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캠퍼스’ 휠체어 앉아 그들이 다녔던 길 직접 걸었다

학교에 가기 위해 눈을 뜬 당신. 그런데 다리에 감각이 없다. 아무리 만져 봐도 내 다리 같지 않다. 만약 당신이 하루아침에 다리를 못 쓰게 된다면 어떨까?
 
본지는 1, 2회 연재를 통해 장애학생센터의 상주직원 부재, 비정상적인 위치를 지적했다. 하지만 센터의 문제로는 그들의 불편함을 완전히 대변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기자가 학생회관 앞 경사로에 멈춰섰다. 더 이상은 휠체어를 타고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제주대에는 44명의 장애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그 중 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은 25명이다. 또한 휠체어를 타고 다닌 학생은 총 4명이다. 3명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으며 1명은 수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자는 수동휠체어를 타고 그들 삶의 일부를 느껴보기로 했다.

◇대학본부를 떠나며
 
기자의 새로운 삶은 그렇게 시작됐다. 코스는 대학본부-학생회관-기숙사-인문대학-경상대다. 휠체어를 타본 경험이 적어서 많은 걱정을 했다. 본관 3층에 있는 신문사부터 휠체어를 타기 시작한 기자는 대학본부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렸다.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익숙하지 않은 조작법 때문에 방향전환이 어려워 애를 먹었다. 또한 바퀴를 밀어야만 갈 수 있는 수동휠체어의 특성 탓에 팔이 아파왔다.
 
기자는 평소 학생회관과 대학본부를 지날 때 차량이 많아 학생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나 휠체어를 탈 때도 그 문제점은 나타났다. 차가 너무 많이 다녀 건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다행히 몇몇 운전자들이 차를 멈춰서 지나갈 수 있었다.
 
학생회관 입구에 들어서자 울퉁불퉁한 땅들이 기자를 마중했다. 걸어서 지나갈 때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휠체어에 앉아 보니 지압판이 따로 없었다. 울퉁불퉁한 돌들을 지나갈 때마다 통증이 몸 곳곳으로 전해졌다. 결국 오늘 체험에 도움을 줄 동료기자에게 부탁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 반드시 도로가 평탄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회관에 들어선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갔다. 그 후 학생회관 후문에 있는 장애인 경사로를 통해 내려왔다. 하지만 경사로 앞에 차가 주차돼 있어 매우 불편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무과에서 장애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단속을 강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렇게 경사로를 내려오고 기자는 인문대학으로 방향을 돌렸다.

▲ 외교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기자. 하지만 차량 통행이 많아 쉽게 건널 수가 없었다.

◇험난한 인문대학과 기숙사 가는 길
 
인문대학으로 가기 위해 아라뮤즈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위치한 라뮤즈카페로 올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잘 포장되지 않은 도로 인도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인도 턱이 높은 곳이 대부분이었고 갈라진 도로 때문에 바퀴의 진동이 몸 곳곳으로 전해졌다. 또한 기숙사 부근 도로에서는 인도 턱이 너무 높아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횡단보도가 있지만 턱이 높아 도로로 내려오지를 못했다. 결국 동료의 도움을 받아 턱이 낮은 곳까지 계속 움직였다. 경사가 심해 도저히 혼자서는 다니지 못했다. 그래서 언덕이나 내리막길은 동료의 도움을 계속 받으며 이동했다.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편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인도의 턱을 낮출 필요가 있어 보였다.

◇아직도 그들은 차별 받고 있다.
 
인문대학을 지나고 경상대학으로 향했다. 원래는 경상대학 1호관으로 진입한 뒤 2호관을 통해 밖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경상대학 2층에 도착해보니 어이없는 상황이 눈앞에 닥쳤다. 1호관과 2호관을 잇는 통로를 장애학생들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통로 앞에는 계단이 있었고 휠체어를 타고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구조였다. 일반 학생들에게는 1호관과 2호관이라는 의미를 지울 수 있는 통로가 장애학생들은 이용할 수 없는 차별의 상징 같아 보였다. 아직 경상대학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재학생이 없다고 하지만 장애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었다.

◇장애체험을 마치며
 
기자는 짧지만 2시간 동안 휠체어를 타며 그들의 시선에서 학교를 바라봤다. 학내 구성원들은 휠체어를 탄 기자를 보며 양보도 해주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주는 등의 보기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장애지원센터의 인력, 위치 문제뿐만이 아니라 시설 및 차별의 문제 등 체험을 통해 다양한 부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제주대는 2001년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유일한 사랑의 학교이다. 장애학생들이 좀 더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학교.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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