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불황’에 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학생들은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진로를 찾지 않고, 안정적인 직업군인ㆍ공무원, 사회에서 인정받는 의학이나 약학, 법학전문대학원을 꿈꾸고 있다. 교육 당국이나 신문사 등은 천편일률적으로 연구분야에 중점을 두고 대학이나 교수를 평가하고 있고, 교수들 또한 국제학술지에 한 편의 논문이라도 더 발표해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모습도 있다. 수업 준비보다는 연구에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 ‘선생’보다는 ‘연구자’로서 재직하고 있는 교수가 바로 나의 모습이다. 어려운 수능시험을 거쳐 대학에 들어왔지만 전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휴학하거나 전과하는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띤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눈낮이’ 교육이 돼 가고 있다. 4년제 종합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은 변질돼 취업 전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과의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 장기적인 국가 경제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입학자원의 감소라는 명분으로 교육당국은 재정지원과 연계된 구조 조정을 강요하고 있고, 지방대학들은 이런 파도를 온몸으로 부딪히고 있다. 

이런 ‘불황’을 극복하는 하나의 전략으로서 ‘하이엔드 전략’을 생각해 본다. 보편적인 의미에서 하이엔드는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군 중에서 기능이 가장 뛰어나거나 가격이 제일 비싼 제품을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하이엔드마케팅연구회 회장은 ‘한 덩이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팔아라’라는 책에서 하이엔드 전략이란 자신의 가치를 대체 불가, 모방 불가, 측정 불가의 경지에 올려놓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유사한 전략으로서 ‘명품 전략’이 있다. 명품은 일부 부자와 귀족을 대상으로 해 소비자가 제한돼 있다. 반면에 하이엔드 전략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 교육의 장으로서 대학은 명품 전략보다는 하이엔드 전략이 더 타당하다. 우리 대학은 제주대학을 선택, 입학해 재학 중인 학생 누구도 포기할 수 없기에 명품 전략보다는 하이엔드 전략으로 시대의 흐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우리대학이 타 대학에 비해 대체 불가, 모방 불가, 측정 불가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가져야할 가장 뛰어난 기능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주라고 하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가치와 타지역에 비해 풍부한 지역 내 입학자원, 타지역에서는 접근조차 어려운 감귤 등의 생물자원과 물, 공기 등의 청정 자원, 제주가 중국의 일부가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발생할 만큼 나날이 커져 가는 중국 파워, 그리고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 등. 이런 자산을 대학의 기능으로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대를 흉내 내고 뒤따라가서는 이 불황을 타개할 수 없다. 
 
불평등과 사회 발전과의 관련성에 대해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앵거스 디턴 교수는 모 일간지에서 “역사를 보면 새로운 혁신은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낸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 예로 애플 기기를 들었다. 스마트폰의 하이엔드 기업인 ‘애플’은 새로운 혁신을 통해 불평등을 만들어냈지만 소비자를 만족시켰고, 심지어 ‘애플빠’까지 만들 정도로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대학이 하이엔드 대학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나 스스로 하이엔드 교수가 되기 위해 기능하고 있는 영역에서 하이엔드의 기능을 갖도록 해야겠다.
저작권자 © 제주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