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함께 발전하며 보존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스쳐 지나가는 마을에서 꼭 가봐야 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Dream이 아닌 Vision을 꿈꾸는 다시방의 남현경 작가. 차가운 금속으로 따뜻한 꿈과 희망을 만들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낯선 김녕에서 꿈을 키우다
 
그녀도 한때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이른 아침 출근해 스트레스와 씨름하고 VMD(공간연출)이라는 근사한 직업도 있었다.  그러던 차 20대, 혼자 온 제주 여행에서 제주도라는 지역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는 그녀. 그날 바다가 보이는 작업실을 차려보고 싶다고 느끼고 다짐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제주와의 인연의 실마리가 여기서 시작됐다. 이후 꿈을 가슴에 품은 채 직장 생활과 공예 작업을 병행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결혼하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과 함께 제주에 내려와 작업실을 차리게 됐다고 한다.
 
“회사를 5년간 다녔었는데 힘들기도 했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제주행에 몸을 싣게 됐어요. 여러 지역을 알아보긴 했지만 우연찮게 이곳, 김녕을 발견하게 돼 정착하게 됐어요. 운이 많이 따랐던 게 아닐까 싶어요. 꿈에 그리던 바다가 보이는 작업실과 그 중 전통적 모습을 제일 많이 간직하고 있는 그 모습이 좋았기에 아담한 농가 주택에 뿌리를 내리게 됐어요.”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기에 제주에서의 첫 발걸음이 두렵거나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살다보면서 조금씩 불편한 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주도에 금속공예 관련된 재료나 가공 등의 부분이나 필요한 부분을 맡겨서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공장도 많지 않고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없어서 육지에서 택배로 받거나 서울에 직접 올라가 주문 제작하고 제주로 내려오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 김녕에 위치한 다시방. 주말에 카페 공간으로 오픈된다.

◇김녕 주민이 되다
 
“제주에 내려와서 좋은 점이요? 외모에 신경 쓰고 치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서울에서의 회사 생활은 미팅과 협상의 반복이었어요. 그래서 정장을 입고 하이힐도 신고 짙게 화장하는 생활로 365일을 살아 왔다면 여기서는 자연도 있고 금속 공예 작업도 하고 이러다 보니까 외적인 투자 없이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김녕 주민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 주말에는 ‘다시방’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카페를 할 생각은 없었다는 그녀. 오래된 단층 주택에 그녀만의 손길을 더해 재구성한 공간, 작은 창문 너머로 바다가 전망으로 펼쳐져 있다. 원래 2채 중 한 채는 작업실, 다른 한 채는 파티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지만 카페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파티가 없을 때 공간을 놀리기 보단 손님들에게 차라도 한 잔 대접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조금씩 알려지게 되면서 이 일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김녕의 금속공예가에서 김녕의 카페지기로서의 삶이 더해진 것이다.

◇금속, 활력의 꽃을 피우다


▲ Cantablie. 바닷소리 선율에 따라 물고기들이 해녀들 삶 속에 어우러지는 것을 표현했다.
 
금속공예가로서의 그녀의 이야기는 ‘금속공예벽화마을 만들기’에서 시작됐다. ‘아트빌리지, 고장난 길’이 바로 그것이다. ‘김녕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 끝에 직접 기획하고 육지에서 작가분들을 초청하면서 거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조용했던 바닷가 마을은 그렇게 새로이 활력을 찾게 된 것이다.
 
“감귤 창고를 3개월 동안 임시로 빌려 작업실로 꾸몄어요. 작가 분들이 직접 작업하고 작년 12월 중순에 설치가 완료됐어요. 그림 벽화는 많이 보셨을 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칠이 벗겨지고 보수를 많이 봐야 해요.  흔히 볼 수 있는 그림 벽화 말고 특별하면서도 김녕의 이야기를 많이 담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금속공예로 벽화를 만들자고 생각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올레길을 따라 성세기 해변 전까지 29개작품이 걸려 있고 명칭은 ‘김녕리 고장난 길’이에요. 제주어로 고장이 ‘꽃’이고 난이 ‘피다’라는 의미에요. 김녕에 꽃이 핀 길을 만들어 고령화로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어 꽃을 피워내자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을 짓게 됐어요.”


▲ 그래도 노래를 불렀네. 깊은 주름과 이어진 그들의 노랫말로 해녀의 얼굴을 표현했다.

◇VISION을 꿈꾸다
 
다시라는 단어와 방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현무암이나 고재 등을 금속이랑 결합해 다시 태어나게(재탄생) 해주는 작업실이자 다시 제주도에 방문하시는 분들을 refresh할 수 있는 방이라는 의미의 다시방.
 
제주도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녀의 인생의 출발에서 그녀가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목표는 국내 최초의 동 전문 라이프 스타일 숍을 만드는 것이에요. 앞으로도 다시방의 손맛이라고 해야 하나,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원하시는 제품을 맞춤으로 제작하고 그분들 한분 한분의 이야기를 담고 작품 겸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해보고 싶어요. 다시방 카페 공간 일부를 미니 아트샵처럼 만들어서 말이에요. 그리고 금속 공예 벽화를 올레길을 따라 꾸며 놓았는데 마을 안쪽까지 루트를 확대해 김녕 마을의 구석구석 매력 있는 요소를 많은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마을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김녕 마을에 잘 어울려져서 같이 발전하되 보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금속공예의 매력을 열심히 설명하는 그녀에게서 차가운 금속이 그녀의 손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따뜻하게 하는 작품들이 나오는지 엿볼 수 있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따뜻한 느낌은 나타내거나 혹은 차갑고 딱딱하게, 화려하기도 때론 심플하게도 나타낼 수 있는 금속의 모습을 어느새 닮아 있는 그녀였다. 앞으로 그녀가 꿈꾸는 김녕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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