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2.0 시대’의 사이버 공간과 헌법적 가치

「코드 2.0」의 저자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은 스탠퍼드 로스쿨 교수로, 헌법학과 사이버법학 분야에서 중요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삶의 변화와 헌법적인 가치들의 위기에 대해 천착한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고, SNS를 통해 지인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은 우리 삶에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초기 인터넷이 내포한 자유에 대한 낙관적인 비전은 오늘날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사생활의 상실, 검열 필터에 의한 검열, 지적 공유자산의 소멸, 음모론과 같은 어두운 비전들은 자주 ‘환경적 재앙’에 비견된다. 인터넷에는 유용한 많은 정보도 있지만, 스팸과 포르노, 유명인사를 둘러싼 믿을 수 없는 루머들로 가득하다. 아무튼 넷은 더 이상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만 상상되지는 않는다.
 
레식은 인터넷 응용 영역의 코드들이 변경되면서 사이버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주의를 촉구한다. 코드는 문화가 전파되어가는 방식을 점차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매우 높은 통제 비용 때문에 규제의 범위에서 제외되었던 것들이 코드의 출현에 의해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코드를 바탕으로 하는 규제는 특히 기술에 대한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규제를 보이지 않게 할 위험이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통제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경험은 민주주의에 대한 결의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자유를 위협하는 적으로 종종 부패한 정부를 꼽곤 한다. 그러나 정부 이외의 다른 무엇인가가 자유를 위협할 수도 있다. 자유를 위협하는 요소는 자유의 의미가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동적이다. 가령 우리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쿠키’를 통해 가장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이 대목에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레식은 공개코드의 가치를 옹호하고, 프라이버시 맥락에서 개인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코드를 지지하며, 표현의 자유 맥락에서 언론을 완벽하게 검열하는 코드를 반대한다. 그러나 그는 정부의 제한적 개입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정부를 참여시키고 표현을 좁게 제약하는 것이 정부를 배제하고 표현을 폭넓게 제한하는 것보다 헌법적 가치에 더 부합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코드를 공학에만 관련된 문제로 인식한다. 코드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 최선인 것처럼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코드를 거의 ‘자연’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게 방관자적인 태도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들이 있음에도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푸념한다.
 
레식은 인터넷이나 사이버 공간을 단 하나의 원리가 지배하는 관념적인 공간으로 묘사하지 않으며, 현실세계와 사이버 공간의 경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적인 범례들을 충분히 참고하고 있다.
 
그는 헌법 초안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헌법적 가치를 ‘코드 2.0 시대’의 문맥 속에서 제대로 번역해내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그는 문제의 해결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법이나 사회규범, 시장, 구조/코드 등의 복합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며, 구두선으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실질적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투명한 규제와 정치적 조정의 묘(妙)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가 제기한 문제는 여전히 우리의 과제로 남아 있으며, 그 중요성은 오히려 점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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