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10.9 수 13:00
상단여백
HOME 문화 포토뉴스
<소설 속으로의 여행>신진오 저, ‘무녀굴’의 김녕사굴‘남’이 아닌 ‘나’를 위한 용서

여름의 끝물, 더위에 질릴대로 질린 당신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한 권의 소설. 그 공포여행으로 초대한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성큼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더운 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끝물 더위에 지쳐 있는 당신 앞에 공포소설 한 권이 놓여 있다. 자, 시원한 공포체험을 같이 하고 싶다면 책을 펼쳐 보자.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여러분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차츰 식어갈 것이다. 김녕사굴에 얽힌 무녀 이야기. 금주는 과연 무녀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퇴마사 진명과 함께 귀신도 퇴치하고 더위도 사냥하러 김녕사굴로 떠나보자.
 

   
▲ 수풀이 입구를 막아버린 무녀의 저주가 시작된 김녕사굴.

◇<무녀굴> 줄거리
 
제주에서 행방불명이 된 매드맥스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 진명의 대학선배이자 금주의 남편 주열의 의문의 죽음. 퇴마사인 진명은 이 의문의 사건들이 모두 무당귀신의 저주 때문임을 알게 되고, 진명과 금주는 저주를 풀기 위해 무당이 묻혀있는 김녕사굴로 향하게 된다.

◇김녕사굴 설화
 
중종10년, 제주의 한 동굴에 수십 척이 넘는 큰 구렁이가 은거했다. 오래 전부터 바람과 비를 휘둘러 사람들을 괴롭혔기에, 마을에선 해마다 열다섯 살이 된 처녀를 제물로 바쳐 화를 달랬다. 신임 제주 판관 서련이 날랜 장사들을 대동하고 행차해 구렁이를 죽였으나 돌아오는 길에 붉은 기운에 변을 당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 김녕굴과 달리 사람이 북적이는 만장굴.

◇김녕사굴, 도대체 어디에
 
또 다시 이곳, 시외버스터미널. 관광객이 북적거리는 터미널에 들어서니 졸지에 관광객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701번 버스에 올랐다. 가을이 아닌 것 같은 무더운 날씨, 갓길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었다. 날씨는 더워도 가을은 서서히 오고 있는 모양이다. 공포소설의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라 그런지 긴장이 됐다. 만장굴 입구에 내리니 만장굴까지 2.5km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같은 버스에서 내린 캄보디아사람과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기사님과 대화를 나눴다. “그 동굴은 폐쇄해서 못 들어갈 텐데…”, “동굴 입구만이라도 찍으려고요” 만장굴 입구에서 차로 3분을 달려 도착했다.

#입구 앞에는 ‘김녕굴’이라고 쓰여진 나무 표지판과 안내문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중략)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낭이 입구 역할을 대신했다. 정낭 3개가 모두 올려져 있었다.
  - 책 내용 中 p. 318


김녕사굴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이 곳은 관람할 수 없습니다. (동굴 폐쇄되었습니다.)’ 휘날려 쓴 글씨가 보였다. 입구라도 찍을 수 있을까해서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겼다. 김녕사굴 설화에 나오는 서련판관의 사적비가 세워져 있었다. 으스스한 기분이 훅 끼쳐왔다. 정주석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소설에 나온 정낭은 없었다. 정주석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니 밭이 있었다. 상자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벌들이 상자에 달라 붙어 있어 혹여나 벌에 쏘일까 황급히 발을 돌렸다. 나오는 길에 풀밭에 쓰러져 있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곳은 양봉장입니다. 들어가지 마시오’ 동굴 입구는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도대체 동굴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체념을 하고 만장굴로 향했다.

   
▲ 김녕사굴로 가는 길.

◇칠전팔기 다시 김녕사굴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 문의 전화를 했다. “입구만이라도 사진을 찍을 수 없을까요?”라고 물어보니 동굴이 폐쇄되어 들어갈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만장굴과 김녕굴은 원래 하나의 동굴이었으니 만장굴이라도 가보자.”

#동굴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서늘한 냉기에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  책 내용 中.p.318

만장굴로 들어섰다. 계단을 내려가자 한기가 느껴졌다. 땀을 무지 흘렸는데 만장굴 안으로 들어가니 이내 땀이 식고 추위가 밀려왔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 김녕사굴과는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동굴 안의 냉기는 비슷하지 않을까.

#사굴 근처엔 잡풀과 잔가지들이 검불덤불 엉켜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책 내용 中.p. 318


다시 찾아간 김녕사굴 표지판 앞. 꼼꼼히 살펴보니 정주석 하나가 풀숲에 가려 있었다. 정주석 오른쪽은 수풀로 우거진 곳이었다. 풀들이 저렇게 무성하게 우거진 곳에 동굴이 있을까 의심하며 한 발짝씩 수풀을 헤쳐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수풀을 헤집고 들어가니 철로 된 문이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그 안이 바로 그렇게 찾아 해메던 김녕사굴의 입구였다. 이렇게 소득없이 돌아가는구나 싶었는데 끝내 찾아낸 것이 감격스러웠다. 마치 동굴이 모습을 감추려는 듯 풀과 나무들이 동굴의 입구를 가리고 있었다. 철문 앞에서 동굴 안을 바라보니 갑자기 동굴 안에 들어선 것처럼 한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갑자기 바람도 세게 불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소설을 너무 몰입해서 읽은 탓이다. 사진을 찍는 동안 마치 금주라도 된 듯, 그녀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느꼈다. 어두운 동굴 속을 바라보다보니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무녀가 그 안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용서, ‘나’를 위한 양보.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이 있는가. 저 글을 읽으며 영혼과 증오는 참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증오는 참으로 무서운 감정이라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당신의 영혼 속에 남을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해 본 당신의 마음은 어땠나.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웠는가. 당신도 괴롭지 않았는가. 결국 미움 더 나아가 증오라는 것은 그 감정에 휘말려 자신 또한 피폐해지는 것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용서하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용서는 ‘나’를 위한 것이다. 과거의 일에 얽매이지 말고 더 활기찬 내일을 살아갈 ‘나’를 위해 타인의 실수를 한번은 눈 감아 주자.

김정희 기자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