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는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취해진 조치일 것이다. 본디 사회적 문제는 오랫동안 쌓여서 굳어진 것들이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도는 없을 것이다. 가능성 있는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교육을 하는 방법이다. 이미 오랫동안 습관이 굳어져 본성화 돼버린 어른에게 교육을 통해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입시위주의 교육구조를 그대로 둔 채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인성이나 인격을 형성할 교육을 기대한다는 것은 마치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름없다. 대학의 교양교육은 그나마 가장 기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대학에서 교양강의를 하는 것에는 두 가지의 목적이 있다. 하나는 대학인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교양을 쌓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전공에 잘 진입하기 위한 기초학문을 쌓는 것이다. 미래의 행복한 사회를 위해 보다 힘써야 할 것은 전자일 것이다. 그런데 교양이란 무엇인가? 한자로 ‘敎養’이란 ‘교육하여 기른다’는 뜻이다. 영어나 불어에서는 공히 ‘Culture’인데, 이는 원래 농부들이 논밭을 경작하다는 의미인 라틴어의 ‘Cultus’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교양교육이란, 거칠고 무질서하며, 동물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의 원초적인 실존을 교육이라는 것을 통해 ‘다음어지고, 질서 있고, 지성적이고 정의로운 존재’로 형성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조화롭고 균형 잡힌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교양교육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씨앗도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이 척박하면 싹을 낼 수 없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아무리 전공지식이 뛰어난 사람도 올바른 인성이나 인격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 전공지식을 지역사회나 국가를 위해서 올바르게 사용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교양강좌 혹은 훌륭한 교양교육을 위해서 요청되는 요건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강의자들을 확보하는 일이며, 둘째는 제대로 된 교양교재를 선택하는 일이며, 셋째는 교양강좌가 충분히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반 시설여건일 것이다. 교양교육이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인성과 인격을 기르는 것이기에 훌륭한 인격을 갖춘 강의자가 필요하다. 이는 교양강의를 담당할 강의자의 최소한의 도덕적 자질, 즉 ‘공동선(公同善)’을 위한 의지를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교양이란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한 강의자가 모두 강의를 해야 하기에 아무리 전문분야의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제대로 된 교재가 없다면 교양강좌의 내용들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가 없기에 좋은 교재의 필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교양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을 기르고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제반 시설여건도 매우 중요하다.
 
교양교육이 잘 이뤄지는 대학은 행복한 지역사회를 위해 선도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 되겠지만, 만일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학은 단순히 취업을 위해 거쳐 가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렇기에 교양교육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엄격하고, 훌륭한 교양교육이 이뤄지도록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함께 노력한다는 것은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자체 곧 지역사회와 국가의 ‘공동선’을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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