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형법 판례 150

대학에서 형법 및 형사소송법 등 법과목을 가르치고 연구하다보니 아무래도 교양서적보다는 관련 전공서적을 많이 읽게 된다. 형법 관련 전공서적들은 전공자가 이해하기에도 상당히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용어들과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법 관련 학과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은 형법의 내용을 습득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형법은 우리가 국적을 바꾸지 않는 한 대한민국 내에서 살든 해외에 가서 살든 상관없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평생을 지켜야 할 중요한 법률이다. 중요하다는 이유는 형법을 위반하면 타인에게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사형, 징역, 벌금 등 중한 형벌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형법을 대학에 개설된 법학수업 시간 이외에는 배울 기회가 없다보니 정작 형법을 지켜야 할 국민들은 형법의 내용을 몰라서 형법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인지도 모르고 형법을 위반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러한 현재의 상황에서 법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도 쉽게 읽어볼 수 있는 형법 관련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만화로 배우는 형법 판례 150”이라는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발생한 사건들의 사건개요를 한쪽 면에 만화로 구성을 하고, 다른 한쪽 면에는 그와 관련한 형법규정과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실어 놓음으로써 법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도 쉽게 읽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에는 총 150개의 실제 사건이 만화로 구성되어 실려 있는데, 150개의 사건 모두가 한쪽 면은 만화로 된 사건구성, 다른 한쪽 면은 그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각각 한 쪽씩을 넘지 않게 간결하게 구성이 되어 있다.
 
형법은 형법총칙과 형법각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은 형법총칙 처음부터 형법각칙 끝까지 관련 실제 사건을 일반 형법교과서의 목차 순서대로 구성해 놓았다.
 
하루에 하나의 사건을 읽어보는 것으로 5개월 동안 천천히 읽다보면 형법총칙부터 형법각칙까지 이르는 형법의 전 과정을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실려 있는 몇 개의 사건을 소개하면, 「사람의 시기」에서는 분만 중인 태아를 죽게 한 조산사의 행위가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되는지 아니면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지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형법상 사람의 시기는 언제부터인지가 쟁점이 되는 사건이다. 「상해의 개념」에서는 상대방을 때리고 협박하여 실신시킨 사람에게 상해죄가 성립하는지 폭행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형법상 상해죄와 폭행죄는 구별되는 범죄로 형벌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 사건은 폭행과 상해를 구별하는 기준이 쟁점이 되는 사건이다.
 
「폭행죄에 있어서 폭행의 개념」에서는 전화를 걸어 수차례 폭언과 욕설을 하는 행위가 폭행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형법상 폭행죄의 폭행의 개념이 쟁점이 되는 사건이다. 「재물의 개념」에서는 타인의 전화기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국제전화를 하고 국제전화 요금으로 수십만 원을 나오게 한 사람의 행위가 절도죄가 되는지, 사기죄가 되는지 아니면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지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다. 절도죄의 객체와 사기죄의 행위수단 등이 쟁점이 되는 사건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150개의 사건들은 이상 소개한 4개의 사건과 같은 형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형법의 내용을 알지 않고서는 답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이와 유사한 형태의 사건들을 언제든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형법지식을 습득해 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형법의 모든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형법의 대략적 내용을 만화를 통해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가을에 접어든 요즘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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