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일상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이 새로운 휴가 문화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모 카드 회사 광고에서 한 말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이 우리의 지금 현실을 예상하고 만들어진 것일까.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케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은 ‘머물다’라는 의미의 stay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로, 집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신조어다. 스테이케이션은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 이후 생겨난 단어다. 경기침체를 겪으며 지갑을 열지 않고 휴가 기간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현상을 나타낸다. 방에 처박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콕’에서 좀 더 진화한 형태다. 한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반짝한 유행어가 아니라 2009년에 웹스터 사전에 신조어로도 등재됐다. 원래 미국인의 트렌드를 반영한 이 단어가 이제는 대한민국의 휴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스테이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시장 조사 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에 여행이 꼭 필요한가?’를 주제로 설문했더니 2명 중 1명(51.7%)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많은 직장인이 ‘스테이케이션’을 선호한 것이다. 휴가 기간에 그동안 쌓인 과도한 업무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새 달라진 휴가 문화의 단면이다.
 
기업에서도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스테이케이션족 잡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스테이케이션 열풍은 말뜻 그대로 진정한 휴식을 즐긴다는 점에서 성숙한 휴가 문화라고 볼 수 있지만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피로 사회’로서의 우리나라의 단면이기도 하다. 휴식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가장 편한 공간에서 늘어지게 공상하는 게으름을 즐기는 게 최상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스테이케이션’을 즐겨보는 것도 좋지만 때론 밖으로 나가 새로운 활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집 밖에서만 느낄 수 있는 힐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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