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연구원

국내 포털이나 인터넷 백과사전 등에서 정의 내리는 ‘환경’에 대한 지리멸렬한 해석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쉽게 다가오는 영화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인터스텔라(Interstellar)’입니다.
 
극심한 산소부족과 더 이상 비가 오지 않는 마른 대지 위에서 다른 모든 작물은 멸종되고 옥수수로 겨우 삶을 연명하는 인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들은 나사(NASA)의 행성탐사선을 타고 인류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될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납니다.
 
“지구의 끝이 우리의 끝은 아니야(The end of earth will not be the end of us)”라는 이 멋진 대사는 비슷한 발음의 시적 표현으로는 기억될 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지구의 끝은 그냥 인류의 끝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웜홀을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하고 블랙홀을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지만 현실의 인류는 겨우 달 착륙에 성공한 정도입니다.
 
인터스텔라의 지구는 질소로 호흡하며 무한히 번식하는 병충해와 엄청난 황사로 인해 식물들이 멸종하고 다른 자연 생태계도 서서히 파괴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인류가 직면한 이 위기상황의 구체적인 원인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무엇이 직접적인 원인이고 어떤 것들이 환경오염을 가속시키고 있고 또 어떤 것들이 환경보전을 가로 막고 있는지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피해를 유발하는 원인과 원인의 주체를 둘러 싼 수많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관계들이 얽혀 있어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파괴로 대변되는 핵을 에너지 전환을 통해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핵발전소 건설은 되돌리기 힘든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범입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이후 더 이상 건설되지 못하다가 2005년 기후문제와 유가폭등을 계기로 다시 건설되기 시작한 핵발전소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위험성이 다시 일깨워져, 세계 각국은 핵발전소를 폐기하거나 적어도 신규허가를 중단하거나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 조치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핵발전소를 추가로 짓는 것도 모자라 해외에 수출하고 수명이 다 된 고리와 월성의 핵발전소를 연장 가동시키고 있습니다. 수명 30년에 불과한 1기의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수 조원의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됩니다.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은 전기가 남아돈다며 전력과소비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핵발전은 수요에 맞춰 출력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야간이나 계절적인 잉여전력이 발생합니다. 전력 수요 때문에 핵발전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에 의해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풍부한 값싼 에너지’로 홍보하면서, 기업에 엄청나게 싼 값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핵발전소를 반대하기 위해 전력수요부터 줄이는 에너지소비절약 운동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을 지키는 반핵운동은 에너지 절약운동으로 출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당장 핵발전소를 멈추라는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행동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핵발전소를 폐기하고 친환경재생에너지 개발로 전환한다는 국가적인 환경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소비스타일을 바꾸는 시민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저절로 핵발전소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단순한 캠페인이나 자족적인 자구책의 개선에서 더 나아가 정부정책의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만약 4대강 사업추진을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정당 등 전 국민적인 저항과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막을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낙동강 녹조라떼 현상이나 부산 경남의 식수오염 문제 등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막았더라면 건설비용 22조원과 추가 관리보수비용으로 추정되는 84조원의 국고낭비를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제주도의 문제를 이야기해보면 환경의 중요성과 환경운동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주의 곶자왈은 단순한 숲, 덤불지대가 아닙니다. 투수성이 좋은 암석지대 위 숲으로서, 빗물이 스며들어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만드는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제주도정 당국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수백만평에 이르는 곶자왈지대를 파괴하는 행위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서광리 중산간 주변에 대규모 카지노 도박장과 숙박시설을 건설하도록 허가해줬고 대정읍 신평리와 구억리 일대 곶자왈을 파헤쳐 도민들의 교육복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리법인학교와 아파트를 세웠습니다.
 
제주도민의 뜻과 관계 없이 JDC와 제주도정은 자기들 마음대로 파헤치고 대기업과 중국자본에게 영구히 팔아 넘겼습니다. 최근 제주도정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 등 대형 숙박업소 건립에 들어가는 골재수급을 위해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동백동산 바로 밑에 위치한 선흘곶자왈 지역까지 토석채취장으로 허가해주려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환경을 지켜 우리 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 제주의 소중한 자연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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