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대학생 밤에는 알바생

▲ 많은 대학생들이 낮에는 공부하고 주말과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대학생이 되면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벗어나 독립 라이프를 즐길 거야!’, ‘아르바이트도 하고 내 돈으로 쇼핑 해야지.’, ‘차곡차곡 돈 모아서 유럽 여행도 다녀올 거야.’ 등 대학 입학 전에 많은 꿈을 꿔왔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등록금, 교재비, 월세에 생활비까지 대학생들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곳은 도처에 널려 있다. 어느새 따라붙은 ‘성인’이라는 꼬리표는 부모에게 함부로 손을 벌릴 수 없는 과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오고, 그 무게감 너머로 쪼개고 또 쪼개 쓰는 고단한 생활이 찾아온다. ‘등록금 + 기타비용 = 부담’이라는 공식이 된다. 그런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란 선택이 아닌 어느새 필수이자 삶의 일부가 돼 버렸다.

◇알바하는 대학생? 공부하는 노동자!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750명을 대상으로 한 ‘대학생 생활비 현황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월평균 40만9000원의 생활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등록금을 제외하고도 교재비, 식비, 교통비 등 부대 비용이 만만치 않다.
 
# “괜히 ‘삼포’에 연애가 포함되는 게 아니다. 학생들에겐 데이트 비용마저 근심거리이다. 당장에 하루하루가 급한데 대학에 들어와 부모님에게 매달 용돈을 받기도 그렇다. 돈을 벌기 위해 알바는 이제 학생들의 필수가 된 것 같다.”
 
이제는 대다수 학생들이 알바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전에는 대학생 알바를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기 전 파트타임으로 하는 일시적인 일로 여기며 굳이 따로 떼어 ‘알바’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지금의 알바는 광범위하고 의외로 장시간 노동이며, 그 기간 또한 대학 4년 또는 전문대 2년에 딱 한정되지도 않는다. 학생들의 20대 대부분을 알바로 보내는 이들도 많다. 대학생이 알바를 한다기보다 노동자들이 공부를 한다고 말하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장시간의 알바로 일에 쫓겨 자유시간이 없는 상황에 계속 노출돼 이른바 ‘타임푸어’로 생활하고 있다.
 
# “어쩔 땐 하루 생활의 대부분이 알바의 연속이에요. 학교를 나와도 공부를 하기 보단 다음 알바를 준비하는 등 알바 생활이 주가 되는 것 같아요. 알바 시간 때문에 학교 일을 조정하는 것은 다반사에요.”

◇땀의 의미
 
그렇게 시작한 알바, 그러나 사회의 벽은 만만치 않다. 일을 하는 것에 비해 적게 받는 것 같고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바쁘면 바쁜 대로 힘든 것이 바로 알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임금체불, 낮은 시급 등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도 한 가득이다.
 
2014년 한 해 대학 등록금은 평균 660만 9000원으로 집계됐다. 104개 알바 직종의 시급 평균은 6450원대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연 평균 1024시간, 42.7일을 꼬박 일 해야만 1년 치 등록금을 겨우 스스로 장만할 수 있다. 최저시급으로 계산할 경우 일 해야 할 시간은 더욱 더 늘 것이다. 물론 이 계산은 알바로 번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 “사장님마다 다르지만, 알바생들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솔직히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 때도 있다. 아직까진 근무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 그래도 일하면서 생기는 소소한 기쁨으로 이겨내고 있다.”
 
대부분 알바를 하는 이유는 경제적 도움을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젊은 시절의 고생’을 돈 벌면서 경험하게 해주기도 한다. 알바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사회를 직접 경험해 볼 기회라는 측면에서 용돈벌이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더군다나 책이 아니라 ‘몸’으로 배우고 있어요. 사람을 접하고 대하는 일이 힘들지만 점점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힘든 일을 미리 경험하고 이겨내는 법을 체득하는 것 같아요.”

◇알바, 새로운 대학생들만의 문화로
 
사회적으로 아르바이트가 하나의 직업화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겐 또 다른 대학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이유 외에도 새로운 경험과 만남의 장으로 알바를 찾는 이유가 늘어났다.
 
# “요새는 알바를 대외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돈을 버는 용도보다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알바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요. 알바가 일종의 또 다른 스펙을 쌓는 경험의 장이자 재밌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20대 남녀 대학생 25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가장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 1위는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는 아르바이트’(50.6%)로 나타났다. 이는 매장 관리, 서빙 등 20대들이 해마다 가장 많이 지원하는 직종들과 직결돼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알바 상위권에는 카페와 음식점, 영화관 등 서비스 업종이 주로 포진됐다. 직종 선택에 있어서 높은 급여도 중요하지만 재미와 경험에도 높은 비중을 두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재미와 색다른 경험으로 학생들의 눈길을 끄는 이색알바도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이색알바는 바로 민속촌 알바다. 아무데서나 자고 배고프면 구걸하면서 관광객이 주는 부수입까지 올릴 수 있는 ‘거지알바’는 최고의 아르바이트라는 평가를 들으며 대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참가자가 몰려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드라마 엑스트라 알바, 애완동물을 대신 맡아주는 팻시터,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도움을 주고 대가를 받는 재능거래 등 이전에는 구경하기 힘들었던 이색적인 알바들이 학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알바생들을 위한 노조도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알바에 웃고 우는 학생들, 그들이 알바를 통해 그려가는 대학 생활과 그 독특한 문화. 어느새 학생들의 삶 깊숙이 파고든 알바가 이제는 학생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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