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몰론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소신 발언-“국정 교과서는 유신으로 회귀”… 지성인의 우려

▲ 10월 24일 청년학생연대가 마련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행사에서 모인 학생들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이들은 현 정부가 시행하는 국정화 정책에 대한 발언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오후 7시경, 불그스름한 노을이 지고 이를 대신하듯 촛불들이 시청 어울림마당 이곳저곳에서 켜지기 시작했다. 토요일이라는 자유 특권을 포기한 채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 학생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강한 주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구동성 외치고 있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절대 반대!”.
 
낯선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대부분 피켓들이 게시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 중 새빨간 피켓을 들고 있는 동그란 안경을 착용한 여학생이 눈길을 끌었다. 자세히 다가가 확인해보니 교과서 그림과 함께 국정 교과서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나열해 놓았다. 그녀는 “국정 교과서 채택은 유신으로 회귀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흥미롭게 듣는 도중 제주평화나비 소속 학생이 건네준 팜플렛을 받고 어울림마당에 진입했다.
 
대학생들이 영상을 상영하기 위해 빔프로젝터를 연결하고 있었다. 궁금증이 증폭돼 이들에게 물었더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뉴스(뉴스타파), 팟캐스트, 다큐멘터리 등 여러 영상을 틀어준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모이기 시작했다.
 
오후 7시 30분, 본격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지난 10월 17일에 이어 역시 △국제대학교 총학생회 △교육공동체꿈틀 △인문학동아리 ‘쿰’ △ 제주평화나비 △제주청년하다 △비상나래 등으로 구성된 ‘제주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청년학생연대’가 주도했다.
 
주변을 밝히는 적지 않은 촛불들을 꺼뜨릴 듯 사회자 이민경(제주평화나비대표, 지리교육전공 4)씨의 3시간 동안 울려 퍼진 목소리는 대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영상이 끝날 때 마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자유발언을 이끌었다. 대학생은 몰론 청소년들과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나와 앞다퉈 발언에 참여했다. 마지막 발언자는 역사를 30년간 교직에서 가르치고 현재 퇴직한 명예 교사였다. 진심어린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발언에 참여한 김광철(사회교육과 3) 학생은 “뉴라이트 교과서에는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절이 아닌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건국절’로 실려 있다”며 “우리의 역사를 오천년이 아닌 불과 백년으로 축소시킨 것이며 절대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치부를 미화시킨 행동”이라며 국정 교과서에 대한 울분을 토했다.
 
이어 송유성(관광경영학과 4) 학생은 “대한민국 역사를 사랑하는 학생으로서 정부는 역사 교과서를 우편향으로 구성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는 대부분의 역사학자를 부정하며 비논리를 펼치고 있음으로 우리 대학생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를 막기 위해 청년학생연대는 2300여명의 학생들에게 반대서명을 받았다. 또한 성인 남성 허리에 겨우 닿을 듯한 어린 초등학생들도 또래들에게 서명을 받아 대중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이들의 아름다운 행보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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