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은 흐르는데, 대학의 시계만은 거꾸로 돌아 다시 과거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대학을 향한 칼바람은 그칠 겨를이 없다.
 
교육부는 8월 31일, 전국 298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등급별로 4년제 대학에선 △A등급 34곳 △B등급 56곳 △C등급 36곳 △D등급 26곳 △E등급 6곳 등이 평가 결과표를 받았다.
 
교육부는 B등급부터 E등급에 대해서는 차등적으로 감축할 것을 권고하고 A등급은 자율적 감축을 허용했다. 이중 A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은 2017년까지 정원의 4~15%를 줄여야만 한다. 그동안 교육여건 개선에 공을 기울여 왔던 제주대도 B등급에 포함돼 선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원감축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 중 D, E등급에 대해선 재정지원을 제한하고 가시적 인원감축 성과가 나와야 2017년에 재정지원을 다시 허용하기로 해 사실상 감축을 강제하기로 했다. 이 대학들은 내년에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돼 이듬해 이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에서도 불이익을 보게 된다. 대학의 장학금 확보 노력에 비례해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을 수 없게 되고, E등급 대학의 신입생은 저소득 가정 학생에게 국가가 주는 국가장학금 1유형도 받을 수 없다.
 
말이 권고지 실질적으로는 ‘강제성’의 성격을 띠고 있다. 결국 재정지원이라는 무기를 통해 대학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의 높은 정부 재정 의존도를 악용하는 처사다. 그리고 그 피해는 대학만이 아니라 고스란히 학생들 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학의 목을 죄는 정책에는 최근 논란을 야기했던 총장직선제 폐지도 한몫을 거들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와 함께 시작된 직선제를 정부는 선거 과열과 금품수수, 교수사회 파벌 조성 등의 폐해를 이유로 직선제의 폐지와 간선제의 시행을 추진했다. 직선제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빌미로 재정지원을 통해 직선제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정부의 의도에 따라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해도 교육부의 잇따른 퇴짜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교육부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총 14건의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한 바 있다.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후보들을 거부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피하긴 어렵다.
 
지금 정부는 돈을 가지고서 대학들을 조정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고 있다. 자기들 말을 잘 듣도록 대학에 예산이라는 미끼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의 의도는 나쁘지 않고 오히려 이해하는 바이나, 그 방식에 있어서 다소 강압적이고 올드하다. 우리는 파블로프의 개가 아니다. 강화물(재정지원)만을 이용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작금 논란을 야기하는 것처럼 한계가 있다. 정부는 대학을 손아귀에 넣고 흔들려 하지 말고 자율과 자치를 먹고 자라는 대학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한 존중과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학 스스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의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비록 돌고 돌아서 힘겹게 그 해답을 찾을지라도 그것이 옳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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