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통지기 <4>김진호 정치외교학과 교수

▲ 김진호 정치외교학과 교수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서 전승절 행사가 진행됐다. 이 행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선 중국의 과거에 대해 말하겠다. 중국은 과거 제국주의 세력들에게 자존심이 짓밟혔던 적이 있었다. 국민당과 공산당간의 국공내전도 치뤘다. 결국 내전에서 승리한 공산당의 모택동이 1949년 지금의 중화인민민주주의공화국을 수립하게 됐다. 그러면서 중국내에 사회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제적인 개방은 8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수용하는 실용주의 정책을 선택하게 됐다.
 
시간이 흐르고 중국의 경제역량은 상당할 정도로 발전했다. 21세기 들어서는 경제 2위의 규모로 성립되다보니 중국인민들의 자부심도 고양된 상태다.
 
이번 전승절의 특징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성장한 자신들의 위치를 대외적으로 공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국제적인 위상이 있지만 정치·군사적으로 미국에 버금간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21세기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는 것은 중국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미국은 앞으로 서유럽 국가나 다른 국가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 강화해서 세계질서를 자신들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중국이 전승절 행사를 통해서 자신들이 패권국가라는 것을 알렸다는 말인가?
 
그렇다. 명실공히 자신들의 위치를 확인시킨 것이다. 이제까지 언론에서는 “경제적으로는 G2국가이나 정치적·군사적으로 그러겠냐”라고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전승절에 북경으로 인사들을 초청해서 그런 점들에 대한 언론의 의심을 잠재웠다. 아직 형성되지 않은 21세기라는 세계의 판에 중국이라는 변수를 갖다 됨으로 인해서 ‘21세기 판은 중국이다’는 것을 선언한 것 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러모로 대단한 의미를 가진 행사라고 생각한다.

▲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미사일과 현금뭉치를 말로 내세워 한국 지도 위에서 땅따먹기 하듯 게임하는 장면을 만평으로 실었다.
◇한·미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 측에서는 상당히 껄끄럽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입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속내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이해한다는 애써 괜찮다는 표현을 했다. 외교용어로 ‘주권국가의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 말은 속으로는 불편하다는 얘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전승절 행사에 참여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우리가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 한ㆍ미 관계는 지속적으로 유지 해야하지만 이제는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모색하면서 우리나라의 외교에 대한 재량권이 넓어지게 됐다. 그동안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추구하는 국가와 외교를 했었다. 그러다보니 안타깝게도 반쪽외교가 되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주의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나라의 외교선택지가 넓어졌다. 좀 더 발전하면 러시아와의 관계도 확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외교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아까 말한 것처럼 21세기는 세계질서에 대한 판이 아직 정해져있지 않았다. 우리가 주도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우리의 외교역량을 넓혔다는 점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홀로서기 전략, 협력과 통합의 질서 구축 등 앞으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는데?
 
우선 주권국가로서 지향해야 할 선택지는 홀로서기 전략과 협력과 통합의 질서 구축이다. 하지만 이는 차후에 생각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한미동맹을 축으로 해서 안미경중의 방향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서히 우리의 자주권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번 전승절 행사로 인해 친중쪽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를 이루려하지만 이는 외교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우리에게 금리 인상 등 경제적인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

◇미국과의 동맹국이면서 AIIB의 가입, 사드 배치를 꺼려하는 등 불만을 살 수 있는 행동을 많이 했다. 앞으로 사드배치 문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 같은가?
 
한국은 기존의 외교양태로는 할 수 없었던 AIIB의 가입,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여 등을 결단했고 실행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을 달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럼 미국 측에서는 신뢰의 증거를 요구하겠죠. 그것이 바로 사드의 배치문제다.
 
사드는 한국과 미국사이에서 가장 민감하고 최우선시 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2년 동안 사드배치에 대해서 직ㆍ간접적으로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왔다. 조만간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에 최종결단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이 관리하는 미사일방어체계에는 들어가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사드를 우리 국토에 배치하게 되면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반도에서 미사일을 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게 되고 자칫 잘못하면 한국이 전장의 도가니 속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사드배치는 위험하니 우리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한국형 미사일체계를 하겠다고 설득하는 중이다.
 
한국에서 어떠한 선택지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한미간의 외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 같다.

▲ 한국 외교의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편중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한국에서 내세울 수 있는 선택지에는 어떤 것이 있나?
 
방안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한미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며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처럼 자신들의 국토 안에 미사일을 배치하기를 원하는 상황이기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한미동맹을 지주하면서 한중전략적 협력의 틀을 넓힐 방법이 있는가?
 
물론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은 과거와는 많이 다른 상황이다. 100여년 전에는 약소국의 위치였으나 현재는 중견국가 이상이다. 중견국가의 특징은 힘을 가질 수 있고 국제관계에서 중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조정역할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동북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여러 가지 인권문제, 역사문제 등 분명히 한국이 틈새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 안미경중인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놓인 한국외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외교라는 것이 반드시 국가 밖의 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가 내부의 문제이면서 국가 밖의 문제인 것이 오늘날 외교의 특징이다. 과거에는 내정과 외교가 분리가 돼있었지만 지금은 내정과 외교는 반드시 같이 가야하는 문제이다.
 
중견국가로서 외교의 역량을 발휘하기 전 첫 번째로 한국사회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즉 국론분열을 경계해야 한다. 반대만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반대가 필요하다. 또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성숙된 시민사회가 정착이 돼야 한다. 소득면이나 경제규모 등 경제적 측면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분명 선진국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나 덴마크 등의 국가보다 국민들이 선진의식이 이뤄졌다고는 볼 수 없다.
 
둘째 한쪽에 편승되지 않는 균형된 외교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그러면서도 국가안보에 대해서는 내실을 가져야 한다. 외교에만 신경쓰다보면 국가안보에 대해 도외시하게 된다. 유럽에 있는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 등을 보면 평화를 애호하는 국가처럼 보이지만 국방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는다. 이런 것처럼 안보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장기적인 맥락에서 외교를 봐야한다. 한쪽으로 틀어진 외교가 아닌 인내력을 가지면서 외교적인 행보를 밟아 나가야 한다.
 
다섯째 위 네 가지가 다되더라도 북한문제가 터지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변수이면서 외부변수인 북한 문제를 인내력을 가지고 꾸준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면 남북관계가 혁신적으로 개선된다면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균형외교의 공간도 넓어지는가?
 
좋은 지적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와의 관계도 넓어지게 된다. 남북한 간의 관계가 진전이 되고 통일의 조짐이 보이면 한미동맹관계에서 변화가 감지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때‘주한미군 철수해라’ 이런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우리가 주한미군의 규모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주한미군을 바로 없애면 안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전쟁억지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주한미군은 철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문제는 조금씩 관리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남북한의 관계가 진전이 되고 과거보다 유리한 국면으로 조성될 때 우리나라의 외교적인 지혜와 재치가 필요하다 즉 실리와 명분을 추구하며 균형된 외교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동맹을 지주로 하면서 변화된 안미경중 체제에 대해서 당분간 유지ㆍ존속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외교역량을 계속해서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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