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통지기<5>전영준 사학과 교수

▲ 전영준 사학과 교수

◇역사의 정의는 무엇이고 올바른 역사는 무엇인가?

올바르다는 것은 어느 하나 만이 옳다고 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하나의 역사가 있을까 싶어요. 하나의 역사를 만들려면 하나의 역사관이 존재해야 되는데, 대표적으로 쓰는 사관만 해도 대략 10개 정도로 서로 다른 사관을 혼용해서 써요.

동양의 대표적 사관으로는 감계주의 사관이 있습니다. 사서삼경, 사서오경과 같은 고대 정치 철학의 논리를 기반으로 성인들의 이야기를 귀감으로 거울삼아 지킨다는 뜻입니다.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것이 이런 것으로부터 나온 거죠. 반면, 서양의 사관은 주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합니다. 더하자면 동양은 자연에 순응하는 반면 서양은 자연을 극복하는 방향이죠. 이렇게 서로 다른 이유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는 방식도 다른 겁니다.

단군신화를 예를 들어 봅시다. 단군신화가 기록된 역사책이 뭐가 있죠? 삼국유사죠. 최초의 기록입니다. 그런데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는 같은 고려 시대 때 썼어요. 그런데 어떤 책에는 있고 어떤 책에는 없어요. 이는 시각에 따라 팩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에요. 하나의 단선적인 역사는 있을 수 없다는 또 다른 방증이죠.

역사는 사람들이 그동안 살아왔던 궤적들을 종합한 어떤 것 또는 그 중에 특수한 부분에 어떤 하나의 형태로 남아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역사는 특수성과 보편성을 보입니다. 여러 나라가 공통의 경험을 하면 보편성이라는 기준에 묶여서 경계되고 그 중 어떤 나라가 특수한 상황을 겪게 되면 그 나라만이 갖고 있는 특수성으로 분류되는 겁니다.

따라서 올바른 역사가 있냐 했을 때 물음표를 찍을 수밖에 없어요. 하나를 정하고 그 사관의 입장에서 역사를 기술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거죠.

◇역사는 왜 중요한가?

앞에도 얘기했지만 역사는 인간들이 살았던 것을 정리한 겁니다.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을 찾아내고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과거 삶의 흔적을 통해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것이 역사를 중요하게 합니다.

◇사실과 역사의 차이는 무엇인가?

사실을 공유하는 집단이 있고, 그 기억은 세월이 지나 공유한 집단 내에서 역사가 됩니다. 그런데 개인이 경험한 것은 단지 사실이에요. 중요한 전환점들을 묶어서 하나의 정의된 원인과 경과와 영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 역사죠.

◇역사에서 다양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역사에서 다양성은 시각에 따라 해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커피를 예를 들자면, 커피에 대한 접근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 달라요. 커피콩을 재배하는 남미의 농부, 이것을 수출·입하는 무역업자, 그걸 파는 도소매업자,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마시는 사람들 등 커피를 접하는 방식에 다양한 관점이 있죠. 그런데 다양성을 배제해서 획일적으로 ‘커피는 마시는 것’이라고 가르치면 마실 줄만 알지 그전의 과정은 전혀 모르게 되죠. 그런 의미에서 역사에서 다양성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역사교육은 학생이 수동적인 입장으로 받아 들이는 학문이라는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역사교육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교과서라는 수단을 동원해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역사 교육은 체험이 가능한 학문입니다. 교육과정을 보면 초등학교 사회과 과정에서 “학생들이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쓰여 있어요. 중고등학생들 또한 역사 현장을 찾아가도록 유도돼있어요. 이는 교육과정에 명시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교과서를 써요. ‘우리 고장 알아보기’와 같은 수행평가를 넣죠. 하지만 시험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시험은 교과서가 여러 개니 역사적인 맥락과 흐름을 묻는 공통적인 질문이 나와요. 그런데 단일 교과로 되면 아주 미주알고주알 하는 것까지 시험에 나와요. 국정교과서 체계에서는 교과서를 다 외울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수동적인 교육이죠.

▲ 길거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 시위하는 한 여고생 출처=미디어몽구
◇국정제, 검인정제, 자유발행제는 무엇이고 어떤 제도가 가장 바람직한가?

국정제는 교육부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현재는 초등학교 교과서가 국정이다. 5학년 사회에 역사가 들어 있고, 역사가 들어있는 부분이. 검인정은 출판부가 써서 검정을 교과부 장관에게 받는거에요. 〈검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검정위원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아요. 전공분야에 있는 교수나 교사들로 구성되어 그 사람들이  교과서가 검토합니다.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 지적하죠. 검정교과서는 출판사에서 교과서를 만들로록 하며 관련된 참고서를 만들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출판사들이 검정교과서에 참여하는 이유가 그거고. 큰 규모의 출판사만 들어올 수 있어요.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 투자되기 때문에. 인정교과서는 현재 없습니다. 이번에 국정화가 되면 시도교육감이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잖아요. 그게  인정교과서에요. 제주지역에서 인정교과서가 나온다면 제주에 관련된 4.3, 삼별초 같은 부분이 늘어날 거에요. 자유발행제는 심사없이 자유롭게 쓰는거에요. 대학 교재가 그렇죠. 현 시점에서는 검정제도가 좀더 보완이 됐으면 좋겠고 궁극적으로는 자유발행제가 더 좋아요. 이유는 굉장히 많은 시각들을 보여줄 수 있는거죠. 세계사적인 보편성과 인류애를 가지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시각이 필요합니다. 다문화를 접근하는 방식도 너는 왜 피부색이 까매 하는 것은 인종차별이잖아요. 그것을 벗어나게 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각이 들어와야지만 가능한거에요.

