열띤 요리가 끝나고 드디어 요리를 맛볼 기회가 주어졌다. 요리를 시식하고 더 맛있는 음식의 이름이 적힌 상자에 투표하는 것이었다. 요리를 시식하기 위한 사람들의 긴 줄서기가 시작됐다. 
 
흑돼지 비빔면을 먹은 한 시식자는 “기존에 먹어보지 못했던 맛이다. 간식을 넘어선 맛이다. 된장 소스가 이상할 수도 있는데 먹어보니 처음 보는 맛의 향연이다. 후추와 소금만을 뿌려 만든 고기인데 정말 맛있었다. 앞다리살을 먹는 느낌보단 전혀 퍽퍽하지도 않고 삼겹살을 먹는 것처럼 부드러웠다”고 맛을 표현했다.
 
한라봉 닭강정을 먹은 시식자는 “제주도의 맛과 향이 느껴졌다. 한라봉의 향이 좋았고 닭하고의 궁합도 좋았다. 기존의 닭강정보다 느끼하지 않고 상큼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간식이라는 주제에 제일 알맞고 쉽게 따라할 수 있어 보였다”고 평을 했다.
 
대결 자체도 많은 볼거리와 재미를 안겨다줬지만 무엇보단 의미가 있었던 점은 제주의 재료를 가지고 제주만의 레시피를 두 셰프가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먹거리, 살거리, 즐길거리 가운데 제주에서 가장 약한 것을 꼽아보자면 먹거리를 꼽을 수 있다. 그런 제주에 두 셰프의 레시피는 새로운 활력이자 활로가 될 것이다. 두 셰프가 만든 비빔면과 닭강정의 레시피는 서문공설시장에 전달돼 앞으로 ‘서문시장 간식’으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두 셰프의 요리는 서문시장에서 맛볼 수 있게 된다. 시장에 방문해 요리를 먹어보고 어느 요리가 더 맛있는지 투표해보는 것을 어떨까? 대결의 승패를 비롯해 이번에 촬영한 방송은 오는 22일 올리브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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