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에그시들-인생의 선배들이 에그시들을 이끌었으면

‘Manner Maketh Man’, 어디선가 들어보았고 한 번쯤 따라 해봤을 말이다.
 
올해 초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비밀정보조직 킹스맨의 베테랑 요원인 ‘해리’가 곤경에 처한 ‘에그시’를 구해주며 말한 명대사이다.
 
필자가 이 영화가 주는 교훈에 대해 다시 곱씹어 생각해보니 ‘해리’와 같은 어른의 존재가 우리 사회엔 정말 드물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어른은 젊은 나이에 무서움 없이 삶의 방향도 모른 채 반항만 일삼던 ‘에그시’를 한심하게 보지도 않으며, 그를 다그치지도 않는다. 그저 곁에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바라만 볼 뿐이다. 이런 어른은 우리 사회에 없는 것일까?
 
최근 이슈가 된 ‘인분교수’사건이 우리 사회에 ‘해리’라는 존재가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건의 내막은 이러하다. 강남대 회화디자인 학부에 장모교수는국내 디자인학계에서 저명한 인사로 대통령 표창 및 국무총리상까지 수상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몇 개월 전 밝혀진 그의 실상이 대한민국을 놀라게 했다. 장교수는 본인이 운영하는 한국디지털디자인협의회 사무국에서 일을 하도록 제자에게 권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장교수는 이 학생이 일을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최근까지 약 3년 여간 폭행과 더불어 인간으로서 상상도 못할 만행들을 저질렀다.
 
그 만행에는 폭언과 굶김을 일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야구 방망이로 구타를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A4용지 한 박스 들고 있기, 슬리퍼로 따귀 때리기 심지어 페트병에 인분을 담아주며 먹으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 정녕 교수라는 사람이 본인의 제자에게 할 짓인가?
 
결국 피해학생은 이러한 반복된 폭력에 의해 심리적 충격을 받았고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게다가 신체적 학대로 인해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고 어깨뼈가 골절됐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장교수는 금전적인 문제로도 더러움의 극치를 보여줬다. 피해학생에게 월급을 30만원밖에 지급하지 않는 노동착취는 기본이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학술지 지원 사업비 3300만원을 횡령했다. 더불어 본인이 운영하는 디자인 협회에서 각 회원에게 10만원씩 회비를 걷어 약 1억 14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본인의 사비로 사용했다. 현재 강남대는 이 교수를 파면시켰고, 구속 기소된 장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 상태다.
 
청년으로서, 학생으로서 이런 사람이 대학에서 교수라는 직책을 얻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는 것에 암담함을 느낀다.
 
영화 ‘킹스맨’에서 아무런 꿈도 없었던 ‘에그시’는 결국 킹스맨 후보들 중에서 단연으뜸이 되었고, 전 세계를 구하는 영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에그시’가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해리’와 같은 어른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본인의 제자를 부모의 마음으로 보살피지는 못할망정 마치 동물학대 하듯 대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대한민국의 이 땅에는 수많은 ‘에그시’들이 존재한다. 삼포, 오포, N포 세대까지 생겨나고 있는 지금, ‘해리’와 같은 인생의 선배들이 필자와 같은 ‘에그시’들을 이끌어줬으면 한다.
 
항상 우리는 성과를 내놓으라 요구를 받는다. 하지만 그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도 물론 있기 마련이다. 준비가 덜 된 사람에게 그 동안 무엇을 했냐고 타박을 하기보단 어서 빨리 따라갈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우리의 어른들도 ‘해리’처럼 우리들이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그저 바라보고 응원했으면 한다.
 
더불어 우리가 대학생활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해리’ 같은 어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남을 사랑하는 법을 아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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