자유발행제가 되면 학생들이 상황대처능력이 굉장히 탁월해 질 것이다. 국정교과서와 관련해서 92년도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어요. 국정교과서 제도가 위헌은 아니지만 국정보다는 검인정, 검인정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율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시되어 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까지 무시한다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서 돌려놓는게 아니냐. 역사교육의 최종적 목표가 뭐냐면 역사의식 함양이에요. 역사관은 전공하든 안하든 관계없이 모든 개인에게 있어야 해요. 이것은 국가 정체성과도 관계가 있어요. 역사관이란게 그냥 주입한다고 되는게 아니거든요.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데 그것이 굳이 사관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의 안목을 넓혀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된다는 거고. 어떤 사실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의식이 있어야돼요. 잘못된 역사를 가르쳐도 이게 옳다고 믿으면 안 된다는 거죠. 영어 교육을 12년해도 영어 못하잖아요. 그건 영어 교육이 주입식 교육이기 때문이에요. 주입식 교육으로 얻을게 별로 없어요. 역사 교육에 대입해도 주입해서 배을 수 있는게 없어요.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이념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 한다. 역사와 이념은 어떤 관계인가?

역사와 이념은 연결돼있다고 할 수 없어고 분리돼있지도 않습니다. 이념은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거지만. 역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 현재의 교과서가 이념에 치우쳤다 하는 것은 교과서를 바꾸기 위한 것 밖에 생각이 안듭니다.

의도적 말꼬리 잡기식으로 이념 논쟁화하는거죠. 지금 추진하려는 쪽은 사회, 윤리, 도덕교과서의 영역을 역사 교육이 잘못돼서 그런거라며 다 갔다 붙이는거에요.

◇보편적 인류와 다문화의 관점에서 국사의 자국 중심의 서술은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사라는 개념에서 우리 라는 의식은 자국민 우월주의 개념도 만들고, 보수 성향이 굉장히 강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이해 방식은 대체로 2가지로 압축된다. 용광로와 샐러드볼 이론이 있습니다. 용광로 이론은 다문화긴 다문화지만 동화를 원칙으로 하는 다문화에요. 고유한 문화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면 하나로 합쳐지는 미국이 대표적인 예이죠.

샐러드 볼 이론은샐러드를 만들 때 여러 가지 채소를 하나의 소스로 버무리잖아요. 샐러드를 먹을 때는 하나의 소스 맛이 나지만 채소마다 그 본연의 맛이 나잖아요.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전체가 어우러지는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라고 생각해요.

근데 자국민 중심으로 보면 동화를 원칙으로 하는 다문화가 돼요. 하지만 다문화는 들어오는 쪽의 문화도 알아야 돼요. 예를 들면, 중국과 일본 모두 까마귀를 숭배해요. 그런데 한국은 싫어하죠. 그러니 모든 사람에게 까마귀 싫어해라 랑 똑같은 얘기에요. 근데 원래 우리나라도 큰 흐름에서 보면 삼족오라는 신앙이 있어요. 그것은 북방민족의 특성이에요. 그걸 엮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한 쪽의 시각만을 반영하면 그것은 역사가 아닌거죠.

◇국가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하면 공과(功過)가 나뉘기 마련이다. 이는 ‘자학사관’논쟁으로도 번지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역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원칙으로 삼아야 되고, 그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둘다 같은 비중으로 쓰여져야 해요. 예를 들면, 일제 시대 때 경부선, 호남선을 깔았어요. 그것을 얘기할 때 한국 근대화의 초석을 다졌다. 이게 옳은 표현이 아니라는 거죠. 거기에 수탈을 위해 사용됐다는 것도 똑같은 비중으로 써줘야 되는 거죠. 역사에서 얻어야 되는건 교훈이에요. 교훈을 획득한다는 것이 역사 교육의 목표에요. 그리고 교훈은 대부분 과에서 얻을 수 있죠.

잘못된 역사는 사료에 대한 해석을 못하고 정확히 이해 못한채 기술하면 안되는거죠. 그런데 잘못된 역사도 올바를 역사의 반대말이라고 한다면 잘못된 역사도 없지 않냐. 왜곡은 구부리고 휜다는 뜻이요. 고대 역사철학에서 사마천은 포폄의 원칙을 주장했어요. 어떤 사실에 대해서 포장을 하거나 폄훼하지 말라고 동양 사상에서 지적해요. 이것이 역사가 가져야 되는 기본적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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